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누가 어떻게 죽였는가?

팽목을 찾은 그네는 무한책임이라는 말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그리고 구조 현장을 찾아 잠수사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청와대 홍보팀은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마치 위험을 무릅쓴 용기로 포장하고 싶었으리라.
어떻게든 지지율을 만회하고 다가오는 지방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국면 전환 카드가 필요했으리라.
청와대의 의도에 부응하여 공영성을 상실한 정부 지배의 언론들은 부지런히 사고 현장의 그림을 뉴스마다 내보냈지만 청와대의 얄팍한 의도를 간파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실종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남김없이 찾아 그 가족들의 품에 안겨주는 일이다.
그리고 무조건 정부의 책임자로서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함께 아파해주는 일이다.
또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일이다.

책임자 처벌은 원인 규명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네는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면서 가칭 ‘국가안전처’라는 기구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명백한 살인행위.
나는 세월호의 침몰을 그렇게 정의한다.
노후선박의 도입, 불법개조, 화물 과적, 안전교육 미흡, 그리고 승객을 버린 선원들의 탈출, 해경의 갖가지 은폐 의혹, 계획성 없는 정부의 대응 … !

못된 인간들의 탐욕과 그런 인간들을 방조한 정부의 법과 제도가 총체적으로 합작했던 살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연히 정부의 책임자인 대통령은 머리를 숙이고 사죄부터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5월5일 jtbc는 9시 뉴스에 세월호에서 보낸 고 박수현군의 마지막 편지를 공개했다.
4월16일 오전 10시 11분.

이미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탈출하고 20분이 지난 시간. 그 시간까지 아이들은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물이 차오르는 선실에 살아남아 있었던 것이다.

베드룸 B-19.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어렵게 버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그런데 어른들은 기다리라고 해놓고 먼저 도망치고 구조해야할 해양경찰은 선원들만 대피시킨 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니!
직접 총을 쏘고 목을 조이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다.
그게 살인이다.

선장과 선원들의 고의에 의한 살인.
해양경찰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
불법과 부정과 태만을 방조한 정부에 의한 살인이었다.
가슴을 치고 또 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모든 방송은 세월호의 흔적은 지우려한다.
아직 우리가 죽인 아이들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화려한 쇼를 내보내고 있다.
어느 방송사의 보도국장이라는 인간은 방송 중에 검은 옷을 못 입게 했다더니 다시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치를 들먹이면서 세월호 사망자를 비교했다고 한다.

국민을 ‘미개인’이라고 했던 어떤 인간의 의식구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네를 팽목으로 보낸 청와대의 인간들과 통하는 부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정부의 요직에 앉아 세월호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길만 찾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세월호에서 마지막 남긴 아이들의 사진은 더 있을지 모른다.
그 아이들이 남긴 마지막 소식이 있다면 더 공개하는 것도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언론은 지금까지 jtbc에 공개된 아이들이 남긴 영상을 jtbc의 협조를 얻어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은 우리의 또 다른 아픔이요 부끄러운 자화상일지라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없기를 바라는 다짐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속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세월호는 일차적으로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밝힌 사이비 종교인들, 그리고 그런 종교를 앞세운 기업인들, 그 하수인들, 그리고 선원들이 저지른 살인이다.
거기에 국가 기관의 방조와 묵인.

대통령은 베드룸B-19에서 한 학생이 남긴 사진과 그 사진을 찍고 있었을 시간 밖에서 어른들이 했던 일을 다시 짚어보기 바란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