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그의 손을 잡아야 한다.

국가권력이 국민의 죽음을 지켜보기만 했던, 문명 세상에 보기 어려운 참사. 2014년 4월 16일은 대한민국의 수치요 치욕적인 날이었다.

그날 대통령은 7시간의 불투명한 행적 끝에 나타나 “구명조끼…”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스스로 무안했던지 진도를 찾았고, 모든 책임을 다해 진실을 밝히고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했다.

다시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진상 규명은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고 해경이라는 국가조직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모든 논의를 국회에 떠넘기고 자신이 했던 말도 잊은 채 세월호 참사 자체를 잊은 듯 했다. 국민을 설득하고 다독이면서 해결하는 노력을 보였어야했는데 오히려 피해 다니는 모습만 보였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제(20일)는 37일간의 단식 끝에 지팡이에 의지하여 대통령 면담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청와대에 갔던 [유민의 아빠]를 문 앞에서 내쳤다.

언제든지 유가족을 만나겠다던 전날의 약속이 스스로 거짓이었음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유민이 아버지]에게 보여준 교황의 모습은 파격이었다.

이 땅을 밟으면서 먼저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했던 교황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교황이 보여준 몸의 언어는 보는 사람들에 깊은 감동이었다. 이후 미사시간에도 교황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더니 16일에는 행사장으로 가던 도중 차에서 내려 [유민의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주며 위로하고 그가 건네준 편지를 직접 챙겨 주머니에 담았다.

모든 언론은 그런 교황의 모습은 세계인들에게도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항에서도 유가족들에게 위로 한 마디 없이 교황의 뒤에 모습을 감추었던 대통령은 아직도 목숨 걸고 단식하는 [유민의 아버지]를 외면한 것이다.

자신의 약속이 지방 선거와 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권안보를 위한 응급조치였을 뿐,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으로 했던 약속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유민의 아버지]의 단식은 멀리서 듣고만 있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랑하는 자식이 왜 죽어야 했는지 그걸 알고 싶다는 아버지의 목숨을 건 절규를 외면하는가?

무엇을 감추고 싶은가? 공개해서 안 될 것들이 그렇게도 많단 말인가? 국민의 의혹과 분노를 키우고 있음을 모른단 말인가?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많이 주는 것을 문제 삼는 인간들도 있다.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 입학의 기회가 부당하다고 거품을 내뿜는 악플들도 있다. 돈으로 막으려는 정부와 새누리당도 그렇지만 그런 사실에 배 아파하는 인간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어찌 잘못된 일인가? 단원고 생존 학생들 특례 입학을 허용한다고 무엇이 그리 큰 문제란 말인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설사 유족들의 요구가 조금 과하다고 한들 국가의 부실한 대처로 인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처지를 왜 생각할 줄 모르는가?


대통령이 유령처럼 사라진 7시간의 대한민국. 청와대가 음습한 유령들만 가득한 곳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운운” 하는 못 된 국회의원이나 단식하는 유가족을 노숙자 취급하는 국회의원도 있다는 소문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청와대가 조정하는 대로 춤을 추는 영혼 없는 국회의원들의 소굴만은 아닐 것이다.

청와대에 몸담은 사람들과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에도 교황의 방문과 교황이 남긴 메시지를 보고 들으며 뜻을 새긴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여긴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선 [유민의 아빠]를 살려야 한다. 그리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유가족들을 봐야 한다. 잘못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감춘 것이 있다면 사실대로 털어놔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병든 사람들, 삶에 지친 사람들, 희망을 잃은 서민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새정치하겠다던 국회의원들에게도 한 마디 남기고 싶다. “당신들은 진정한 야당이 아니다!” 라고.

끝으로 [유민의 아빠]에게 간곡하게 당부하고 싶다. “살아서 싸웁시다.”라고.

아픈 날들이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외적의 침략 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정치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201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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