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감후보 추대위를 염려하며

이제부터, 추대위가 제대로 역할해야 한다.

"후보자들끼리 만나지 않겠다."
"정책토론회를 하지 않겠다."

▲ 노영필 교육평론가.

후보들 중에 누군가 말한 내용이 밖으로 흘러나온 세간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시민후보도 다 사기군" 했다. 사심이 너무 많아, 시민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시민추대위가 가동된다는 뉴스를 공유하면서 "대의에 시동이 걸리다"고 했다. 좋은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엇갈린 극단의 반응이다. 왜 정반대의 왜곡된 평가일까? 아마도 추대위가 가동되기 전, 일부 시민단체의 재추대움직임과 현직교육감의 행보는 이른바 '대의'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광주교육은 '대의'가 뭔가 합의되지 않았다. 지금껏 대의는 사람들이 추상적인 언어로 말한 '혁신' '민주' '정의'가 대의의 내용인가? '대의'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합의를 공개요청한 적이 없다.

만약에 그와 같은 슬로건을 내세워 1등으로 당선됐다고 큰 소리치면 큰 오산이다. 이명박대통령이 600만표 이겼다고 큰 소리 쳤던 것과 무엇이 다르랴. 5.18이 역사 속에 길이 남는 이유는 첫 번째 목숨을 바친 희생자들이요, 두번째는 시민들이 대의에 공감한 대동정신이었다.

주관적으로 정의되는게 민주요, 정의는 아니다. 민주적이려면 시민을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 정의로우려면 어디에 내놓아도 떳떳해야 한다. 궁색한 것을 꺼낼 필요는 없다.

▲ 민주진보교육감추대위원회가 18일 저녁 8시30분 광주 금남로 와이엠시에이(YMCA)에서 6.4교육감선거에 나선 장휘국 현 교육감(왼쪽부터 다섯번째), 윤봉근 전 광주시의회 의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의원(왼쪽부터 네번째)을 초청하여 후보단일화을 위한 1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일 윤.정 출마예정자의 단일화 제안과 5일 장 교육감 수용 이후 14일만에 첫 '3자회동'이 열린 것. 정용화, 최영태, 이철우(왼쪽부터 1.2.3), 박봉주, 나간채 임추섭, 김정길(오른쪽부터1.2.3.4)민주진보교육감추대원회 공동대표단. ⓒ광주인

가마솥을 걸고 김밥을 말던 정신이 광주의 시민정신이다. 교육도 정치도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이 하면 좋겠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상생적이지 않던 전교조광주지부의 한계가 교육청의 한계로 들어난 것을 보아도 책임성은 함량미달이다. 시민정신을 책임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은 옛 것을 붙잡아서는 안 된다.

기득권을 내세우지 말고 늘 처음처럼 임해야 한다. 항상 대표성을 묻고 결정하는 과정을 시민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내 아픈만큼 다른 사람도 아프다는 공동체정신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광주를 파는 것이요, 시민후보는 무늬일 뿐이다.

음모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의 이력으로 원로다, 시민단체다 대표성을 권세처럼 누리고 정파적 세몰이로 단죄하는 현실에서 시민정신의 대의는 모호하다.

대의가 만들어진다는 뜻 이면에는 자기 식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직이니까 먼저 굵게 선을 그었어야 한다. 이야기 판도 요청하기 전에 먼저 깔고 주제도 앞장서 던졌어야 한다. 여기서 자기 식대로라는 말은 일종의 재추대 대세론을 포장해가는 '대의'같은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지지도나 명분론에 있어서 모양새를 얼마든지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관심사는 '후보가 누구냐'가 아니라 '어떻게 후보를 결정해 가느냐'에 있다.

각 후보진영은 샅바싸움을 위해 위치를 선점하고 잡을 지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밀고 당길 것이다. 모두가 자기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 중심의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너무나도 단순명쾌하다. 좋은 후보가 차기 교육감으로 뽑히길 바랄 뿐이다. 1학기 반장했다고 2학기에도 출마 못하게 하는 것은 나쁘지만 자기가 한번 더 하겠다고 다른 후보들의 자격을 운운하면서 분위기를 흐린다면 아주 나쁜 반장후보다.

시민추대위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이번 역할로 잘못은 다른 곳에서 만들었는데 시민사회진영의 과오로 온갖 비난을 뒤집어 쓸 공산이 있다. 그것은 곧 시민사회운동의 힘을 또 한풀 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지간히 냉정하지 않고서는 공정한 심판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추대위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후보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후보를 먼저 만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주문하는 평가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시대가 변한만큼 시민의식도 달라졌고 민주사회에 대한 내용도 과거와 다르다.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논의의 지평을 넓혀주어야 한다.

필자의 바람은 추대위를 통해 광주식의 '대의'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자기들만의 리그나 배끼기가 아니라 이 지역의 선도성에 어울릴 수 있는 내용이 채워지기를 원한다. 필자의 평론을 헐뜯으면서 돈키호테처럼 엉뚱한 행동으로 규정하지 않기를 원한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시민들이 갈증 느끼는 지점을 대변하길 소망할 뿐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