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

봉건 왕조시대에 역적으로 몰리면 본인은 물론 외가처가까지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 삼족을 멸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당쟁의 역사를 보면 조선시대 정치는 자신들만 살기 위해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붕당의 사람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 그렇게 싸우다가 당한 임진왜란. 그리고 다시 병자호란. 백성은 안중에 없었고, 백성들이 나라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우물에 갇힌 정치의 결과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병자호란의 치욕을 감수하느니 그때 조선은 문을 닫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란과 호란을 겪고도 정신을 못 차린 왕과 정치하는 인간들은 백성들을 낮은 초가집 속에 가두고 억압과 수탈을 일삼았다. 백성들의 삶은 몇 백 년이 가도 그 모양 그 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지난 13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광주시국회의 주최 12차 광주 촛불대회. ⓒ민중의소리 갈무리

정치인들은 입 조심하는 것이 첫 번째 덕목이 되었고, 친구라도 역적의 누명을 쓰면 외면하고 돌아섰다. 대다수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백성들은 정치하는 인간들을 일컬어 “그 놈이 그 놈”이라며 불신했다.

조선 후기의 민란 그럼에도 수구파와 개화파의 암투와 술수. 동학혁명으로 백성들은 국권을 지키고자 했으나 외세를 끌어들인 정치인들은 끝내 나라마저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다.

나는 지금 우리의 정치가 조선 시대를 거의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적을 양산하는 방식도 닮았다. “민생 운운”하면서도 가난한 백성을 외면하는 태도 역시 같다. 백성들은 겨우 먹고 살게만 해주는 것이 정치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우매한 지도자(?)들이 많다는 점도 다르지 않다.

밖으로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일본은 재 무장의 길로 가고 있음에도 일본을 보는 시선이 엇갈리는 점도 조선 중기 임진왜란 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거기에 우리민족은 남북이 갈라졌고 대한민국은 해묵은 이념대립에 날을 지새고 있다.

지금 상황은 조선시대보다 더 취약했으면 취약했지 나을 바가 거의 없다. 만약 과거 가쓰라 태프트 밀약처럼 일본이 미국과 흥정하여 남한에서 미국의 역할을 자기들이 하겠다면서 다시 일본이 밀고 들어온다면 우리나라 현재 지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거 일본이 조선을 병탄했을 때 정치하는 자들 중에서 목숨을 내놓고 저항한 의인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을사 5적이라고 하는 무리들은 제 목숨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죄책감도 없이 도장을 찍었다. 나라의 녹을 먹던 벼슬아치들은 위에서 하는 일이니 자리만 보존하면 된다는 사고로 거의가 침묵했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그래도 목숨 걸고 일어선 것은 이름 없는 민초들이었다. 현재 일본은 사실상 재무장 했다. 최근에는 항공모함급 함정을 만들었고, 수상이라는 자는 군복을 입고 731이라는 섬찟한 비행기의 조종석앉아 미소 지었다.
더구나 자국의 영토는 세슘에 오염되어 희망이 없다. 일본으로서는 출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가장 먼저 어디를 겨냥할까?

지금도 일제 침략의 식민지 치욕을 미화하는 무리들이 있다. 우리의 근대화가 일본의 덕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버젓이 일제에 협력했던 친일파들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만드는 인간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인간들은 당장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 국권을 병탄한대도 한반도의 상황 운운 하며 정당화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대다수 정치인들 언론인들 군인들 관료들은 “청와대가 하는 일인데!” 하며 마지못한 듯 따라갈 것이다. 이렇게 전망하면 정치인 언론인 군인 관료 등 현재의 높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 될까?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 정치는 없다. 오직 매우 위태로운 통치만이 있을 뿐이다. 조국의 미래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들도 찾기 어렵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계속 ‘종북’을 강조하여 일반 연좌제의 트라우마, 과거 정보기관에 두려움을 갖는 백성들 스스로 자중자애(?)하도록 호의(?)를 베풀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인간들의 속성을 진작 알고 있었으나 요즘 보면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정원의 지침에 움직이는 로봇을 보는 것만 같다.

국회의원의 권한과 국회의 기능이 무엇인지 모르는, 금뱃지만 달고 있는 인간들이 자기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몸조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보니 국회는 거의 사고불능의 비이성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이 기회에 어떻게든 정권 안정에 도움 안 되는 집단을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씨를 말리려 한다. 민주당은 ‘종북’이라는 이미지를 털겠다고 버둥거리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석기가 어떤 인간인지 모른다. 솔직히 국정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고 해도 국회의원으로써 그의 처신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을 향한 정부의 대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그 인간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한다. 때문에 그를 이해할 생각도 없고 옹호할 생각도 없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그렇지만 국정원도 3년이라는 내사했다는 사건을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 사건을 터뜨렸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촛불에 몰린 국정원이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나아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면서 촛불을 들고 시국선언을 했던 백성들에게 이번에 국정원의 터뜨린 이석기 사건은 오히려 국정원의 뒤가 구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더 짙게 만들 소지도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이석기 사건은 그가 국회의원 신분이라고 하지만 국정원이 서둘고 새누리당이 맞장구쳐서 ‘거국적인 사건’으로 키울 일은 아니었다.많은 백성들은 대한민국은 이석기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질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고 여긴다. 때문에 국정원의 내란 음모라는 표현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백성들은 지금 ‘종북’이나 ‘이석기’같은 인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국정원과 여당이 그렇게 키운 이면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종북 척결을 앞세워 그렇잖아도 어려운 민생 문제를 비켜가려는 정치,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정치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더 하고 있다.

조선 시대 정적을 몰아내기 위해 과장된 상소를 올려 사화를 일으켰던 사실을 다시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다.

멀리 또 깊고 넓게 못 보는 대통령과 그 수하에서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는 정치인들. 친일파를 찬양하면서 보수를 자칭하는 인간들. 영혼 없는 관료들. 민족을 외면하고 권력의 나팔수 노릇이나 하는 썩은 언론인들.
권력의 하수인이 된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 기관.

▲ ⓒ민중의소리 갈무리

작금의 그들을 보면서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놓고 그 벌을 가난한 백성들에게 전가했던 조선시대의 왕과 관료들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라의 장래를 그르치는 소탐대실의 경우를 더 경계하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는 이유, 중국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이유, 미국이 우리 정치인들의 언행을 감시하고 도청하는 이유를 모르는 정치인들을 보는 일은 고통이다. 당장 전기가 부족하여 절전을 감수하는 불편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저축이 부족하다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 나라를 지키는데 무기가 부족하다면 무기 사는데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가 무시당하고 우리 주권이 모욕당하는 것은 봐줄 수 없다. 그런데 이 나라의 정치는 이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종북’ 논쟁이나 하면서 국력을 낭비하여 나라가 제풀에 지치는 꼴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희망이 없다는 사실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백성을 위한 정치가 사라진 우리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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