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무너지면 나라 망한다!!

사실 귀농하기 전에는 농업의 위기라는 주장에 절실하게 공감하지 못했다. 아마 농업인이라는 생각이 없었기에 광범위한 농업 문제를 깊이 알아보려는 노력도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마을 노인들의 삶을 보면서 나름대로 안타까운 느낌을 더하여 글을 쓰는 정도였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농업에 대한 관심의 폭을 키우고 현실의 농업 문제 그리고 내가 필요한 농업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교직에서 퇴임 후 집을 짓고 농촌에 정착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연금생활자라는 이유로 농민이 아닌 귀촌인라고 구별 지었던 나의 태도가 교사라는 의식을 벗지 못한 일종의 자만성에 근거한 차별적 태도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그래서 먼저 지난 3월에는 전라남도 농업 기술원에 등록하여 몇 가지 필요한 교육을 수료하였다. (그 이야기는 이미 지난 3월 29일 ‘귀농교육 수강 후기를 쓴 적이 있기에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이어서 4월에는 나주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1년 과정의 친환경 농업대학의 유기농업 반에 에 등록하였다.

처음에는 시골의 농업기술센터에서 무슨 대학이냐는 냉소적인 시각, 과연 무엇을 얼마나 배울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 때문에 선뜻 내키지 않았다. 아마 기술센터의 최명숙 지도사의 친절한 설명이 아니었다면 돌아섰을 것이다. 그러면서 전라남도농업기술원 등에서 실시하는 또 다른 교육과정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4월 이후 20주에 걸친 100시간의 친환경 유기농업 교육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한다.

우선 무조건 농약과 화학비료만 쓰지 않으면 유기농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류를 찾을 수 있었고, 다음으로는 농업에 대한 나의 인식을 포괄적으로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배제하려했던 나의 농사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숙지원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작물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잘못이라는 말도 아니다.

농사도 과학인데 그리고 많은 데이터들이 나와 있는데 그걸 모르거나 무시하면서 나의 경험만을 앞세웠던 점이 잘못이었다는 말이다.

토양관리의 중요성에 비추어 유기 비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점이나 풀만 베어 쌓아 놓으면 퇴비가 되리고 알았던 점도 대표적인 잘못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귀농과 귀촌을 구별하여 농업 문제에서 한 걸음 비켜서려고 했던 나의 태도 역시 잘못이었다.

실제로 연금 생활자라고 하지만 나는 법이 인정하는 농업인이고, 사실상 수 백 평의 땅에 자급자족을 목표로 소량이긴 하지만 다품종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이었다.

그럼에도 판매하지 않으며 그래서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업인이 아니라고 한계를 그었던 점도 명백한 잘못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농촌의 노령화, fta 타결로 인한 농촌의 붕괴심화, 유해 농산물의 수입, 우리 종자의 소멸, 유전자조작식품의 만연, 농산물 유통의 문제, 거기에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현상으로 인한 농업의 위기 등을 걱정하는 농민일 뿐 아니라 거기에 토양의 최적화와 병충해 방제 등까지 고민하는 농민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의 행로를 귀촌이 아닌 귀농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귀촌과 귀농은 그 차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며칠 전 (12월 18일), 오전 11시 나주 농업 기슬센터에서 친환경 유기농 대학 수료식이 있었다. 축산반과 유기농업반 수료생 70명가량이 함께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명색 대학이라고 했기 때문인지 대학 졸업 때 입는 가운을 입고 사각모도 쓰고 보니 쑥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기념되는 시간이었다.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농민으로 살겠다는 출발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농촌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 희망의 탄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들린다. 내가 보기에도 위기라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때 몇 지자체가 나서서 농민들에게 땅을 살리는 교육을 한다고 대한민국 농업에 희망의 빛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농촌 지자체들이 농업 살리기에 매달린다면 그래서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안전하고 깨끗한 농산물 생산을 주도하는 노력을 한다면 최소한 대한민국의 농업이 아주 침몰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농어촌 지차체들은 농어민들을 상대로 더 다양한 교육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농촌 지자체의 농업지도 방향은 ‘6차 산업 운운’하며 대규모 영농법인 지원에 중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작지만 강한 농가(강소농)를 육성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자급자족 가족농’을 발굴하여 지도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많이 해야 한다. 쓸만한 비닐하우스 한 동만 지르려도 5천만 원이 넘는 실정이다. 초기 자기 자본이 없으면 농사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 관료들은 “연간 1억 이상의 소득” 운운하며 그런 농민을 찾아 성공사례로 소개한다. 연간 1억 소득을 얻는 농가들 중에 부채 없는 농가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실태를 파악한다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6차 산업 운운하며 농민들을 편 가르고 농촌 사회의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자치단체가 자체의 땅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농산물 수익과 연동하여 임대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기술과 능력을 갖춘 농민들에게 임대한다면 자치단체는 시설 손실을 막을 수 있고 농민은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실질 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길을 찾기 바란다. 농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에게도 한마디 곁들인다. 1차적으로 농촌을 죽이면 대한민국이 죽는다. 그 다음은 국회의원 지역기반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법조인 출신이나 고위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농민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최소한 농민과 농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면 FTA 실상이라도 바로 알고 농민들에게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

무슨 농작물이 얼마나 수입되는지 알아야 농민들도 대비할 것 아닌가? 농촌 지역 국회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농사 8년, 완전한 귀농 3년, 그리고 몇 차례의 농업 교육…. 완전한 농부라고 인정받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나는 농부다. 앞으로 더욱 의식 있는 농부가 되고자 한다.

끝으로 지난 1년간 나주시에서 주관한 ‘친환경 농업 대학’ 실무를 맡아준 나주시 농업기술센터의 최명숙 지도사를 기억하고 싶다.

오랜 시간 학교 현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빈틈없는 준비 그리고 농민들의 현실을 고려한 학사 운영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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