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실종자 인양을 종료하겠단다. 저간의 깊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의를 제기할만한 처지도 아니기에 듣고만 있다.

그렇지만 9명의 실종자가 영원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그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묵직한 돌이 가슴을 친다.

먼저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을 처벌하는 것은 마땅하다. 방조한 해경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 몇 사람이 세월호참사의 주범인양 법 논리에 어긋나는 판결로 국민의 분노를 달래려하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도리인지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 지난 6일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아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진도 팽목항에서 연‘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미사’모습. ⓒ광주평화방송 제공

국민을 위한 정부? 그 정부의 대통령은 304명의 생명을 죽어가는 시간에 어디 있었던 것인지. 7시간 만에 나타나 이미 바다 속에 잠긴 실종자들을 두고 “구명조끼를 입었을 텐데 못 찾는 거냐?”고 했다니…!

삶과 죽음의 한계를 모르는 무지함을 드러낸 말이 아니라면 인간에 대한 성찰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한 꼴이었다. 대통령의 자격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방송에서 흘렸던 눈물이 선거용이었음을 자백이라도 하듯, 유족들에게 언제든지 청와대로 찾아오라던 대통령은 유족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교황의 뒤에 숨었다. 그리고 경제와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말만 외웠다.
그렇게 말한다고 경제와 민생이 살아날 것인가?

고작 지금까지 주었던 초등학생들의 점심상을 발로 차버리고 유아시설의 보조금까지 자치단체에 떠밀어버린 것이 민생 살리기였단 말인가?  하긴 유권자인 노인들까지 속였던 대통령이 투표권 없는 아이들이 무서웠을 것인가?

세월호 특별법은 속빈 강정이 되었다. 세월호 인양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기나긴 기다림으로 남고, 진상 규명은 현 정권이 남긴 과제로 남을 것 같다.

정부와 여당은 유병언의 죽음 그리고 선원들과 해양경찰 몇 명 처벌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벗으려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역시 나중에는 천안함 사고처럼 국민들이 접근해서 안 되는 금기의 영역으로 만들 것이다.
다수 국민들도 세월호 참사에서 멀어져 아득한 과거의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다.

뜻있는 국민들이 나서서 그 날을 기념하고 안타까워하겠지만 현 정권과 새누리당은 그런 국민들조차 협박할 것이다.

일본에 밀리고 미국에 치이고 중국에게 퍼주는 나라. 전시 작전권도 없는 나라. 언론 통제에 이어 국민들의 SNS까지 훔쳐보는 검찰. 허접한 새누리당. 어수룩한 야당들! 이미 한계에 다가선 양극화로 인해 죽음으로 떼밀리는 서민들. 군대의 폭력과 은폐 조작으로 억울한 주검이 된 젊은이들. 그럼에도 꼬리를 무는 고위층의 성추행.

그렇게 비정상이 관행이 되어버린 나라임에도 대통령은 책임지지 않으며 오히려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가려 속이려고만 한다. 망각은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치떨리는 분노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던가.
또 망각은 불행이면서 또 인간의 일상을 유지시켜주는 역설적인 힘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망각의 강을 건너가는 과거를 붙잡고 살 수만 없을지라도 다시 그 기억들을 불러 모으고 싶다. 번잡한 일들이 많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그 기억의 날들은 짧을 수 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싶다.

바다 깊은 곳으로 잠겨가는 배의 유리창에서 절규하던 아이들의 모습. 이 나라의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 그 날 이후 대통령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최소한의 약속마저 져버렸던 일들.

야당의 배신. 그걸 보면서도 유족들에게 모욕을 주었던 인간들을 기억하고 싶다. 싸워 깨뜨려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나라. 그런 나라에 사는 힘없는 늙은 농부가 아직 실종자로 남은 그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기다리라!”라는 말을 믿다가 죽어간 어린 영혼들을 생각한다. 좋은 세상으로 가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그게 얼마나 겉도는 인사치레인지 안다. 그런 말밖에 못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날은 추워지는데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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