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북한 고위층의 남한 방문이 있었다.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북한 대표단 격려라고 했으나, 그들의 깜짝 방문을 통해 남긴 언행의 여운을 두고 남쪽 언론은 여러 가지 추측과 의미를 더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방문은 과연 순수하게 북한 선수 격려가 목적이었을까? 그들이 청와대 안보실장과 만남은 단순히 의례적인 만남이었을까, 아니면 사전에 조율된 만남이었을까? 그들의 방문은 남쪽의 희망대로 과연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것인가?

희망 섞인 언론의 관측들은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정부의 정치적인 의도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해도 괜찮을 그 무엇이 있다는 말인지 국밍의 입장에서는 그 점도 헷갈린다.

▲ 지난 4일 남측을 방문한 북측 최고위급 대표단인 황병서(가운데), 최룡해(오른쪽), 김양건. ⓒ통일뉴스 갈무리

더구나 청와대 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이 북측 대표단의 방문 사실에 의미를 두고 언급했다는 소식이다.
남북관계라는 매우 민감한 사안을 두고 대통령이 단순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북과 어떤 교감이 이루어졌거나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중일까? 지금까지 남북문제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북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문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강조하는 양면성을 보였다.

mb정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핵화와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북의 붕괴를 압박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청와대 안보실장이던 김관진은 지난 해 국방부 장관 시절,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언급하면서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 전쟁의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으로 국민의 위기의식을 높이고자 했다.

또 최근에는 유엔을 방문했던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북을 압박하는 연설을 했다. 연설에 대한 북한 쪽의 반응은 매우 원색적이었다고도 했다. 우리 언론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을 보도했던 것도 엊그제였다.

한마디로 남북의 경색된 긴장은 도무지 풀릴 기색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 고위급의 방한과 더불어 경색된 분위기가 급속하게 반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어찌 혼란스럽지 않으며 앞날의 귀추가 궁금하지 않을 것인가?

더구나 북한 고위층의 방문 시 김관진이 보인 반응은 지금까지 보여준 언행과 180도 달랐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는 파격이었다.

거기에 청와대는 마치 북의 고위층이 면담을 기다린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 또한 지금까지 청와대가 북을 압박했던 태도와 달랐다는 점에서 어리둥절하게 했던 요인이었다.

국가 정책에도 순발력이 필요하며 가금은 예외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갑작스러운 고위층 방문은 예상 못한 사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청와대가 보여준 대응은 분명히 국민들이 깔끔하게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였다고 본다.

북 고위층이 오거나 말거나 지켜보았어야 했다는 말은 아니다. 통일부관계자들을 보내 접대하도록 하고 그들의 요청이 있을 시 만나는 것이 순서였다.

그런데 평소 북에 대해 각을 세우던 청와대답지 않게 순식간에 돌변한 모습을 보이고, 특히 대북 강경논자라고 불리는 김관진을 보냈던 태도는 결국 청와대가 자기모순을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최선의 정치는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신뢰감을 주기위해서는 집권자는 첫째로 정직해야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국가 간에도 최선의 관계는 신뢰에서 시작한다. 남북문제는 정권 차원의 정략적이고 1회적인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싫어하는 말을 골라가며 비웃다가 갑자기 호의를 보인다고 하면 바보 아닌 이상 믿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의도를 의심할 것이다. 지금의 남과 북의 상황이 그렇다고 본다.

고위층과의 단 한 번 만난 사실이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 mb정권 이후 남북간에 쌓인 불신이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 지난 4일 오찬회담에 마주한 남북 대표단. ⓒ통일뉴스 갈무리

이제 국민에게 불안감을 키웠던 전쟁에 대한 위기의식 조장이 정권안보를 위한 수단이었음을 모르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정부로 인해 남북관계 개선이나 통일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록 이번 남과 북의 접촉이 준비 없는 돌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남북한 정권 모두 남북문제를 서로가 정권안보 차원에서 이용하지 않고 나아가 남과 북 정권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논의로 발전시킨다면 민족 모두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제 남과 북이 상호 이해하고 화합하려는 노력을 보여야할 시기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평소 작은 교류부터 신뢰를 쌓는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에게도 그렇지만 국가 간에도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고 한다. 이제 남한은 남북의 인적 물적 교류를 막았던 5.24 조치를 해제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할 때라고 본다.

상대방의 잘못을 늘어지고 또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으라고 강요하는 언행은 폭력이나 다름없음을 알았으면 한다.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 전쟁은 결코 없을 것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겠으니 국민들도 안심하라는 믿음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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