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별이 빛나는 밤에
[이기명 칼럼] 별이 빛나는 밤에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4.04.12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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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만든다. 달라고 하지 말라

방울소리를 내며 매가 내려 꼬치면 꿩이란 놈은 풀숲에 머리를 쳐 박는다. 그러나 궁뎅이는 다 들어나 있다. 제 정신이 아닌 것이다. 머리만 감추면 다 된다는 어리석은 행동이 바로 미물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미물뿐일까. 급하면 만물의 영장도 제 정신이 아니다. 춘향전의 어사출도 장면을 보자.

이도령이 변사또 잔치에서 시 한수를 읊은데 언제 읽어도 좋다. 탐관오리야 닭살 돋겠지만 말이다.

金樽美酒千人血 (금잔미주 천인혈)
玉盤嘉肴萬姓膏 (옥반가효 만성고)
燭淚落時民淚落 (촉루락시 민루락)
歌聲高處怨聲高 (가성고처 원성고)

어떤가. 탐관오리와 부폐 벼슬아치들의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았겠는가. 이어서 이몽룡 어사또의 암행어사 출두가 떨어진다. 그 다음 광경을 한 번 보자.

'달 같은 마패(馬牌)를 햇빛 같이 번듯 들어 암행어사 출도(出道)야! 외치는 소리. 강산이 무너지고 천지가 뒤눕는 듯, 초목금수(草木禽獸)들 아니 떨랴. 암행어사 출도 소리 청천에 진동하고….''

이 때 잔치에 초대됐던 벼슬아치들이 도망을 치는데 신발을 거꾸로 신는 놈, 맨상투 바람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당나귀는 거꾸로 탄다. 요즘 같았으면 어땠을까. 불만 했을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게으름 피라는 말이 아니고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말이다. 무인기가 너무 깨끗하다니까 흙칠을 한다는 따위에 바보짓은 웃음거리다. 집에 불이나면 빨리 꺼야 한다. 그러나 물을 끼얹어야 할 곳에 기름을 뿌려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냉정함이다.

무인기가 산 사람 잡아

요즘 별들은 장난감 비행기를 보지 않는단다. 무서워서다. 무인기로 서울 영공이 뻥 뚫리고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에 12초를 머물러 촬영을 몽땅 했다니 청와대 경비를 맡은 별들이 빤쓰를 많이 버렸을 것 같다.
우리는 검은 선그라스에 파이프를 물문 멋드러진 장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맥아더 장군이다. 맥아더가 ‘뭐라캔는지’ 아는가.

‘패전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를 잘못한 장수는 용서가 안 된다.’

▲ 지난달 24일 파주에서 발견됐다는 무인기. 사진=국방부

조금 멀리 가보자. 전쟁이 나면 평양에서 점심 먹고 압록강에서 저녁을 드신다는 별들의 장담을 기억한다. 아니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전방 초소에서 북한군이 귀순을 하려고 노크를 하는데 문이나 제대로 열어 주었는가. 아마 귀순할 부대를 찾아 북한군이 서울까지 와서 기무사령부를 찾아가서야 귀순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망상에 젖는다.

경계가 갖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적의 침투를 몰랐을 때는 총 한방 못 쏴보고 전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총 한번 못 쏴보고 당하는 것만큼 치욕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서해안에서 한미연합군이 해상훈련을 하고 있는데 북한 반잠수정이 침투해서 천안함을 두 동강을 내고 도주해 46명의 우리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군은 뭘 했나. 이토록 경계능력이 없는가. 고스톱 치고 있었는가. 그러나 천안함 폭침 사건 후 처벌받은 별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는가. 기왕에 당한 일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것인가.

(참고로 천안함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군형법이다.)
경계, 정보, 작전, 지휘통제의 실패와 관련된 24조(직무유기)와 35조(근무태만) 1항 지휘관 또는 이에 준하는 장교로서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적과의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 전투준비를 게을리 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계통은 천안함 함장을 비롯한 제2함대 사령관, 합참의장, 국방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때 했는지에 따라서는 그 범위가 더 넓어질 수도 있다.(한겨레21 제812호 참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청와대가 어디인가. 한국의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이다. 국군의 최고통수권자가 상시 거주하는 곳이다.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북한 무인기가 폭탄이라도 달고 와서 투하했다면 어쩔 뻔 했는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별들은 몰랐다고 오리발만 내 밀 것인가.

국민들이 들끓었다. 도대체 별들은 등걸장뱅이만 있는가.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무인비행기를 북한산에 파주에 삼척에 맘대로 날리는데 우리 국군은 뭘 하고 있느냐. 심마니가 발견해 신고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계신가.

국방부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암행어사 출두야’가 아니라 ‘북한무인기가 떴다‘에 분노한 국민 여론에 혼비백산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러나 하는 꼴을 좀 보자. 뭐 북한이 무인항공기’를 띄웠어? 우리도 비장의 비밀무기가 있다. 한 번 보겠느냐. 이런 배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군사기밀을 공개했다. 송골매다.

국방부는 8일 우리 군의 첨단 무인정찰기 '송골매' 등의 대북정보 수집 능력을 공개하며 하늘로 이륙하는 장면까지 시연했다. 국방장관 경질론까지 초래한 ‘북한 무인기’에 비해 우리 군도 안보역량이 뒤질 거 없이 탁월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나 군의 극비사실을 공개하는 게 어느 나라 군의 상식에 부합이 되는가. 장개석 군대식인가.

야당은 "간첩조작사건에 당황한 국정원은 탈북자신문센터를 공개하고, 청와대 영공사진을 흘리는가 하면 무인항공기에 놀란 국방부는 우리 무인기 송골매와 성능 영상정보 수집능력 밝혔다"면서 "북한에 놀아나는 우리 정부? 이러니까 국민들은 안보가 불안하다"라고 했다. 궁뎅이에 흉터 있다니까 빨가벗은 모양새다.

북한은 무인비행기 몇 대 띄우고(몇 대인지 알 수가 없음)우리 군의 첨단무기인 ‘송골매’의 정체를 속속들이 파악했다. 송골매가 통곡을 하지 않았을까. 송공패가 울화가 치밀어 자기 이름 쓰지 말라고 하지 않을까.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천 만 원만 들이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북한 무인기’가 호랑이인가. 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나 더욱 큰 문제는 넋이 빠져 갈팡질팡 어쩔 줄 모르는 우리 군이 더 두렵다.

어깨에 빛나는 별

별은 빛난다. 언제 어디에 있어도 별은 빛난다. 푸치니의 가곡 ‘토스카’에서도 별은 ‘아리아’로 빛난다. 지금은 오염된 하늘 때문이지만 맑은 날,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노래를 불렀던가. 별은 희망의 상징이다.

청와대에 별이 몇인가. 국정원에 별이 몇인가. 김장수 안보를 비롯해서 국정원장 청와대 경호실장. 국방장관, 등 등. 그들의 어께에는 별이 네 개씩씩이나 번쩍였다. 무한한 동경의 대상인 별을 네 개 씩이나 달았다. 얼마나 믿음직한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무인기에 노출됐고 정밀한 청와대의 사진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는 엄중한 국가의 비상사태다. 그럼 우리의 대응자세는 어떤가. 무인기가 넘어 온 즉시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김관진 국방장관은 무인기 침투를 9일이 지나서야 보고 받았다. 극비군사 무기인 ‘송골매’를 공개하고 성능시험까지 했다.

군은 명예를 먹고 산다. 별은 명예의 상징이다. 별의 명예가 줄줄이 추락한다. 그들의 명예만이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가 추락한다. 왜들 이러는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이러지 않았다.
사람이 아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일관된 충성, 그것이 군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 외에는 한 눈 팔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는 물론 군의 명예도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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