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꼭 대학가는 코드인가 ?

가지의 새순이 봄비에 쑥쑥 물오르듯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부쩍 커보인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부모들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고등학교는 들어갔지만 중학교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 한두 가지 아니다.

그럴 때 부모들은 자신의 올챙이 시절을 잊고 답답해 하기 일쑤다. 청춘의 시기는 원래 그런다. 여전히 자기 의지대로 생활이 안 되서 그렇지 싫어서는 아니다. 이럴 땐 자존감을 세워주지 않으면 반항과 싫증으로 튀는게 청춘이다.

고1 때 부모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자기 앞에 닥쳐온 혼란을 정리하고 싶고 잘 하고 싶은 의욕이 어찌 없겠는가. 이럴 때 부모가 조급증에 빠지지 않은 것이 돕는 것이요, 아이와 마찰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더더욱 이후 벌어질 사춘기고민을 넉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자식을 윽박지르는 것은 어쩌면 부모 자신의 열등감(?)이요, 자기 과욕의 표현일 수 있다. 엄연히 아이도 독립된 인격체다.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세워주어야 한다. 부모들이 어른들의 논리로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면 가질 수록 감정 대립은 더 커진다.

정작 고등학교 입학해서 첫번째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뭘까? 갑자기 새벽같이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얽매이는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인 위축이다. 꾸지람보다 토닥거려주는게 더 중요하다. 늦게 일어나면 '그래서 뭐가 될 거냐'고 채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장단을 맞춰주고 이해해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말할 때 진지하게 들어주기, 경청에 마음을 써야 한다. 대부분 부모들은 부모들의 욕심을 자식에게 강요한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려 노력해야 하는데 공부를 못하면 다른 것도 포기하게 만들거나 기를 죽인다.

자신에게 흥미있는 생활을 만들어가려면 목표를 세워나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교육은 상급학교로 갈 수록 자신의 꿈이 없어지고 삶의 가치가 상실되어 가지 않는가.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자기 필요를 정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절실하다.

생각과 덩치가 부쩍 자란 아이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 호흡할 수 없는 대화 상태가 되면 부모자식간은 등돌리는 관계로 전락한다. 특히 자기 정리가 쉽지 않을 때 그 격차는 돌이킬 수 없는 대결로 일이 커지고 만다.

특히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공부양상이 달라진다.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넘어 사고력이 핵심이다. 생각하는 힘이 딸리면 적응에 힘겨워 한다. 그래서 중학교 때 학교 공부를 못해도 독서량이 많은 학생은 고등학교 적응력이 뛰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기 위한 예비과정이다. 대학은 어찌 됐든 학문의 전당이다. 학문적 소양을 기르는 과정으로서 고등학교다. 문제해결능력, 추론능력, 사고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독립선언이다. 독립선언은 대학을 가고 안 가고를 떠나 자기 식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사고력을 늘리기 위한 환경조성은 부모들이 텔레비전만 볼 것이 아니라 활자로 된 신문 읽기를 권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이 자랄 수 있게 해주면 자존심이 살고 자기 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어른들의 잣대가 아니라 아이가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존중해 줄 때 고교생활은 성공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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