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6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하여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한다.

닉슨은 이 사건을 알면서도 거짓말하고 은폐하려다가 자신이 임명한 특별검사가 진실을 밝히는 바람에 끝내 1974년 8월 8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에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었다.

권력에 의한 정치인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도청과 사찰은 독재 정권을 유지하려던 박정희 전두환 등 군부독재 시절에 극에 달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미디어오늘 갈무리

그런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잠잠했던 불법사찰이 다시 화제가 된 것은 mb정권이 들어서면서였다. 2011년 총리실이 주도하여 정부의 눈에 난 민간인은 물론 여당의 중진 국회의원 부인까지 사찰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었던 것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그 사건을 보면서 만약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결과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축소하기에 바빴고 어떤 언론도 끈기 있게 파헤치지 않았다. 아마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계속 새로운 거짓말을 하듯 정부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꾸 새로운 사건을 터뜨리는 바람에 언론들도 정부를 따라가기 어려워 포기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최근 경찰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발각된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한 여직원의 댓글이 발단이었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었음에도 경찰은 국정원을 감싸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어느 신문의 만평대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속이 보이는 결론을 내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감춘다고 덮어질 일이던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한 여성 경찰 간부를 통해 경찰의 수사 축소 은폐 사실이 외압 때문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대선 후보자들의 토론에서 당시 후보였던 그네가 감싸고돌았던 사건이었기에 사건을 축소하려는 외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있던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 양심선언이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겨우 검찰이 나서서 수사를 하겠다고 한다.

만약 미국 정부가 현직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하여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과연 미국 언론과 시민들은 보고만 있었을까? 오바마는 지금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미국 언론과 시민들은 물론 야당이나 검찰 등 권력기관까지도 오바마를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mb는 그네의 당선에 애를 쓴 자신을 설마 어쩌랴 하는 뱃장으로 황제테니스나 즐기고 있다.

mb의 하수인이었던 원아무개라는 전 국정원장은 퇴임직후 외국으로 도망가려다가 공항에서 걸리는 신세가 되었다. 아마 지금 어디선가 그네의 처분을 바라고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그럼에도 골수 친미 사대주의자들인 정치인들도 그렇지만 보수 언론들은 애써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외면하고 있다. 걸핏하면 성조기를 흔들던 보수라는 인간들도 침묵 중이다.

도대체 그들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잊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인지 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성조기를 흔들면서 적어도 권력분립의 원칙을 지키려는 미국의 정치 원칙을 외면하는 자칭 친미주의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미국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고. 대통령의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았던 미국 언론과 시민들의 용기는 배울 수 없느냐고. 원세훈 국정원장을 당장 구속 수사해야 한다. 특검이라도 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혀야 한다.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mb정권의 책임이다. 때문에 mb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 친인척과 가족의 비리도 척결되어야하지만 우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국가의 기본적인 신뢰와 질서를 흔들었던 범법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혼신을 다해 수사해야한다.

보수 언론도 정말 국가의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부끄러움을 털고 진실을 밝히는데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 기관은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비록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이지만, 불법적인 수단으로 선거라는 원칙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헌법을 무시하여 국가의 기초를 파괴했던 비열하고 악랄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국가전복을 목적으로 했던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은 국회의원직을 걸고 국정원 개입의 진실을 밝히고 그래서 mb와 그 하수인들을 척결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민생 운운하는 여당이나 청와대에 말려들지 말아야한다. 미디어악법을 막지 못했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한다. 역사상 가장 부도덕했던 mb정권의 실체를 국민 앞에 밝히고 내란죄를 적용하지 못한다면 야당이 살아날 수 없음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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