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 데크에 오일스텐 바르기

제한된 수입으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돈을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다른 일자리를 찾는 길이 있겠지만 현실은 은퇴한 노인이 발붙일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이 ‘안 쓰는 것이 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따라서 지출을 막는 길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가급적 웬만한 집안일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는 양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농촌에서 텃밭 농사를 하는 우리의 경우도 그런 은퇴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 역시 돈을 저축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자는 면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래서 현직에 있을 때보다 기본적인 의식주에서 최대한 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이 밥과 채소만 먹고 살 수 있는 법.

거기에 이따금 찾아오는 손님치레도 의외의 변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여전히 절약에도 한계가 있음을 느끼지만 그나마 텃밭 농사를 하기에 기본적인 채소류나 마늘 고추 등 양념류는 자급하고 있어 식비를 줄일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긴다.

아마 의류비의 지출 억제는 아내와 내가 1차적으로 중점을 두는 사항이라고 하겠다.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기에 예전처럼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부담감도 없고, 어쩌다 외출하는 경우도 헐렁한 점퍼에 유행과는 거리가 먼 통이 넒은 바지 차림으로 나선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유행과 거리가 먼 허름한 옷차림이 거슬려 백화점을 가자고 하면 “여성 의류가 얼마나 비싼지 아느냐?”고 그리고 “있는 옷을 죽을 때까지 입어도 다 닳지 않을 것”이라고 사양한다.

그렇다보니 아주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새 옷을 장만하는데 지출하는 비용은 과거에 비해 확 줄었다고 하겠다.

그밖에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음악회나 전시회 등 문화생활도 다양한 텔레비전 체널을 활용하여 간접 체험하는 방법 등으로 많이 구두쇠 작전을 펴고, 비교적 큰 단위로 지출되어 부담이 큰 애경사의 부조도 꼭 가까운 사람의 경우가 아니면 생략하고 산다. (물론 우리의 애경사도 주변에 꼭 알려야 할 사람들에게만 연락하고 있다.)

아마 상당수 은퇴자들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집안일이나 농사일에 가급적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실제로 논밭을 갈거나 화목을 쌓는 인부를 구할 경우 1인당 10만원은 기본이고, 특히 조경수를 옮기는 일은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1인당 20만원을 요구하였는데 일하는 도중에 간식 또 점심까지 대접하면 비용은 추가된다. 일하는 사람은 적은 돈 일수 있으나 연금 수급자인 우리에게는 적잖은 금액이다.

그래서 화목을 구하고 자르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맡겼지만 화목 쌓기는 아내와 나의 손으로 해결했던 일이나, 텃밭을 가는 일도 여러 날에 걸쳐 순전히 쇠스랑과 삽으로 마쳤던 것도 그런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본다.

최근 집 주변의 방부목 데크에 오일스텐이 벗겨져 보기 흉할 뿐 아니라 그대로 두면 겨울 눈에 방부목의 손상이 클 것 같아 다시 오일스텐을 바르기로 하고 전화로 몇 군데 문의했다.

몇 평이냐고 묻기에 26평이라고 했더니 오일스텐이 냄새가 독하다는 말과 함께 그 정도 면적에는 재료비 30만원 두 사람의 인건비 40만원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은 광주가 아닌 시외라는 점을 들어 출장비를 추가 한다는 답이었다. 그리고 두 번 바르려면 이틀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곳에 알아봤더니 재료비와 인건비에서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료상의 말대로라면 두 사람이 이틀간 일할 경우 간식비를 포함하면 총 비용이 얼추 100만 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무래도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었다. 내가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금요일 오후, 광주 시내 페인트 대리점을 직접 찾아 확인했더니 재료비와 붓과 롤러 등 도구까지 포함해도 26만원을 넘지 않았다. 인건비도 1인당 17만 원 선인데 26평정도 면적이면 하루에 끝낼 수 있으며 출장비와 간식비까지 계산해도 20만원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럴 경우 60만 원 정도인데 전화로 들었던 답변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 가지 참고해야할 점과 주의사항도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 같았다. 두 말 없이 연한 커피색의 40리터짜리 오일스텐 두 통과 도구 몇 가지를 구입했다.

▲ 오일스텐을 바르는 일은 많은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몇 가지 도구들도 비싸지 않다. 글에 올릴 목적으로 급히 잡은 사진이라 어수선하다. ⓒ홍광석

그리고 토요일부터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려 오후 시간에만 작업 중이다. 참고로 내 경험에 의한 작업 순서를 적으면 다음과 같다.


1. 방부목 데크 바닥 청소하기

미는 수세미로 데크 골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청소를 하려면 적어도 사흘 전에 해야만 데크 물기가 마르기 때문에 우리는 마른 상태에 서 잘 밀었고 다시 빗자루로 쓸었다. 긴 손잡이가 딜린 수세미는 3천원 이면 살 수 있다.

2. 오일스텐 통을 흔들어 잘 섞는다.

잘 섞지 않으면 바닥에 바른 오일스텐의 색이 고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3. 오일스텐을 빈 통에 조금씩 따른다.

빈통이라함은 롤러를 담을 수 있는 사각형의 양철통인데 대리점에서 구할 수 있다. 가격은 3천원이며 사용하기 편하도록 롤러를 잘라주고 오일스텐이 묻은 롤러를 털 수 있는 거치대를 주는데 가격은 1천원이다.

4. 오일스텐 칠하는 작업 순서와 요령.

가) 높은 곳을 먼저 한다 - 오일스텐이 흘러내기 때문에 아래부터 작업을 하는 경우 보기 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난간의 기둥은 바깥면부터 먼저 칠해야 안쪽 작업이 수월하다. 이 경우는 붓을 사용하는데 붓가격은 2천원이다.

다) 롤러에 오일스텐을 너무 많이 묻히지 않도록 한다. 오일스텐을 흠뻑 바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빨리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라) 붓이나 롤러를 사용할 경우 적어도 다섯 번은 문질러야 오일스텐이 나무에 잘 스며들고 색이 고르게 나온다.

마) 바닥은 맨 나중에 칠한다.

5. 오일스텐과 롤러 붓 보관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마개를 잘 막는다. 작업 쉬는 중에 롤러와 붓은 남은 오일스텐에 담가두면 굳지 않아서 좋다.

6. 재벌 바르기 - 6시간이 지난 후 두 번째 바르기를 실시한다.

7. 일반적인 주의 사항

- 롤러 손잡이 대의 길이는 괭이 손잡이 정도의 길이면 일하는데 편하다.
- 오일스텐이 스티로폼에 닿으면 녹기 때문에 더는 그릇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 작업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 손잡이용 작은 붓을 사용할 경우 붓의 탄력성 때문에 오일스텐이 다른 곳으로 튀길 우려가 있으니 마무리 과정에서 붓을 멈춘 후 가만히 들어야한다. 나는 경험 없이 덤비다가 붓끝을 급히 추켜드는 바람에 하얀 벽에 오일스텐 방울이 튀는 실수를 했다. 하얀 바탕의 오일스텐은 지워지지 않고 얼룩으로 남는다.

▲ 오일스텐을 바르기 전의 뒷문쪽 데크. 깊이 박힌 흙먼지에 본래의 색을 잃었다.ⓒ홍광석
8. 참고 사항

- 오일스텐 바르기는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으며 작업의 강도는 화목 쌓기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 농촌에 살려면 몸으로 때워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면 피곤도 덜하면서 절약할 수 있어 좋다.

- 우리 집은 해가 늦게 뜨는 지형이라 오전에는 이슬 때문에 일을 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이슬이 걷힌 오후 시간에만 일을 하는 바람에 여러 날이 걸렸지만 대신 충분히 나무가 건조한 후에 오일스텐을 칠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특히 재벌 바르기는 오일스텐의 건조 상태를 확인한 후 실시하였기에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업자에게 맡겼다면 그렇게 꼼꼼한 면까지 신경써주지 않았을 것이다.
- 무슨 일이든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즐겁게 진행해야 몸의 피로가 덜하며 보람도 크게 느낄 수 있다.


이제 후문 쪽의 데크에 오일스텐을 바르면 끝난다. 오늘(28일) 초벌 바르기를 했으니 내일 오전 한 번 더 칠을 하면 마무리 될 것이다.

비록 능숙한 솜씨는 아니기에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돈을 절약할 수 있었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 일이 아닐까.

아내는 몸으로 때워 아낀 돈을 수입(?)이라고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회를 사겠다고 한다. 내 손으로 깨끗해진 데크를 보며 회 한 점에 소주 한 잔 마시는 것도 사는 재미일 것이다.
시골 사는 은퇴 노인들은 그렇게 산다.

2014.10.28.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