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남북 당국자회담 결렬을 접하며

12~13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이 끝내 무산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마련된 ‘대화 테이블’을 목이 빠져라 기대했던 온 겨레와 이산가족, 개성공단, 금강산관계자들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번 회담무산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을 불안한 마음에서 지켜보았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대화의 의지가 있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부는 ‘당국 대화 우선의 원칙’을 내세워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입주대표들의 방북허용을 가로막아왔다. 그러나 북의 전격적인 당국회담 제의로 그 장벽이 제거되고,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자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상대방의 자격(資格)문제를 들고 나왔다.

북의 대화 제안에 대해 장관급회담을 열자고 주장한 것은 우리 정부였는데, 정작 우리 측 수석대표를 차관으로 제시하는 앞뒤 다른 행동으로 대화가 무산되었다. 실무협의과정에서부터 북측 수석대표로 김양건 통전부장을 특정해 요구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대화’가 아니라 ‘대결’을 위한 시빗거리를 찾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정부는 이번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격의 없는 대화보다 격(格)을 앞세운 대결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국제적 스탠더드’ ‘격’을 이야기 하려면 지난 6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때 따져 물어서야 한다.
뉴욕공항에 내렸을 때, 미국 정부 관리는 단 한 명도 영접하지 않았다.

첫 한미정상회담의 격(格)을 무시한 처사가 아닌가. 이런 명백한 결례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문제조차 삼지 않았던 청와대가 ‘누구한테 뺨 맞고, 엉뚱한데 화풀이하는’ 식의 이상행동을 보였으니 이거야말로 자가당착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남북관계는 ‘갑을관계’가 아니다. 말로는 대화를 하자면서도 회담 대표로 누가 나와라 식의 무례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은 ‘대결’을 벌이자는 것이지 ‘대화’를 하자는 자세가 아니다. 겉으로는 대화지만 속으로는 대결인 이런 자세로는 회담이 성사될 리 만무하다. 설사 대화의 형식이 마련되더라도 이는 대결을 포장한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남북당국회담 무산으로 인해 6.15 남북공동위원회가 개성에서 개최키로 한 13주년 공동기념행사 뿐 아니라, 개성공단은 재가동의 희망은커녕 완전폐쇄로 치닫게 됐고, 남북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 관광도 기약 없이 표류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 진행되었던 관례에 따라 조속히 남북당국회담에 다시 한번 나서기 강력히 촉구한다.

지난 관례는 잘못된 관행이 아니라 계승 발전 시켜 나갈 형식이고 신뢰의 출발점임을 인지하고 허황된 논리로 전민족적 요구를 파탄내지 않기를 바란다.

당국자 회담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과 기대가 지대했고 대화의 완전한 파탄이 초래할 후과는 누구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하다.

박근혜정부의 당국회담 재추진을 통해 온 국민은 이른 시일 안에 회담재개의 희소식이 들려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2013년 6월 12일

광 주 진 보 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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