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전문]

<전라도닷컴> 침탈로 이어진 ‘세월호’ ‘전라도’ 혐오
- '일베'식 언론사 침탈, 엄하게 다루어야 한다


월간지 <전라도닷컴>(www.jeonlado.com) 홈페이지가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의 침탈로 일시 문을 닫았다.

네티즌들은 <전라도닷컴>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노출된 세월호 특집기사 삭제, 2000년부터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온 게시판 독자마당 전체 삭제, 규모 파악조차 힘든 기사의 특정 주제어를 ‘홍어’로 바꿔넣기 등의 행위를 벌였다.

이번 사건은 일각의 무리들이 언론사의 편집권을 침탈하고 콘텐츠를 훼손했다는 그 자체로 충격적인 사건인데다, 세월호 참사로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상황을 충실하게 보도해온 언론사를 직접 공격하고, 특정 지역과 인물을 비하.혐오하는 발언과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이 일베 회원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일베 게시판에 전라도닷컴 관리자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공개되고, 일베 회원이 직접 글을 삭제했다는 무용담이 올라오는 등 집단적이고 동시적인 행동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전라도닷컴> 관리자에 따르면 8월30일 새벽 특정 시간 대에 약 2000명의 네티즌이 사이트에 동시 접속했고, 상당 숫자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통해 로그인했다고 밝혔다.

일베의 한 회원은 “8월30일 새벽 2시에 써진 게시물인데 이때 어떤 게이가 전라도닷컴 아이디랑 비밀번호 알아내서 일베에 올림, 근데 얼마안가 바로 삭제됐다 이후 운마가 쫄렸는지 일베나 짤게에 올라오는 전라도닷컴 관련 게시물 전부다 삭제해서 떡밥 진압, 가뜩이나 새벽 2시라는 글리젠 ㅎㅌㅊ 시간대와 마침 다른 떡밥 때문에 시끄러웠던지라 전라도 닷컴 떡밥은 그렇게 몇 분도 안 되서 묻힘”이라는 진행 경과를 올려놓기도 했다.

이들은 기사, 사진, 동영상 삭제 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편집하기도 했다. 홈페이지 탑뉴스에 “껄껄껄...”이라는 제목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게시하고, 그 아래에는 “응딩이 따습노~ 응딩이 따습노~”라는 제목을, ‘세월호 잊지않기’ 기획란에는 “[속보]김대중 전 대통령 부활”, ‘진실마중 사람띠 잇기’ 부분에는 “ya feel so good. 야 기분 좋다”는 제목을 붙여 편집했다. 일정 시간 후에는 탑뉴스에 “홍투더어투더뱅뱅” “고무통현대정령 사망”이라는 제목을 달아놓기도 했다.

혐오 발언은 인종, 종교, 젠더, 연령, 장애, 성적 지향 등을 근거로 선동, 모욕, 조롱, 위협하는 발언으로 개인 또는 집단을 공격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정도로 정의된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발언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공론장에서 다투어지는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모든 혐오 발언을 제약하고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여전히 남는 문제다.

그러나 일베식 혐오 발언은 특정 지역, 역사적 사건의 피해자, 사회적 소수자 등을 향함으로써 혐오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가 다반사로 지속적인 사회 문제를 야기해왔다.

지난 종편(TV조선.채널A)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은 방송통신심의위가 관련자 징계와 경고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고, 일베 회원들의 5.18 유족 모욕은 형사 고소된 사례도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특정 언론사의 ‘세월호’ 기사와 ‘전라도’라는 문화적 콘텐츠를 직접 공격했다는 점에서 혐오의 내용 문제와 함께 혐오의 행위 문제가 더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사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편성.제작 및 편집권을 갖는다. 지금 언론과 언론사가 사회적 공기로서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고유하게 부여되는 권한이다.

이번 사건이 일베 회원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같은 언론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고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간과할 일이 아니다. 일베 회원들이 일베 사이트에서 혐오 발언을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일베 회원들이 언론사 아이디와 비번을 입수하고 공개함으로써 동시적이고 집단적인 언론사 침탈 및 혐오 행위를 한 것이라면 사태의 경중은 구별되어야 한다.

따라서 경찰은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야 하고, 지역 언론사와 언론 관련 단체.기관들이 이 사태를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더군다나 온 국민이 아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와 오랫동안 전라도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축적된 콘텐츠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혐오 발언에 관한 규제의 사회적 공론화가 불가피하다.

2014년 9월 2일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 남궁협.신성진.이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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