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자작나무’는 커피와 음료 간식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 김태진 광주 서구의회 의원.

‘꿈꾸는자작나무’는 ‘강아지똥장난감도서관’에서 출발을 했다. 미취학아동을 두고 있는 엄마들이 장난감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자녀들의 교육과 공동체 문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엄마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살려 아이들을 같이 키울 수는 없을까?’ ‘우리 집과 가까운 문화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요구들이 모아졌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를 추진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았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듯 마침 ‘마을기업’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래 딱 이거야’하며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집에서 육아에만 전념하던 엄마들이 ‘마을기업’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달랐다. 가정에서 육아에만 전념하던 엄마들이 마을기업 ‘꿈꾸는자작나무’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을카페에서 판매할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부가세신고까지 모든 것이 서투르고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이럴 때 일수록 중요한 것이 참여한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토론 과정이다. 주방의 도구를 위치부터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여러 사람이 같이 하다 보니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몇 년간 하고 같이 가족을 이루고 살아도 치약 하나 짜는 것, 양말 벗어 놓는 것 등 아주 사소한 것에서 맞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16명의 마을공동체 구성원이 모였으니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불을 보듯 뻔하다.

▲ <꿈꾸는 자작나무> 회원들. ⓒ김태진 제공

이럴 때 ‘소통’의 위력을 피부로 절감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진행했다. 말이 회의이지 거의 ‘수다’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그릇 정리 등부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토론 주제는 온데 간데없이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다.

그래도 모두 행복하다. 참여와 토론의 과정 속에서 이해하고 알아가기 때문이다. 혼자서 담아두면 서로의 벽이 되지만 더불어 같이 마음을 나누게 되면 공동체의 버팀목이 된다. 마을기업 ‘꿈꾸는자작나무’의 가장 큰 버팀목은 바로 더불어 소통하며 결정하는 ‘과정’이다.

‘꿈꾸는 자작나무’ 주변에 상업적인 카페가 해를 거듭할 수 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나 우리는 2층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위치상으로도 매우 불리하다. 마을기업이 대부분 정부 보조금 중단 이후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수익만을 쫒아 상업적인 카페를 어정쩡하게 흉내 내는 것으로는 지속가능함을 담보하지 못한다.

▲ ⓒ김태진 제공

이 문제 역시 소위 ‘장사’로 보면 느리고 답답한 측면이 많다. 그래도 마을기업 구성원들의 소통이 최우선이다. ‘커피’를 팔기 위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자작나무’ 공간을 마을 지역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되돌려 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마을기업’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렇게 할 테니 따라와라’식으로는 어렵다.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면서 소중함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들과 토론 끝에 주민들 중 재능 있는 분들이 이곳에서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도록 공간을 열어두었다. 마을에 펠트, 냅킨, 리본, 요리사, 수학강사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 ⓒ김태진 제공

이에 ‘꿈꾸는자작나무’에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 스스로 참가자를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기부하고 있다. 마을기업 구성원들의 공간에서 마을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러자 ‘꿈꾸는자작나무’에 마을주민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띄었다.

마을 주민들은 육아 등으로 중단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어서 좋고 ‘꿈꾸는자작나무’에 찾는 사람이 늘어나니 유지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

겨울방학 동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타일액자만들기, 머그컵 만들기, 냅킨교실 등이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 역시 ‘꿈꾸는자작나무’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겨울에 추운데 매일 야외로 나가는 것도 어려운데 이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겨울방학 어린이 상설 체험프로그램’이다. 매일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아이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엄마들은 차 한 잔과 함께 그동안 묵혀둔 ‘수다’ 풀어 놓기에 여념이 없다.

▲ ⓒ김태진 제공

마을주민들의 ‘수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신변잡기’에 불과한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마을의 ‘민원’으로 까지 이어진다. 작년에 엄마들이 차를 마시면서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보도 턱이 높아서 유모차 등이 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스레 동네 민원은 ‘꿈꾸는자작나무’에 모아지고 이는 동사무소로 전달되어 보도 턱을 낮추는 공사로 이어졌다. 마을주민들이 뭉치며 나누는 ‘수다’는 소위 시간 죽이기(?)가 아닌 마을을 살리는 소중한 밑거름이자 ‘씨앗’인 셈이다.

‘꿈꾸는자작나무’는 문을 오후6시까지 밖에 열지 않는다. 마을카페라고 하면서 저녁밥 할 시간이 되면 문 닫기 급급하다. 소위 ‘장사’를 포기(?)했다. 이 역시 마을주민들을 위해서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일찍 닫는 것이다. 오후6시부터는 ‘꿈꾸는자작나무’를 지역주민들에게 대여하고 있다.

요즘에는 아파트 층간소음 등으로 친구들끼리 모여 저녁모임을 갖기가 어렵다. 음식 준비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들끼리 서로 만나면 뛰어다니는 등 친목을 위한 자리가 어느새 “뛰지 마라. 아래 층에서 전화 온다”며 잔소리 잔치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 ⓒ김태진 제공

‘꿈꾸는자작나무’는 오후6시부터 마을지역주민들의 친목을 위한 모임 공간으로 대여하고 있다. 다락방에서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고 소꿉놀이를 한다. 프로젝트 빔이 설치되어 가족영화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오히려 마음껏 뛰고 이야기하고 떠드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항시 위기는 존재하고 있다. ‘꿈꾸는자작나무’ 역시 경제적인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본적인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마을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마케팅 전략이 부재해도 메뉴의 레시피가 어설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은 바로 ‘마을’이다. 당장 눈앞의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직 ‘마을’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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