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를 대신하여 기소권을 가진 법 정의의 수호기관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권력의 하수인, 떡값, 성접대, 사생아, 밴츠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까닭은 그간 일부 정치 검사들이 기대보다 정권의 들러리 역할을 함으로써 검찰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제주 지검장의 공연 음란죄가 신문과 방송에 주요 뉴스가 되고 있음을 본다. 입에 담기 민망한 이야기가 민망하고, 우리 사회의 지도급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랬을까 하는 안타까운 점도 있다.

▲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공연음란행위가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점 그리고 특별히 타인에게 끼친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보지만 지난해 강원도에서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던 검찰 간부나 혼외자녀 문제로 검창총장에서 물러난 인간들을 상기해보면 일부 검사들이 성에 대한 의식구조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검장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를 보는 국민들에게 야릇한 상상력이 더해져 거의 저급한 코미디 수준으로 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다른 범죄에는 깜깜했던 경찰이 지검장의 퇴근 후 동선을 시간대로 조사하여 발표한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초기에 자신의 신분을 숨긴 검사장도 잘한 것은 없다.

그러나 경찰이 cctv까지 동원하여 지검장의 행적을 낱낱이 공개하고 의혹을 부추긴 사실은 지검장 개인은 물론 검찰 전체를 망신주려는 의도로 보여 지나쳤다고 본다.

하여튼 경찰의 수사, 그리고 언론의 보도로 인해 검찰은 ‘음란 검찰’ 혹은 ‘성도착 검찰’이라는 불명예를 더한 꼴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제주 지검장의 민망한 사건과 함께 지난 4월 16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도 국민의 발칙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빅 이슈'가 되고 있음을 본다.

대통령 비서지실장이라는 김아무개의 국회발언과 조선일보의 칼럼을 기초로 작성했다는 산케이 신문의 기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국민들조차 야릇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음을 본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사생활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 수 없으나 4월 16일은 평일이었고 사라진 시간이 공무원으로서 근무 시간이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소위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행적을, 그것도 장장 7시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니, 비서실장이 무능했거나 아니면 뭔가 감추고 있다는 말밖에 아니었는데 그 말을 기자들이 놓치고 싶었을 것인가?

그렇게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행적을 모른다고 했다는 사실이 의혹을 키운 불씨가 되었다면 거기에 조선일보의 기사는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지 않았나 싶다.

그걸 바탕으로 일본 산케이신문은 우리 언론이 금기로 삼는 정아무개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대통령의 품위와 나라의 국격을 실추시키는 기사를 거리낌 없이 노골적으로 써버린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청와대는 그날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으며, 새누리당 어떤 의원은 30여회의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들러댔다.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의 행적은 국가비밀이라는 봉건 시대적인 발언으로 언론을 우롱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날 경내에 있었다면 그곳이 어디였으며 누구와 있었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또 30여회의 보고가 있었다면 보고자는 누구이며 시간대별 지시사항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30명이 죽어간 사건보다 긴급한 현안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입을 다물었다.

비서실장도 모르는 대통령의 행적, 보고 내용이나 지시 사항의 내용도 밝히지 않는 태도, 거기에 산케이 신문의 의문을 부추기는 기사는 논리적으로 조합 불가능한 억측만 키우고 말았던 셈이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이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성인(聖人)일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특히 여성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히 순결한 성녀이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미혼으로 살았고 그 점 때문에도 많은 국민들의 동정표를 모을 수 있었다고 본다.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구구한 억측일지라도 뭇 사람들과 특히 일본의 언론에 발칙한 상상으로 편집되는 기사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에 대한 이상한 소문의 농도는 더 짙어지는 것 같다. 국제적으로도 일본은 물론 이웃나라에서도 적잖은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동거하던 여인과 헤어지고 새로운 연인과 만났다는 프랑스 대통령의 사생활에 관한 뉴스는 우리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사건이었음에도 프랑스 국민들이 문제 삼지 않았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 나라의 문화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우세했다.

그러나 우리 문화는 아직도 남녀관계에서 모노가미 외에는 일탈로 인정하여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현직 검찰총장이었던 채 아무개의 혼외자녀 문제가 터지자 자리를 물러났던 사실도 그런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혼인하지 못한 처녀로 살았다는 여성 대통령이 야릇한 소문에 휩싸였으니 어찌 호사가들의 입이 조용할 것인가?

그럼에도 현재 언론의 보도 태도는 물론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의혹을 은근히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산케이신문 기사에 법적 대응하겠다던 청와대는 한 발 물러섰고, 당장이라도 산케이신문을 추방하는데 앞장 설 것 같던 극우 집단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청와대는 침묵도 국민의 발칙한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다. 사실 지난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치적 비판이 꽉 막힌 우리사회에서 국민들의 대화는 정상적인 시사 토론을 막았다.

그렇다보니 ‘유비통신’ 혹은 ‘카더라방송’이라는 기형적인 소문이 은밀하게 나돌았던 적이 있다. 풍자와 조롱이 국민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진지하고 진솔함을 몰아냈으며, 한편에서는 정권의 통제를 벗어나고 억압으로 인한 긴장을 푼다는 의미에서 edps라는 약자로 불려진 음담패설이 대화의 한 장르를 이루기도 했다.

정권 안보를 위한 강압적인 언론 통제가 만든 사회현상이었는데, 정권을 비판하다가 지하실에 글려가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되었던 슬픈 우리 세대의 자화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다르다.

스마트폰의 가공할 위력은 전방과 후방의 구분을 없앴고 남녀노소의 강을 뛰어넘어 국경의 산맥을 넘어 순식간에 교감이 이루어지고 인간의 관심을 끌 이야기는 초를 다투며 확산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SNS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판매량이 달라지고 여론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국제적인 외교와 전쟁까지도 SNS의 활용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정부 당국자들은 전 제주 지검장의 사건에서 보았듯이 우리 국토의 곳곳에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설치된 cctv의 위력을 들먹이며 [1984년]이라는 소설처럼 전 국민의 일상을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cctv를 많이 설치해도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70년대 사고를 가진 인간들처럼 SNS 시대를 바로보지 못하고 언론의 조작과 선전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지금의 정부에 있다면 커다란 실수임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감시와 통제가 심할수록 그걸 극복하고 무력화시키려는 발칙한 상상력은 진화하고, 상호 전달하는 수법은 교묘해진다는 사실은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사고를 가진 전형적인 인물이며 이번에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의혹의 불씨를 제공한 김아무개는 비서실장으로 무능했음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대통령을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해야 한다.

검찰은 조선일보에 칼럼을 쓴 기자도 소환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산케이 신문의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외교 문제 걱정에 앞서 뿌리 깊은 반한 감정을 바탕으로 추측 기사를 내보낸 산케이신문에 대한 응징도 이루어져야한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능하고 개념 없다는 비판은 들을지라도 사생활에 대한 의혹으로 인해 비난에 휩싸이는 것을 원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지금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제주 전 지검장 사건과 겹쳐 성적 호기심이 강한 중 고등학생들 사회까지도 확산 추세에 있다는 소식이다.

솔직하지 못한 의혹은 은밀한 곳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이 있다. 결국 의혹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만 모르는 이야기가 되어 인구에 회자하는 꼴인데 청소년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이다.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침묵과 시간 끌기로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나서기에는 민망한 일이다.

김아무개가 진정한 비서실장이라면 물러나기 전에 목숨을 걸고 대통령에게 쏠리는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윤일병 타살사건, 대통령이 실종된 대한민국의 7시간, 전 제주 지검장의 공연 음란 행위, 대통령에 관한 추문 기사 ….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볼 것인지.
참, 우세스럽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