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 실향민 정책 '실종'... 공동체 소외감 커 
 북구 장등동 ‘망향의 동산’에 430명 안장 중


8.24남북공동합의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가 큰 가운데 광주광역시의 '실향민 공동체 정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광주시 실향민 예산이 연 1500만원에 그치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26일 광주광역시 이북5도민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현재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이북5도 실향민들은 약 1천여세대(황해도 330세대, 평남 220세대, 평북 190세대, 함남 190세대, 함북 70세대, 경기.강원도 30세대)에 이른다.

7월 말 현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전국 6만6291명 중 광주 624명(0.9%), 전남 922명(1.4%)이며 ,광주 거주  80세 이상 고령자는 100여명 뿐이다.

▲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이북실향민들이 한식에 북구 장등동 산193번지 '망향의 동산'에서 이산의 아픔을 달래는 망향제를 지내고 있다. 현재 광주시 거주 실향민은 1천여세대이며 이중 80세 이상 고령자는 100여명이다. ⓒ광주시 이북5도사무소 제공

따라서 고령화에 따른이산가족 상봉 정책의 변화와 함께 이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광주 거주 1천여 세대 실향민들은 이북도민회 광주시연합회(회장 명상엽)를 중심으로 친목모임. 한식. 추석 망향제, 이북5도민체육대회 참여 등을 통해 실향의 한을 달래고 있다. 광주시가 지원하는 1500만원의 예산은 이북5도민사무소를 통해 이들 행사지원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민선 단체장 시대 이후 광주시 차원의 실향민 공동체 정책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실향민들은 ‘실향의 한’과 더불어 '지역공동체 소외'라는 이중의 소외를 겪고 있는 것.

일부 실향민들에 따르면 "역대 민선시장들은 망향제 참가비 지원, 친목모임 참가 격려 등에 그쳤다"는 것. 이마저도 윤장현 시장 취임 이후 지원비가 끊겼다. 

광주거주 실향민들은 스스로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지난 1960년 말께 광주 북구 장등동 산193번지에 4200여평 규모의 ‘망향의 동산’을 조성하여 현재 430여기가 들어서 있다.

이북도민회 광주시연합회는 "묘지 벌초 등을 통해 연합회 운영비 등 재정을 마련해왔으나 그마저도 벌초 대행비로 년간 200여만원이 지출되면서 연합회 운영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채정희(82. 황해도)이북도민회광주시연합회 사무국장은 “과거 박광태, 강운태 시장은 연합회 모임 때 찾아와 안부를 묻거나 파주, 강화도 망향제 참가비 등을 지원했으나, 윤장현 시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시 예산 1500만원도 이북5도민사무소에 지원할 뿐 이북도민회에 직접 지원한 예산은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채 사무국장은 “현재 광주시 거주 실향민 중 80세 이상 고령자는 100여명도 채 안된다. 장등동 망향제 참석자도 크게 줄었다”며 “광주시가 이북도민들은 의붓새끼 취급해왔다. 지금까지 홀대를 받아왔다. 기대도 안하고 누구한테도 도움 받을 생각도 안하고 있다”고 섭섭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채 사무국장은 이번 추석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어제 기자들이 전화로 물어오길래 위정자들의 쇼라고 대답했다”며 강한 불신감을 보였다.

▲ 광주광역시 북구 장등동 산 193번지 일대에 조성된 이북실향민 공동묘지인 '망향의 동산' 전경. 실향민들은 지난 1960년대 말 자체 재원을 마련하여 이곳에 4200평 규모의 공동묘지를 조성했으며 현재 430여기가 들어서 있다. ⓒ광주시 이북5도민사무소 제공

현재 모든 언론매체가 8.24남북공동합의에 기대를 보이며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들인 실향민들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언론에 ‘경험한 불신’을 보이고 있는 것.

따라서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고령화 1세대를 위한 대규모 상봉단 구성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실향민에 대한 일상적인 ‘공동체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윤장현 광주시장은 시장 취임 전 시민운동가로서 '남북교류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또 지난 7월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북한 선수단. 응원단의 참가를 위해 진력하기도 했다. 

"이제는 그 연장선에서 윤 시장이 광주시에 거주하는 1천여 세대에 이르는 이북 실향민들의 아픔과 소외를  어루만지고 광주공동체의 일원으로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분단 때문에 고향을 떠나 55년동안 광주시민으로 살아온 실향민 채정희 어르신의 '이산과 아픔과 공동체 의 한'을 광주시가 어떻게 보듬어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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