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부터 새롭게 한울고등학교 이종태 교장의 칼럼을 시작한다. 이 교장은 서울대학교 교육학 박사로서 정부 교육정책과 관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해 온 국내 대안교육 역사의 '산 증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교장은 2년 전 전남 공립대안학교 1호인 한울고등학교 공모교장으로 부임하였다. 그간의 경험과 이론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이종태 교장의 대안교육과 교육정책 일반에 관한 진중한 이야기에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 이종태 한울고 교장.

지난 2월 13일, 우리 학교의 첫 졸업식이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했다. 졸업생 40명에 재학생, 학부모 하객들과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 시간의 식이 끝나고 아쉬운 작별 인사와 함께 흩어지는… 그러나 아이들과 고락을 함께 해 온 나에게는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요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흔하지 않는 눈물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남 제1호 대안학교라고 불리는 한울고등학교에서, 다른 어떤 학교에서도 적응하기 어려운 아이들 40명이 3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당당히 졸업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졸업생들 면면을 보면, 40명 중 3년만에 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은 손꼽을 정도이다. 대개는 한두 번의 중퇴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학교폭력 등의 이유로 학교를 전전한 아이들이다. 그러기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상처들을 안고 있었을까. 학업은 고사하고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운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그간의 방황을 끊고 어엿한 모습으로 졸업장을 쥐게 되었으니 어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말했듯이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한울고가 없었다면 고교 졸업장을 손에 쥐지 못했을 것이다.

졸업식의 초점은 아이들에게 졸업장을 주는 순서에 맞추어졌다. 이름이 불리면 전면에 개인 인터뷰 영상이 뜬다. 거기서 아이들은 대개 자신의 불성실했던 학교생활을 반성하고 방황을 끝내게 해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고 동고동락했던 아이들에게 이별의 아쉬움과 고마움을 전한다. 후배들에게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자신의 길을 꼭 찾아 열심히 노력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교장인 나는 그 영상들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고맙고 또 감격했는지 모른다. 평소 태도를 보면 언제나 철이 들을까 싶던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속에는 저런 생각들이 자라고 있었구나 싶었다. 졸업식장의 하객들은 아마도 이 장면들을 보면서 한울고 교육의 진면목을 확인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밖에서 듣는 소문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실상이야 확인할 길이 없지만, 소문으로는 학생뿐만 아니라 전남의 많은 학부모와 교육자들 사이에서 한울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한울고는 학생 편에서 볼 때 긍정적인 점들을 참 많이 가지고 있다. 나는 앞으로 틈나는 대로 주장이 아니라 실제 증거와 논리를 통해 그것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졸업식 내내 나를 더 뭉클하게 했던 것은 단상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젖어있는 눈빛이었다. 늘 장난과 농담, 그리고 욕설이 떠나지 않았던 아이들의 눈이 젖어있음은 순간적인 분위기 탓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어떤 울림이 전달되었다는 증표가 아니었을까.

그 울림은 3년간 쏟은 교사들의 땀과 한숨과 눈물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아이들은 평소에 그것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월 속에서 가슴 깊이 쌓이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교사들과 교감하기 마련이기에 교사들도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쳤다.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내가 우리 학교의 졸업식 이야기를 꺼낸 목적은 유치한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 교육에 관한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머리말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 대안교육과 우리 교육의 문제 전반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왜 다른 학교에서는 졸업할 수 없던 아이들이 한울고등학교에서는 졸업할 수 있었는가?”

이 질문이 한울고의 우수성을 강변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현명한 독자들은 알 것이다. 다른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사한 아이들도 많고 그곳에서도 졸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질문을 통해 제기하고자 하는 핵심 논제는 한울고의 교육이 다른 일반 학교들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신호를 주고 어떤 응답을 얻어낼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한 논의는 ‘학교란 무엇인가?, 대안교육은 무엇을 지향하며 과연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교육은 지금 어느 지점에 있으며 그 미래를 어떻게 예견할 수 있는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들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지루한 논설보다는 교육현장의 생생한 일화들이나 현장 교사들의 육성, 그리고 세계 교육의 흐름들을 잘 버무려보려고 한다. 독자들의 사랑과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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