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주일 새벽미사에 다녀왔다.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이다. 광주대교구 주보 [빛고을] 1면 맨 위에 실린 ‘사진으로 떠나는 성지순례’ 난에 성 베드로 성전 사진이 실렸다. 화려한 대성전이다.

나는 옛날부터 성지순례에 관심이 없었다. 로마나 유럽 성지순례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 신자들 대부분이 나처럼 관심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유럽 성지순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는 고향집을 떠나기 전에 30년 동안 장인(목수)으로서 동내 온갖 허드렛일을 하고 살았다. 집을 떠나서는 죽임을 당할 그날까지 마땅히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었다.”(마태 8,20)

예수는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에 앉아 유다 백성을 다스리는 종교지도자들과 대결한 끝에 죽임을 당했다.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 당신 몸이 성전이라고 주장했다. 당신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공동체가 성전이라고 주장했다. 예루살렘 성전을 이용하여 치부를 하던 종교지도자들로서는 그런 예수가 위험천만이었다. 그래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예수의 제자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도 예수와 똑같은 주장을 펴다가 종교지도자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귀하디귀한 하느님의 똑같은 자녀라고 주장하고 그 주장대로 살던 초기 그리스도인들도 박해를 피해 지하동굴(까따꿈바)로 피해 다니다가 죽임을 당하곤 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서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사도 4,32-33)

그런 가운데서 신자들의 공동체가 유럽 여러 곳에 세워졌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이 하느님의 성전이었다. 신자들의 공동체들이 하느님의 성전이었다. 그 공동체들은 집으로 돌면서 모여 하느님을 찬양하곤 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들(그리스도교)은 313년 로마제국 콘스탄티누스가 밀라노 칙령으로 종교자유를 허용한 이래, 테오도시우스 1세 때인 380년 2월에 '가톨릭 신앙에 대한 칙령'(De fide catholica)의 반포와 함께 그리스도교가 제국의 공인 종교가 됐다.

이로써 300년간의 혹독한 박해를 이겨낸 그리스도교는 제국교회, 국가교회가 됐다. 그 이후로 제국의 권력과 결탁한 그리스도교는 노예들을 동원하여 천년 가는 대성전들을 세우는 등 위세를 떨쳤다. 서구에 이른바 ‘그리스도교세계’를 건설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예수는 살아생전에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고 단언했다. 그리스도교는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이래 오늘날까지 근 2,000년 동안 그런 예수의 말씀을 배반해오고 있다. 그런 그리스도교는 천주교가 되었든 개신교가 되었든, 예수의 몸이 아니다. 하느님의 성전이 아니다. 예수를 따라서 예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니다. 하느님의 성전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로도 그리스도교는 ‘무제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와 결탁하여 그에 기생하고 공생하고 있다.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재물을 섬기고 있다. 그런 그리스도교, 대성전과 대교회당을 짓고 사는 그리스도교 신자들,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기본적으로 예수의 몸이 아니다. 하느님의 성전이 아니다.

예수는 자기를 죽이려 하는 종교지도자들더러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라고 말했다. 화려한 예루살렘 대성전이 하느님의 성전이 아니니 허물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몸이 몸소 성전이 되겠다고 한 것이다. 대성전이 아니라 사람 몸을 성전이 되게 하겠다고 한 것이다. 자기를 따라서 자기처럼 사는 각 사람, 그런 사람들의 공동체들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천지신명)의 성전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공동체인 사회와 나라와 세계가 천지신명의 성전이 되어야 한다. 천지신명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물을 섬기는 사람과 사회와 나라와 세계는 천지신명의 성전이 아니라 악령의 거처요 악령의 소굴이다. ‘무제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와 신자본주의를 섬기는 사람과 사회와 나라와 세계는 악령의 거처요 악령의 소굴이다.

그러니 천지신명의 성전이 되고 싶은 사람과 사회와 나라와 세계는 먼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허물어야 한다. 그러면서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그래서 그들 가운데서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사도 4,32-33) 천지신명의 사회와 나라와 세계를 하루빨리(사흘 안에) 건설해야 한다. 그것만이 모든 사람과 사회와 나라와 세계가 성공하여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차원으로 건너가고 승화하는 길 아닐까?

예수의 성전, 천지신명의 성전은 어디에 건재하고 있을까? 

‘무제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악령은 오늘날에도 자기 화신들인 1%의 자본가들로 하여금 날마다 10만 명의 사람들을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대량살육하게 하고 있다!

옛날 광주 살레시오 중고등학교에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선교를 하는 이태리인 원선호 신부는 “예수는 종교를 세운 것이 아니다. 종교를 허물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살기만을 소망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사람의 한계와 하찮은 것 같아도 존귀함[평등한 인권]을 인정하고, 죽음을 맞대면하고 사는 사람은 모두 똑같은 종교인이라는 말뜻이었음을 이제야 조금은 알아들을 것 같다.

**<도서출판 일과놀이>는 모든 사람이 서로 아끼고 섬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