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 노인의 염려와 기원

텃밭 농사를 시작한지 8년째.

일반적인 채소류는 크게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데 몇 가지 작물의 성장과 수확 등을 8년 전과 비교해보면 결과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특히 초여름 수확하는 매실과 자두의 경우 매우 심각했다. 지난해에 자두의 수확률이 0%로 떨어졌고, 매실의 수확률은 전년도에 비해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숙지원에서만 볼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농업 관련 사이트에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자두와 매실 가격이 지난해에 높았고 상품성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던 점으로 볼 때 나라 전체적인 현상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러면서 작황이 나빠진 원인이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했는데 정확성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공감이 가는 해설이었다. 개인적인 관찰이지만 지난 몇 년간 숙지원 주변 마을의 기후 변화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했다고 본다.

특히 2월말에는 봄날처럼 수은주가 올라가더니 식물들이 움 트고 꽃이 피는 시기인 3월 말에서 4월초에 갑작스런 혹한이 닥치는 변덕스러운 현상을 자주 보였다. 3월말과 4월초는 모든 나무들이 물이 오르고 매실과 자두는 꽃이 피어 수정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그런데 그 시기에 기온의 급강하는 물오른 나무를 동사시키거나 꽃을 얼리는 바람에 수정을 방해하여 결국 열매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2, 3년 전부터 개화기의 기상 이변은 문제가 되었다. 몇 년 전에는 배 과수원에 닥친 한파로 꽃에 앉은 벌들이 동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당연히 그해의 배 수확량은 감소했다. 그래도 2013년 봄처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2013년에는 최악의 상황을 실제로 본 셈이다.

초봄의 기상 이변에 이어 여름에도 수은주가 올라가고 장기간 가뭄이 계속되는 현상도 평균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덥고 비가 적다면 당연히 농작물은 성장을 방해받거나 수확량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결과인지 여름에 자라 가을에 수확하는 야콘도 문제였다.

2, 3년 전만 해도 한 주당 보통 4, 5kg정도 캘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 뿌리에서 1, 2kg한 정도밖에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토양의 피로정도를 감안하더라도 기후 변화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본다. (물론 우리 지역만의 현상일 수 있다.)

거기에 꿀벌의 개체 감소도 급작스런 변화였다. 꿀벌의 감소는 낭충봉하부패병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아직 정확한 원인은 물론 치료방법도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현재 꿀벌의 개체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나마 남은 꿀벌들도 3, 4월의 급격한 추위에 활동이 어려워져 매실과 자두의 수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경고가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꿀벌의 개체 감소와 함께 기상 이변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무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2014년 첫 들머리에 지구 어느 쪽에서는 폭설과 때 아닌 태풍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한 기상 이변의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대체로 인류가 화석연료를 과다 사용한 결과 이산화탄소의 배출 증가로 인해 나타난 지구 온실효과가 한 가지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이론적인 설명은 과학자들의 몫이기에 부언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현재의 기상이변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최근 필리핀을 강타한 초 태풍도 그렇고 현재 미국의 폭설과 혹한 남미의 폭서 유럽의 태풍과 홍로 인한 피해는 기상이변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세계적인 논의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모든 국가들 특히 강대국들의 경제적인 이해가 걸린 탓에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은 기대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 숙지원 비닐하우스의 채소밭. 8년 전에는 비닐 터널을 만들어 겹으로 보온을 하지 않았어도 괜찮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겹보온을 하지 않으면 상추도 얼어죽고 만다. ⓒ홍광석

기상이변이라는 세계적인 문제에 제어할 장치가 없는 꼴이다. 이는 인류의 비극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했던가! 현재도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가 많고 그런 나라에서는 어린 생명들이 영양실조에 허덕이거나 굶어 죽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만약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업 생산이 5%만 감소한다면 국제적인 곡물 가격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가격은 오르게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아로 인해 사망하는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또 가난한 나라 백성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괜찮을까? 아니다. 식량 자급률이 겨우 20%로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처지도 그런 나라들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우리 농산물의 생산 기반인 농촌이 붕괴되어 가고 있는데 거기에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 농작물 작황이 나빠진다면 바로 바로 밥상 물가가 오르게 되고 가난한 도시 서민들은 혹독한 어려움에 처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태풍 한두 개를 맞고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한반도 허리인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등 중부지방은 연례적인 폭우 피해지역이다.

만약 한반도에 한 쪽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태풍이 강타하거나 집중호우가 중부지역을 휩쓸고 간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뛰어 넘을 수 있다. 한갓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만약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사람이 죽고 다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도 그렇지만 개인들도 최악의 상태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될 것으로 본다.

요즘 우리 마을에서는 고추 씨앗을 넣는 중이다. 상토를 담은 상자에 씨앗을 뿌려 하우스 안에 다시 겹 터널을 만들어 추위를 막아주는 늙은 농부들을 본다.

씨앗 한 봉지에 6, 7만원으로 씨앗의 발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정도면 1천 개의 모종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싹이 트기까지 물을 주고 돌보는 동안 온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싹이 터서 자라면 포트에 담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설을 쇠면 그런 일을 할 것이다.

20내지 30cm 정도 자라면 본 밭에 옮겨 심는데 농부는 그 때부터 기후 변화에 가슴을 졸이고 병충해 때문에 속을 태워야 할 것이다.

절말 수확하고 고추를 말려 사람이 먹기까지의 과정에서 인내의 시간과 땀이 없으면 되는 일이 아니다.
모종을 사다 심을 예정이기에 구경만 하고 있지만, 붉은 고추가 나오는 여름까지의 여정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온갖 걱정이 앞선다.

농사는 사람의 노력보다 하늘의 뜻이 절반이라고 한다. 즉 기후에 좌우되는 경우가 절반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점점 하늘이 사나워지고 있다. 지구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예측 불가능한 이변은 그런 증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기상 이변에 둔감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모두 나에게만 불행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요행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기상 이변, 과학과 인류의 양식에 기대할 수 없다면 또 국가에 기대할 수 없다면 개인적으로라도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라도 기상 이변으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살리자는 더 많은 보통 사람들이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끔찍한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건강한 지구, 기상 이변이 없는 지구를 찾기 위해 보통 사람들이라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날씨가 몹시 추워지리라는 예보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신심이 없는 나도 하늘에 빌고 싶다.
재앙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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