다가오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이하여 주요 정당 4개의 노동정책을 비교해봤다.

특히 1천만 비정규직 시대를 맞이하여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OECD기준 최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용불안 속에 안정된 일자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이번 총선에서 노동정책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화두다.

노동자가 유권자의 다수를 형성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비교 결과는 노동정책이 단 한 줄도 없거나 비정규직이란 단어 자체도 등장하지 않는 정당들이 있어서 놀랍다.

▲ 화물연대 카캐리어분회가 28일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운송료 인하'를 반대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고 기아차 광주공장 서문에서 차량출입을 막고 있다.ⓒ광주인

굳이 노동 분야와 연관된 각 정당들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해외법인의 U턴 경제특구, 관광산업 활성화, 해양관광 활성화, 창조경제 활성화 기여 기업 및 개인 발굴, 중견기업 R&D신설, 중소기업 특허공제 제도 도입, 청년희망 아카데미 전국 확대 실시 정도만을 제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자신들이 밀어붙인 노동법개정문제도 아예 한 줄이 없으며 노동정책이 아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경기부양책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더 좋은 청년일자리 70만개 창출(정부 공공부문 34만8천개 송선수범), 청년구직활동 보장 안전망(취업활동 지원 + 패키지형 공공 고용서비스)구축, 청년 창업환경개선(청년창업펀드, 모태펀드 조성) 등 청년들의 일자리만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당은 노동회의소 설립, 비정규직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 청년고용할당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휴지기 도입, 불법파견 사내하청 근절, 파견사업자 수수료 인하, 공정임금법 제정 등 그나마 비정규직문제를 중심으로 노동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본정책인지 노동정책인지 일관성이 없다.

마지막으로 정의당은 국민 평균월급 300만원 실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기업과 대기업 임원 임금상한제, 초과이익 공유제도입, 성별임금격차 해소, 비정규직 사회보험료 지원확대 및 실업부조 도입, 비규직 사용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공부문부터 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 절반 감축, 5시 칼퇴근법, 선진국형 연차휴가 한달 도입, 직장내 괴롭힘 예방과 감정노동자 보호, 대기업 공기업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노동정책 전반을 놓고 볼 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일자리 만들기만을 제시한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노동 분야를 정책화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문제를 포함하여 전체 노동 분야를 다루고 있는 정당은 오로지 정의당 뿐 이다.

대한민국의 여당과 제1야당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노동정책을 사실상 다루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지난해부터 대립해온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문제에 대한 이해득실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 28일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카캐리어분회 소속 노동자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광주인

여당의 경우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층 표를 의식하여 일부러 노동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인지, 노동자들이 각 정당이나 후보들의 노동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또한 정당들은 그렇게 해주어야한다.

그러나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변변한 노동정책 하나 내놓지 않은 것은 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막아 선택권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까지 박근혜정권의 노동법개정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만큼 이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들의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 도리일 것이다.

아무리 표를 의식하는 것이 선거이겠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득표는 노동정책을 제시해서 심판을 받는 것이 정치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노동자들이 그토록 두려운 것인지 오로지 당선만을 목표로 하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노동정책도 없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노동정책을 기초로 갈고 다듬은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노동자들의 올바른 선택 또한 노동의 미래를 열어가는 소중한 발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