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대한 우리의 기대

방금 전화가 왔다. 광주에 있는 인터넷신문 <광주in>을 운영하는 이상현님이었다. 이상현님 말씀이, 오늘 14일부터 18일까지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들과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로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걱정하는 발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나가고 성령기도회에서 오르간 반주를 해 드리는 열성을 부리기도 한다. 또 신자들 가운데서 나만큼 성서공부를 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 나마저도 그리스도교 2000년 역사가 인류역사에 얼마만큼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회의적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며칠 전에 일기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예수의 실제 후계자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 눈에는 베드로 사도와 요한 23세 교황과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 정도가 예수를 어느 정도라도 닮은 사람으로 보인다.

예수의 후계자였던 베드로도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사형을 당했다는 전설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이번에도 그야말로 황제 행차다. 

예수의 실제 후계자들이라면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금도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 즉 모든 사람과 모든 존재가 함께사는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이름도 명예도 없는 정도가 아니라 치욕스럽기 그지없이,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하고 사형을 당했고 당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숱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실제로 계승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 흔히들 이단으로 취급할 것이다.

로마 주교를 우리나라에서는 ‘교황’이라고 부르지만, 외국에서는 자녀가 아버지를 부르듯이 ‘파파’(아빠)라고 부른다. 그리고 교황들은 스스로를 ‘종들의 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교들은 신부들의 ‘종’이요 신부들은 신자들의 ‘종’이요 교황은 그런 ‘종들의 종’이라는 뜻이리라.

그런데 역사상, 여태까지도, 교회의 성직자들은 신자들 위에 군림해왔다. 그런 그리스도교가, 그런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종노릇을 제대로 해왔는지, 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하고 회개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지난 13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하루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교황 요한 23세는 교회를 세상 안으로 들어가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런 요한 23세의 바람을 저버린 채 그 뒤로 교회는 후퇴를 거듭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해방신학의 본고장 라틴아메리카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을 없애고 싶은 사람이다. 가난 자체를 없애고 싶은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친해지고 서로 위해주면서 모든 것을 나누고 바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함께사는세상을 열어놓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염원대로, 오늘부터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국민들더러 세월호처럼 침몰해가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한시바삐 구출하라는 간절한 당부를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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