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실험 배경과 이후 정세전망 발제문 [전문]

이 신 (6․15공동위원회광주전남본부 교육위원장)

** 아래 글은 20일 오후 6․15공동위원회광주전남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북핵과 한반도 정세' 토론회에서 발표된 발제문 전문입니다.

북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핵실험은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입장차이가 커서 쉽게 다가서기 힘든 사안입니다. 그러나 여기 오신분들이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위기극복과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토론회가 되길 기원하면서 발제를 하겠습니다.

마침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미국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가 2월 19일 ‘아산 핵포럼 2013’ 기조연설을 하였다. 그의 말을 귀담아 들어보자.

지난 20년 동안 강경과 포용정책을 오락가락하다 북한 비핵화정책은 실패했다. 핵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이해부족이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라 생각한다.

먼저 북한의 핵무기가 방어용인지 위협용인지 판단을 해야하며, 북한의 입장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지난 2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점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 순 서
1. 지구에서 가장 적대적인 두 나라
2. 김정일 시대 북미관계 전략
3. 김정은 시대 북미관계 전략
4. 오바마 정부의 북미관계 전략
5. 핵실험 이후 정세 전망
6.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1. 지구에서 가장 적대적인 두 나라

이번 핵실험 정국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68년 동안 이어진 북미관계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지구에는 200여개 나라가 있는데 이중에서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과 미국이다.

▲ 20일 오후 6․15공동위원회광주전남본부 회의실에서 광주전남 통일단체 등 시민사회단체가 '북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정세'에 대해 토론회를 열고 있다.

북과 미국은 지구에서 가장 미워하는 사이로 68년을 지내오고 있다. 미국은 북을 ‘악의 축’이라며 손봐줄 기회만 엿보고, 북은 미국을 ‘악마의 제국’ ‘철천지 원쑤’로 여기며 모든 국가시스템을 “미국과 흥망성쇠를 건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도자들의 직책이 국방위원장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나라는 한국전쟁에서 만나 적대적인 감정의 골이 더 깊어져버렸다. 3년의 전쟁은 승부를 내지못하고 정전(停戰)에 들어갔다. 클라크 대장은 승부를 가르지 못한 정전협정 서명에 탄식하였다. 건국이래 모든 전쟁에서 승리했고 특히 2차대전에서는 핵무기로 압도적인 승전국이던 미국에게 꼬맹이와 같던 (인구는 10배, 영토는 80배, 군사력과 경제력은 비교하기 조차 힘든 왜소한 나라) 북과의 무승부는 거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때부터 미국은 평양의 목소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철저히 무시해버렸다. 이런 미국의 처신에 북은 “그래 두고보자”는 식으로 더욱 오기가 세졌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에 이어 특히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은 서로 적대적 감정을 첨예하게 드러내며 전쟁직전까지 갔던 대표적인 사건이다. 현재 대동강에 전시되어 있는 푸에블로호는 적대적인 북미관계의 상징이지만 앞으로 국교정상화를 여는 평화의 배가 될 것이다.

2. 김정일 시대 북미관계 전략

김정일 시대 對美전략은 ‘不戰屈人 戰略’(부전굴인 전략)이다. 손자병법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다”는 명제는 동서고금을 떠나 모든 지략가들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꿈의 전략’이다.

약소국을 상대로 강대국이 싸우지 않고 이긴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초강대국을 상대로 작은 나라가 부전굴인 전략을 실현한 예는 근현대사에서 아직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일 시대 북미관계 전략은 미국과 총성이 오가는 피 흘리는 전쟁을 하지않고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라는 결실을 맺는데 있었다.

그리고 1994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부전굴인 전략은 4번의 기회를 만들어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열매는 거두지 못했다.

4번의 기회를 보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흐름을 함께하고 있을 알 수 있다.

① 제네바 합의 (1994.10)
- 북미관계는 정치적으로 완전히 정상화한다.(대사급 외교관계)
- 미국은 북에 대해 위협과 핵무기사용을 안한다는 공식적 약속을 한다.
- 북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시행할 조처를 시작한다.

→ 94년 7월 남북정상회담 추진 합의

② 북미 공동코뮤니케 (2000.10)
- 한국전쟁을 공식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데 견해를 같이하였다.
-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공약을 확언하였다.
-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에 기초하여 외교적 접촉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익하다는데 유의하였다.
-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준비하기 위하여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가까 운 시일에 북을 방문하기로 합의하였다.

→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③ 9.19공동성명 (2005.9)
- 한반도 평화협정
- 북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 단계적 비핵화 (영변 냉각탑 폭파 2008.6)
- 북미관계 신뢰구축 (테러지원국 해제 2008.10)
- 2.13합의 (2007.2)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 개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④ 2.29합의 (2012.2)
- 김정일위원장 생전에 북미사이에 내부적으로 합의되었다가 2012년에
최종합의문이 발표되었다.

- 9.19공동성명이행의지를 재확인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기전까지 정전협정 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초석으로 된다는것을 인정하였다.

- 미국은 북을 더이상 적대시하지 않으며 자주권존중과 평등의 정신에서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되여있다는것을 재확언하였다.

- 대화와 협상의 방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하며 비핵화를 실현해나가는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것을 확인 하고 회담을 계속해나가기로 하였다.

-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핵실험, 장거리미사일발사, 영변우라늄
농축활동을 임시 중지하기로 하였다.

3. 김정은 시대 북미관계 전략

“지금은 지난 2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점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갈루치의 말처럼 김정은 시대는 북미관계에서 ‘어떤 변화와 새로운 점’이 있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김정은 시대는 20년 동안 4차례 합의과정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북미관계 전략을 새롭게 수립한다. 즉 부전굴인 전략에서 at a breath strategy (ABS)를 세운다. 우리말로 ‘단숨에 전략’이다.

ABS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에서 싸워 이기는 전략으로 변화다.

셔먼 주한미군사령관은 "김정은은 김정일 보다 훨씬 공격적이다"고 하였다. 북을 50차례 넘게 방문한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김정은은 김정일위원장보다 더 저돌적이다. 아직 20대고 사기가 충천돼 있는 사람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2013.1.17 한겨레)

북은 미국에 “핵실험과 위성발사 등 우리의 모든 행동은 미국을 향한 것임을 숨기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공언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특히 올해 행보를 분석해보면 그는 ‘매우 확신주의자며 혈기왕성(血氣旺盛)한 행동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 북핵과 한반도 정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박근혜 정부에게 남북대화와 북미관계 조정자 역할을, 오바마 미국정부에 대해서는 평화적 해결과 평양방문을 촉구했다.

둘째, 시간을 질질 끌지 않는 속전속결 전략이다.

로이터 통신은 “Kim jong un more dynamic than his father” “김정은은 아버지보다 더 역동적이다”고 평가하였다. (2012.1.2)

북은 올해 안에, 빠르면 7월까지 평화협정과 수교의 결실을 맺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7월 27일과 9월 9일 승리자의 대축전을 열겠다는 표현은 미국에게 평화협정과 국교정상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7월 27일 정전협정일을 평화협정일로, 9월 9일 정부수립일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 성사일로 만들어 북미수교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 표현이라 여겨진다.

셋째, 전략전술을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는 open전략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핵실험과 위성발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위성발사, 핵실험, 앞으로 2,3차 행동 등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야 할 전략과 전술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자기들이 밝힌 프로세스에 따라 행동에 옮기고 있다.

무릇 전쟁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상대방 장수(將帥)에 대한 분석이다.
장수의 성격, 기질, 경력,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전략전술을 세우는 것이 병가(兵家)와 외교의 상식이다.

ABS전략을 분석해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앞으로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

4. 오바마 정부의 북미관계 전략

오바마 정부의 대북전략은 북이 핵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행동이 있기 전에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전략은 국내외적 상황 때문에 갈림길에 서 있다. 북의 핵실험 이후 백악관에서는 강경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대북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핵 전문가 해커박사는 대화를, 보스워즈 전 주한미대사는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지역 유력 언론지 시카고 트리뷴 - 북한 이해하기(2012.2.19)의 기사를 보자.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싶어하는 이유는 미국이나 소련, 중국이 핵무기를 갖고 싶어했던 이유와 같다. 왜냐하면 핵에는 견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 보유국들은 다른 국가들을 향해 '너희는 스스로 파멸을 각오하기 전에 우리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고 큰소리칠 수 있다.

북한은 고집스럽게 핵무기를 구축해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멈출 수 있다는 환상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보다 한수 위다”

5. 핵실험 이후 정세 전망

① 위기고조
유엔 제재→ 2차 대응(핵실험, 위성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
위기고조(개성공단 철수) → 3차 대응 → To be or not to be (94.6.18처럼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② 해결방법
먼저 군사적인 방법이다. 이는 전면전이며, 세계 3차대전이며, 핵전쟁이다. 이는 누구도 원치 않으며 써서도 안 되는 방법이다.
다음으로 정치적인 방법이다.
이는 북미가 직접 대화로 평화협정과 수교를 하는 방법이다.
이야말로 가장 지혜롭고 현실적이며 서로 Win-Win하는 비결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한반도에는 평화통일의 봄이 오리라!
오바마는 평양으로, 남북은 통일로! 세계는 양국 지도자들의 大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6.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① 대격변기, 나날이 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높이자.
- 통일뉴스 보기, 정보와 자료공유를 위한 메일링화

② 작은 실천에서 큰 실천으로
- 평화 캠페인, 평화촛불, 종교인 평화염원 기도회, 평화대행진
- 평화협정 염원 60배

③ 박근혜 정부에게 남북대화와 북미관계 조정자 역할 촉구

④ 오바마 대통령에게 평화적 해결과 평양방문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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