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알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그네의 당선에 영향을 주었건 주지 않았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명백히 위법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반성 없이 은폐와 왜곡으로 본질을 호도하더니 마침내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문서를 보지 않았으니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과연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말대로 NLL 포기발언을 했던 것일까?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그들이 장악한 언론을 통해 마치 노 전 대통령으로 인해 NLL이 완전히 무너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 ⓒ광주인

그런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작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물타기하려는 음모라는 야당의 주장도 있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김무성의 발언 등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이미 대선 전에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노 전 대토령의 발언을 불법으로 열람하여 ‘NLL포기발언?’으로 야당을 압박할 기회를 찾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러다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드러나자 반격의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그런 계획된 의도에 끌려가고 있다.

NLL 포기발언 국정조사?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령 직속의 정보기관이 국가 비밀문서를 자의로 해제하고 공개하는 것은 국가의 기초를 흔드는 일이요, 장차 우리의 대외관계 입지를 좁히는 중대한 실수라는 점에서 지탄받을 일이다.

설사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일지라도 현재 대통령이 나서서 전임 대통령의 발언을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NLL은 확고한 우리 영역이라고 선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자꾸 NLL 포기 운운 하면서 국정조사까지 가는 현실을 보며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쳤다는 삼국지의 이야기가 생각한다.

만약 북한 쪽에서 자신들이 가진 자료를 들고 나와 남쪽에서 벌어진 일연의 사건들을 뒤집기라고 하는 날이면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알 수 없다.

귀태(鬼胎)?
NLL이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해 터진 일이라면 귀태(鬼胎)는 부하의 손에 죽음을 당한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말이라는 점에서 갑자기 우리 사회가 전임 대통령들의 귀신에 휘둘리는 것 같아 어이없게 만든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혹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정권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흔히 듣는 욕이다. 그런데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정권”은 문제가 없고 귀태(鬼胎)는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귀태(鬼胎)로 지목한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물론 현 정권을 겨냥한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엮은 야당 대변인의 발언도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적으로 자신의 아버지라지만 굳이 말꼬투리를 잡아 문제 삼는 것은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속 좁은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청와대의 정무수석은 한 술 더 떠 귀태(鬼胎) 발언이 현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나섰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귀태(鬼胎)와 정통성 그리고 국민에 대한 도전이 병렬로 연결되지 않는 아전인수격인 발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귀태(鬼胎)의 의미를 확대시켜 널리 국민들에게 알린 꼴이 되고 말았다.

현 정국의 본질적인 문제는 민주주의의 위기요 민주정치의 실종이다. 정치권의 뒤에서 두루뭉술 선문답이나 하면서 정보정치를 시작하는 그네. 촛불 집회는 아예 외면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된 일부 짜증나는 언론.
그 사이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새로운 사건을 생산하는 권력기관들. 그네의 사병이 된 국정원이 헌법 위에서 국기를 흔들고 국민을 농락하고 있음에도 국정원에 휘둘리며 야당의 말꼬리나 잡고 특정인의 국정조사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새누리당이 그 중심에 있다.

그럼에도 그네와 새누리당의 의도에서 반격은커녕 탈출하지도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져 거의 자멸직전에 놓인 민주당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물론 야당의 활동은 외면하고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강조하는 반민족 반민주적인 신문과 방송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원내에서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째서 직접 국민을 찾아 설명할 생각을 못하는가? 코뚜레에 꿴 덩치큰 소(민주당), 낚싯밥에 걸린 물고기(민주당 의원)들을 보는 것만 같다. NLL 발언 국정조사? 귀태(鬼胎) 발언 말꼬리잡기? 전두환의 집 압수 수색? 특정 인물 기피? 그건 정치가 아니다.

‘쥐’ 버릇 개 못주는 것일까? mb 시대의 들쥐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새누리당의 다수 국회의원들. 정말 정치적 귀태(鬼胎)들이 너무 많구나!

20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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