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주교 수도회 가운데 하나인 살레시오회에서 수도생활을 10여년 했다.

수도자로 서원을 하기 전 수련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그 기간에 지원자 수련을 책임진 수련장 벨기에 출신 신부가 늘상 라틴어로 “니엔떼 뚜르비”를 되뇌고 있었다. 그 말뜻인즉슨 제발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 수련장 말마따나, 제발 세상을 살면서, 짧디짧은 한생을 보내면서 모두들 돈 걱정, 빚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 빚을 내서 영세자영업을 시작하신 사장님들, 빚내서 집을 장만하거나 빚내서 전세금을 마련하신 분들, 실업자 분들, 비정규직 분들, 휴지와 상자 주워 한 달에 15만원 버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하루하루 넘기기가 불안해서 전전긍긍이다.

총각처녀들이 과년하도록 시집장가도 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나라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인가?

박근혜와 그 일당들, 재벌들과 터무니없는 갑부들은 돈 걱정, 빚 걱정 없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백성들, 절대다수 백성들 가운데 돈 걱정, 빚 걱정에서 풀려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지배권력자들과 갑부들은 어떤 경로로든 도둑질하고 강도질한 돈으로(장물로) 걱정 없이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짓눌리고 수탈당하는 우리네 백성들과 민초들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흔히, 부양해야 할 가족을 탓하면서, 남을 탓하면서, 자기 혼자라면 최소한 의식주 생활을 하면서도, 돈 걱정, 빚 걱정 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상상한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고 자기기만이다. 우리는 함께 살게 되어 있고, 함께 살아가야 하고, 자기가 옳다면, 자기 가족들이 자기 생각을 따르도록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도서출판 <일과놀이>는 모든 사람이 서로 아끼고 섬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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