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광풍...정부의 노동계 향한 대공세 본격
비정규직 투쟁, 민주노총 새지도부와 대격돌 전망

▲ 정찬호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버스지부 지도위원.

갑오년 한 해가 저물고 을미년 새해가 밝아온다. 2014년 한해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세월호 참사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본바탕이 무엇이고 국가권력이 누구의 것이었는가를 혹독하게 가르쳐준 대사건이기에 충분했다.

두 사건은 진실규명과 파장이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유신독재의 부활로 명명되리만치 보수의 힘이 얼마나 거대한가를 보여주었고 상대적으로 무기력한 민중진영의 힘을 반영했다.

2015년 새해의 정세와 민중투쟁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무엇보다도 노동운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연말 결선투표까지 치르면서 첫 직선제 위원장을 선출했다. 그동안 조직 내 주류를 형성했던 소위 NL과 PD노선이 아닌 제3의 현장세력이 수장으로 뽑혀 민주노조운동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은 철탑, 굴뚝, 광고탑, 천막농성, 장기투쟁 등 벼랑 끝 사지로 내 몰린 지 오래고 최근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 정규직 해고완화 등 정부의 노동계를 향한 대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 새지도부의 투쟁의지와 맞물리면서 대격돌의 징조로 보아도 무방하다.

민주노총 한상균 신임지도부가 대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실리주의와 개량주의로 뒤덮여있는 조직을 어떻게 연대의 바다로 깨우쳐낼 것인가가 중대한 관건이다. 특히 귀족노조라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기업노조 그리고 쟁의권 없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어떻게 합류시킬 것인지 등 현 단계 민주노조 진영이 안고 있는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다.

차가운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르듯 노동운동 또한 갖은 탄압 속에서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 최근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노동운동의 하강곡선을 뒤로 하고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씨엔엠, 티브로이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 2~3차에 걸친 하도급, 장시간노동과 저임금, 고용불안의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간선언을 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으려는 자본은 비정규직을 쥐어짜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그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수적으로 1000만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의 물적 기반은 사회를 뒤흔드는 뇌관이 되기에 충분하다. 보수의 광풍 속에 맞는 새해, 비정규직투쟁을 둘러싼 노동운동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14년은 개인적으로 몸담고 있는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이하 비정규직센터)가 문을 연 후 첫 사업을 시작한 한해였다. 4명의 인력과 6000만원의 사업비로 실태조사, 노동상담(500여건), 비정규직 노조와 동아리 지원사업, 문화공연, 복지사업, 노동인권교육, 비정규직 족구대회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진행했다.

광주시의 비정규직은 25만여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50%에 육박한다. 비정규직 규모면에서 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이었지만 올 한 해 자치단체 차원에서 비정규직사업이라는 소중한 첫 삽을 뜬 것은 나름 성과라 자평해본다.

“광주에 언제 이런 곳이 있었느냐?”며 반가워하는 비정규직들을 볼 때, 더욱 더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새해에는 비정규직을 위한 인력도, 예산도 획기적으로 보강이 되길 희망해본다.  

지난 한 해 컴컴한 터널 속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댔지만 우리는 여전히 터널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쉼 없는 전진은 언젠가는 터널의 끝과 마주칠 것이며 부단한 전진의 길, 그것은 바로 노동자민중의 역사였다. 2015년 새해, 비정규직 노동운동에서 역사의 새벽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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