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7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미국의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패네타]의 ‘값진 전투들’이라는 회고록에서 ‘북한이 침략할 경우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약을 한국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이어서 주한미군 사령부 역시 북한 침략에 대한 비상계획에서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ytn기사인용)

아침에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처지가 참으로 비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에 전시 작전권도 없는 나라.

전시접수국지원협정을 체결하여 전시에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징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나라.

그리고 이제는 전쟁이 터지면 한반도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미국에 동의해준 나라. 전쟁이 터지고 한반도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 될까? 우리 민족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 한반도는 초토화되어 생존하기 어려운 땅이 되고, 우리 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1945년 패전국 일본이 아닌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에 38선으로 남북을 갈라놓은 나라가 미국이었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한국을 지원하였는데, 그 첫 번째 목적은 일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사실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상 휴전상태로 전쟁을 마무리한 미국은 이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북한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으로 지목해왔다. 전쟁 이후 지난 60년간, 미국이 북한과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노력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없다.

또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또 남북의 지도자들과 만나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하는데 중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오히려 북한을 어르고 달래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하는 노력보다 북한의 호전성을 강조했고 심지어는 악의 축으로 몰아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미국에게 북한은 지구상에서 지워야할 ‘집단’밖에 아니었던 것이다. 때문에 전쟁이 터지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발상도 지워야할 집단이라는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봐진다.

힘없는 한반도를 일본을 위한 희생의 제물로 삼아 38선을 그었던 미국의 원죄로 인해 우리 민족이 당했던 고통이 컸는데 이제 다시금 한반도에 사는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함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것만 같아 비참했다.

미국과 대등한 1대 1의 관계를 요구하지는 못할망정 내 민족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현실을 만든 남북의 지도자라는 인간들이 원망스럽다.

물론 미국이 자국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미국의 의도에 반하는 다른 국가의 정부를 전복하는 시도를 했던 역사적 사건을 알고 있는 인간들이 자기 목숨이 아까워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미국에게 찍혀 악의 축으로 몰리고 있는 북한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 70년이 되도록 어떤 형태로든 민족이 평화 공존의 기본 틀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점은 역사의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1년에서 2013년이라면 mb정권과 현 정권의 교체기에 해당한다. 한미 행정 협정과 전시접수국지원협정이 우리 헌법의 위에 존재하는 현실도 받아들일 수 없는데 거기에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 사용을 ‘협의’했다는 주체가 mb 정권인지 아니면 현 정권인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군대가 있고 국군 통수권자는 대통령으로 되어 있으되 정작 전시 작전권이 없다는 사실, 또 전시 작전권과 더불어 전시접수국지원협정에 의해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이 헌법상 명문으로 남아 있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민족을 몰살시키겠다는 핵무기 사용 제안에 대해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인지! 언론이라도 나서서 반민족적인 협의에 참여한 주체를 밝혀주었으면 한다.

미국에게 바란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원한다면 북을 설득하고 주변국들의 동의를 끌어내서 남북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건 우리 민족의 의지에 반하여 38선으로 분단을 획정한 미국의 원죄를 씻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막아야 한다. 비록 작은 땅이라고 하지만 한반도는 남북한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7천만이 넘는 생명이 사는 터전이다.

그 터전에 핵무기 사용계획은 마땅히 철회해야 한다. 정부도 이제 좀 더 당당해졌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1대 1의 평등한 관계 요구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최소한 미국이 일본을 상대하는 정도라도 격을 높여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북쪽 정권에도 한마디 덧붙인다. 이제 전쟁에 의한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리라 여긴다. 그렇다면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며 通美封南의 노력보다 남한 정권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 민족은 언제쯤 전쟁과 핵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답답했고, 씁쓸했고, 서글펐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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