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자녀 문제로 조선과 맞붙은 채동욱 사건의 진실은 촌에 사는 노인으로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번 채동욱 사건은 청와대가 배후에서 기획하고 법무부가 총대를 맨, 한 마디로 채동욱 죽이기였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법무부 조직을 보니 2실(기획조정실, 법무실) 3국(검찰국, 범죄예방정책국, 인권국) 2본부(교정본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로 구성되었다.

그 기구들이 하는 일을 추려보면 행정 각 부의 법령 자문 심사 법규 해석, 검찰 공무원 인사 검찰 사무 지휘감독, 범죄예방 및 수형자 교정업무, 국가인권정책 총괄, 범죄피해자 보호, 인권옹호와 법률 구조, 출입국관리사무, 외국인 체류관리, 감찰 사정 업무 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국회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무 장관. ⓒ미디어오늘 갈무리

그렇게 법무부가 하는 일을 볼 때 어떤 경우에 감찰이 대상이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검찰총장 채동욱에 대한 감찰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법무부의 감찰 결과 발표를 보면 법무부 본연의 할 일에서도 그렇지만 절차나 내용상 문제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선 조선이 제기한 황색 기사를 바탕으로 법을 수호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될 확실한 증거도 없이 단순히 주변에서 흘러나온 설에 의지하여 애매한 표현으로 사퇴를 정당화 한 것은 법리상 문제가 될 뿐 아니라 법무부의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점에서 문제임을 지적한다.

채동욱이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고 조선을 상대로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법이 정한 원칙을 법을 지키는 법무부가 깼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채동욱에게 혼외자식이 있다고 해도 개인에게 망신을 주고 사표를 내도록 몰아칠 일은 아니었다. 언론에서 터뜨리기 전에 법무부가 먼저 조용한 가운데 사임을 종용했어야 옳다.

그런데 법무부의 발표는 혼외 자녀임을 확인할 증거도 없음에도 정황만으로 우리나라의 명색 검찰총장을 불륜의 주인공으로 몰아쳤다. 그러면서 더 발표하지 않는 사실이 있는 양 여운을 남기면서 국민들에게 채동욱이 파렴치한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했다.

그런 식의 발표는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수준도 문제려니와 법을 수호하는 국가기관의 수준이 어느 정도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한편의 희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청와대와 국정원이 원하지 않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수사를 강행했다는 괘씸죄를 묻는 자리라도 개인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했다. 그런 인물을 감찰 총장이라는 요직에 임명한 그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 알려지는 것 자체가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깊게 할뿐 아니라 국가적인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법무부가 청와대의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지금까지 법무부와 검찰은 한통속이라고 알고 있다.

법무부는 재벌들로부터 떡값 받은 검사들의 비리,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등을 감쌌던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의 기사가 나오자 법무부장관이 “총장에 대한 감찰”을 들고 나온 것은 일반 국민들이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었다.

언론의 보도를 바탕으로 검찰총장을 감찰하겠다는 태도도 그랬지만 정확한 증거 없는 풍문과 소문만으로 검찰총장을 파렴치한으로 몰았던 법무부의 태도는 이례적으로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총장이 즉각 사표를 제출하자 야당 대표와 만남 자리에서 그네가 직접 사실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했던 점 또한 한편의 희극이었다.

어쩐지 그런 모습은 도둑놈에게 도둑질 했느냐고 묻기 전에 도둑이 먼저 겁을 먹고 자신은 도둑질 하지 않았다고 지레 도리짓하는 태도와 흡사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 채동욱 전 검찰총장. ⓒ미디어오늘 갈무리

자신의 말 가운데 정치적 음모와 술수가 깊이 개입된 검찰총장을 찍어내기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태도였는데 그네 자신만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어떻든 총장의 사표 수리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난감한 청와대의 입장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지휘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법무부가 인권과 법의 정의를 팽개친 사실은 두고두고 법무부의 굴욕으로 남을 것이다.

권력의 개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던 검찰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같은 편이면 어떤 비리를 감싸주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에 몸담은 사람들은 걸핏하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혹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말로 조직의 논리를 앞세웠다.

그런데 이번 채동욱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검찰 조직이 권력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었다. 부당한 권력의 압력임을 알면서도 총장이 욕보는 현실에서 대통령과 장관의 부당함을 당당하게 지적하는 후배 검사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나서지 않는 것이 검찰 조직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배웠다는 사람들의 의리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나라가 독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애먼 국민들이 법의 이름으로 죽임을 당했던 과거 역사의 중심에서 검찰이 보였던 태도를 실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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