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동화가 생각나는 시절이다.
벌거벗은 사실을 자신만 모르는 임금님!

그 밑의 신하들은 그런 임금의 위세게 두려워 침묵하고 구경하는 어른들은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화가 닥치는 것을 경계하여 수근 대기만 했던 동화속의 풍경이 오늘 한국 사회와 겹쳐진다.

권력자들에게 국민들의 아픔이나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역사 이야기는 숱하게 많다.

요즘 국민들에게 회자되는 중국 한(漢)나라의 멸망 원인이 되었던 십상시(十常侍)에 관한 이야기도 그런 역사의 한토막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이 십상시에 관한 기사를 다루고 있으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그와 유사한 사태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떠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면서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데 소문의 당사자만 모르고 비웃음을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특히 남녀 간의 문제는 매우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당사자가 감춘다면 공론화시키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그렇다보니 뒷담화로 구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결국 사건의 당사자들만 모르는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권력자들에 관한 뒷담화는 “카더라” 방송에 의해 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못 발설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험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정윤회라는 인물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권력의 그림자 실세라고 하니 매우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그런 그림자실세라는 말이 회자되는 현실이 민망하다. 대통령도 사람이기에 좀 더 정이 가는 상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 안 한 대통령이 염문을 뿌려도 개인의 사생활로 인정하는 서구와 달리 우리는 아직 권력자들의 스캔들에는 유난히 민감하게 보는 편이다.

그런데 항간의 언론은 마치 정윤회가 대통령과 깊은 관계가 있는 ‘그림자 실세’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아무리 촌노인이라고 하지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정윤회, 그는 누구인가?

산케이 신문은 무슨 근거로 지난 4월 16일 대통령의 7시간 실종과 관련하여 정윤회를 들먹이다가 곤욕을 치루는 것일까?청와대에서 나왔다는 문건이 누구의 손에 작성되고 유출되었는가 하는 점도 궁금하지만 정윤회라는 인물이 과연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를 주무르는 막강한 실세였던가 하는 점이 더 궁금하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 그런 해괴한 소문이 언론에 마구잡이로 취급되는 현실이 씁쓸도 하다. 청와대는 찌라시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리고 검찰에 수사의뢰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두고 보자는 말밖에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야당이 사실을 부풀려 정치공세 해서 안 된다고 못 박는다. 야당은 때 만난 것처럼 떠들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사항은 전에 없이 보수 진보는 가리지 않고 보수 신문은 말 할 것 없고 종편에서도 흥미진진한 뉴스로 가공하여 내보내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우화의 뜻을 살폈더니

첫 번째 “우화(寓話)는 인격화되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을 나타내는 이야기”라고 하며

두 번째 “우화(羽化)는 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변함”이라고 한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운 시대임을 알기에 언론들은 정윤회라는 인물을 빌어 이 시대의 새로운 우화를 만들어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어떻게 덮고 가릴 것인지는 정해져있다고 본다. 수사기관의 결론도 뻔히 보인다. 문제는 야당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인데 그간의 소행으로 보건데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결국 국민들만 새로운 우화에 살을 보태 은밀한 [찌라시]를 양산하지 않을까 싶다.

국정조사라도 하는 게 맞지만 새누리당은 죽자고 반대할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검찰의 수사에서 그런 문건이 정말 [찌라시]임이 밝혀진다면 그런 [찌라시]를 만들어 유통시킨 사람을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보도한 언론사에게도 책임을 묻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간 시켜야 한다. 그러나 만약 그 문건이 한 가지라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윤회를 비롯한 십상시들을 찾아 국기문란의 책임을 물어야한다.

지금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사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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