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육사 3년생도 ‘남순신’의 명예
[이기명 칼럼] 육사 3년생도 ‘남순신’의 명예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4.04.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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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나라와 대통령을 위하는 국정원장

이건 정상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세상도 아니고 정상적인 인간의 생각도 아닙니다. 생각하고 말고도 할 것이 없습니다. 정상적이지 아닌데 생각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한 마디로 이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면 인간의 보편적 생각이 행세를 해야 합니다. 비정상이 정상을 누르고 정상인 듯 행세하는 세상에서 정상적인 인간은 살 수가 없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 님

당신이 취임한 이후나 이전을 일일이 거론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다 알고 당신도 알고 국민도 알고 있습니다. 굳이 취임 전을 말하고 싶으면 당신의 전임인 원세훈 국정원장이 법정에 서 있다는 사실과 그가 한 진술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자신의 건강을 배려해 달라는 애원에서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궁금합니다. 왜냐면 묻는 사람이 바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몰랐을까요.

▲ 지난해 7월 28일 국정원 규탄 범국민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정원 해체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미디어오늘 갈무리

당신이 취임하던 때를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너무나 기대가 컸기 때문이겠지요. ‘육사 3년생도’라느니 ‘남순신’이라는 표현들이 어떤 의미에선 꽉 막힌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나는 그것이 바로 원칙주의자라는 또 다른 표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원칙주의자란 원칙을 지킨다는 그것만으로 무조건 찬양받는 것이 아니라 원칙이 잘못됐다고 깨달으면 지체 없이 잘못된 원칙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은 바로 사회적 통념이며 상식입니다. 상식을 뛰어 넘는 원칙은 없습니다.

원칙주의자는 상식인입니다. 공직에 몸담은 원칙주의자는 책임을 지는 원칙주의자입니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 그것은 사이비 원칙주의자입니다. 지금 당신의 행동이 원칙주의자의 행동인지 스스로 물어 보십시오. 비상식과 비정상인 행태들을 일일이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일까요. 아무리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해도 국민은 언론의 행간에서 국정원의 행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상식을 뛰어 넘은 행동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무오류는 신의 몫이며 오류를 범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류투성이의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오류를 범하는 것은 신인들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알고 범하는 오류는 용서가 안 됩니다. 용서해서도 안 됩니다. 인간의 본성을 망가트리는 야만적 행위는 스스로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원칙주의가 작금의 목격되는 인간성 파괴로 무너진다면 당신 스스로를 위해서도 아픈 일입니다. 왜냐면 당신은 원칙주의자니까요.

초등학교 시절, 연필 한 자루를 훔쳤다는 억울함으로 창문에서 몸을 던진 친구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절망적인 그 애의 얼굴이 선명하게 살아남아 있는 것은 죄 없는 죄인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 애의 영혼은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독재라면 진저리 처지던 시절에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악행은 애국이란 이름으로도 덮어질 수도 없고 면책이 될 수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잘 알 것입니다. 아무리 애국이 대단한 가치라 하더라도 죄 없는 인간에게 고통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런 짓을 할 권한이 없습니다.

죽음은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억울하게 죄인이 되고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사람들을 돈으로 보상을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30년 40년이 지난 오늘에 무죄가 됐다 하더라도 죽은 목숨이 살아 올수도 없고 죽은 자의 가족들의 한일 풀릴 리도 없고 죽인 자의 죄가 사라질 리도 없습니다.

남재준 원장 님

중앙정보부라는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죄가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무서웠습니다. 무조건이었습니다. 무조건 무섭다는 것은 중앙정보부가 법위에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옛날 힘 있는 국회의원이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자신의 상표와 같은 콧수염을 뽑혔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작가들이 이문동 청사에 가서 반공교육이라는 것을 받을 때 느끼던 음산한 분위기와 느낌도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김삿갓 북한방랑기'를 쓰던 반공작가인 나도 죄 없이 무서웠습니다.

국정원장에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쓴다는 생각을 옛날 같으면 꿈이나 꿨겠습니까. 지금도 글을 쓰면서 마음 졸입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씁니다. 자기검열이라는 게 얼마나 창피한 것인 줄 잘 아는 작가라는 자가 지금 자기검열을 하면서 글을 씁니다. 이해하실 겁니다. 지금도 국정원 직원이라고 하면 앞에 장막을 치고 대화를 하는 국민이 대부분이지요. 그 이유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게 모두 정상이 아닙니다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 것이 바로 비정상이지요.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 좋아졌다고 하는 인사를 봤지만 가슴에 서리는 슬픔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간첩을 아무리 많이 잡아도 불신을 당하면 의미가 사라집니다. 날조된 간첩이라고 판명이 되고 날조한 국정원 직원이 구속이 됐는데도 개인적 일탈이라는 변명을 국민이 믿어주리라 생각하는 순진한 남재준 원장은 아니겠지요.

사람이 어찌 실수나 과오가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럴 경우 지체 없이 사과를 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합니다. 건성으로 사과를 하면 국민은 더욱 화가 납니다. 원칙주의자라면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하고 그것은 국민들이 즉시 느끼게 됩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과 신뢰는 남다르다고 합니다. 그 보다 다행이고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신임과 신뢰와 과오에 대한 책임은 다릅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신뢰를 한다 해도 책임 질 일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소인배들의 생각입니다. 잘못이 있으면 대통령이 아무리 만류를 해도 자리를 떠나야 하며 그것이 바로 충성이고 애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통령이 붙잡아서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인가요.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내던 당신을 생각합니다.

혹시 자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국정원의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인가요. 그럴 리는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잘못입니다. 그런 오만이 바로 독재의 씨앗입니다. 남재준 원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나도 뒤를 이어서 국정원을 이끌어 갈 인재들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사람 없는 나라가 아닙니다.

민심의 이반을 가져 온 일련의 국정원 관련 사건을 국정원 전체의 일탈이라고 국민이 믿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지요. 국정원의 그 많은 인재와 준재들이 지금 참담한 심정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못 느끼시는지요. 지금 유우성 씨 사건이 국정원 4급 요원의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바로 오늘의 국정원이 과거 독재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공포로 국민이 떨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십시오. 국정원이 할 일은 죄 없는 국민들을 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간첩들을 떨게 하고 자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남재준 원장 님

원장님이 취임했을 때 아 이제 진짜 국정원장 깜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 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습니다. 그냥 이름만 건 그런 후원회장은 아니었습니다. 남재준 원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당신을 안타까워합니다. 왜 그러는지 당신은 잘 아실 것입니다. 당신의 애국심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일일이 물어 볼 수도 없습니다. 상식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남재준 원장 님

우리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50년대 말에는 전쟁을 겪은 청소년들에게 애국심은 너 나 할 것 없었으며, 가정형편은 가난하지만 머리 좋은 친구들이 모두 사관학교를 지망했습니다. 사학의 명문인 배재고를 졸업한 당신의 육사지망도 바로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원칙주의 때문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정원은 정권의 국정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정원입니다. 국민의 국정원입니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국정원이 아닙니다. 멀쩡한 국민을 간첩으로 날조하는 국정원이 아님은 말 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요. 간첩날조가 들어났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과거의 죄악이 지금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전직 국정원장은 애국을 하다보면 날조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이 땅을 칠 일이 아닌가요.

대통령도 위임된 권력이고 잘못하면 탄핵도 당합니다. 국정원도 위임된 권력이고 국민 위해서 일하라는 것입니다. 남의 나라 공문 위조한 것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드날리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냥 버티는 것이 충성이 아니고 애국이 아닙니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국익에 불이익을 주는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며칠 전 한겨레신문의 김종구 논설위원이 쓴 남재준 원장에 대한 칼럼을 읽었습니다. 일부를 옮깁니다. 김종구 위원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남 원장의 또 다른 별명은 ‘남순신’이라고 한다. 임지를 옮겨다닐 때마다 집무실에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걸어놓아서 붙은 별명이다.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은 결코 어리숙한 판단으로 패전지장이 되지 않았다. ‘왕의 은총’에 힘입어 자신의 잘못을 면탈받고 구차하게 자리를 보전한 적은 더욱 없었다. 남재준 원장의 선택은 무엇일까. ‘육사 3학년 생도’라는 별명이 칼 같은 군인정신을 발휘하는 쪽으로 갈지,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는 미성숙자의 어리광으로 갈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남재준 원장 님

당신을 존경하던 내 마음이 다시 돌아오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제 살만큼 산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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