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의 역사를 막아야 한다.

굴절된 역사가 바로서고 진정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를 기대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와서 독재타도를 목이 쉬도록 외쳤던 사람들에게 대선의 결과는 참담한 현실이었다.

아마 대선 이후 분노와 노여움으로 인한 공황상태를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었고, 평화로 가는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통일을 꿈꿀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비록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는 역설적이게도 자본을 옹호하고 반민족적인 사대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기회였다.

햇볕정책은 퍼주기라며 정부를 향해 온갖 악담을 퍼부었으며 늙은이들을 사주하여 가스통을 굴리는 난동을 부리게 만들었다. 고등학교만 나온 대통령에 대한 편협한 시기는 말 몇 마디를 꼬투리삼아 탄핵으로 몰아가는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뜻있는 사람들이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에 편승한 그들은 하찮은 일도 사실을 부풀려 국민을 속이면서 언론의 자유라고 우겼다. 그리고 그들은 mb라는 사리사욕에만 밝은 개념 없는 인간을 앞세워 그들의 소원대로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적이라고 했던 젊은이들이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다.

mb정권 5년, mb와 그들이 저지른 파렴치한 작태는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mb는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국민의 세금을 강물에 쏟아 부었다. 튼실한 국가기업을 민영화하여 사복을 채웠다.

덩달아 권력기관과 일부 언론, 일부재벌들은 제 주머니 불리기에 경쟁했다. 그런 와중에 국민들의 자살률은 세계1위를 고수했다.

한마디로 국민들만 불쌍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mb와 한통속이었던 마담박의 대통령 당선이라니! 개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요 쉽게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많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분석하고 평가하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뒷북치는 아전인수격인 평가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정치인들의 정략적 평가, 대학교수 등 전문가임을 내세운 교과서적인 평가는 지금 별 의미 없다는 생각, 또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사후 평가는 늘 그렇듯이 틀렸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쪽에서 대선평가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이미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치욕적인 친일의 역사가 미화되는 반동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아버지인 박정희를 정치적인 멘토로 삼고 5.16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옹호하는 그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들은 천부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포기했던 질곡의 시대를 용인하고 만 셈이다.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진다. 마담박의 정치행보가 심상치 않다. “잘 살아보세!” “한강의 기적.”

두 개의 문장만 떼어놓고 보면 뭐가 나쁘냐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박정희의 철권정치의 메아리가 들리는 듯 하여 오싹해진다.

거기에 인사스타일도 박정희를 닮았다. 여론은 염두에 두지 않는 혼자만의 독주, 과거가 아름답지 못한 총리지명, 막말 대변인 임명도 그런 사례일 것이다.

박근혜의 당선을 보면서 우려스러웠던 점 중의 하나가 박정희의 부활이었는데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필연적으로 친일파였던 아버지의 과거를 지우려 할 것이고 5.16과 10월 유신에 역사의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죽이고서라도 잘 살아야한다는 가치전도현상이 우리 사회를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심각한 역사왜곡, 자본의 집중과 빈부격차심화, 권력의 남용, 일부 언론의 극단적인 남북대립 조장, 물가인상과 실업률 증가로 인한 서민경제의 붕괴, 자살률 1위 고수, 생계형 범죄 급증, 일본의 재무장, 중국의 북한 지배 등을 보고서야 말을 하겠다는 것인지, 마담박 정권의 본질을 규명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향후 5년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친일파와 그 후손들, 그 후손들을 지키는 개노릇하는 권력, 세습을 일삼는 재벌과 사학재단 모리배들, 기득권을 쥐고 현실을 왜곡하는 일부 언론과 여타의 반동 세력에 맞서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를 사수하고 외세를 배격하며 조국의 통일을 준비하는 진지를 구축하자는 논의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막가파였던 윤창중, 치사한 이동흡, 오점 투성이인 김용준을 밀어붙이는 마담박을 보면서 비판과 저항의 붓마저 시들하다.

마담박은 앞질러 터를 닦고 온갖 병기로 무장하고 있는데 이름난 정치가 잘난 대학교수들은 다 어디서 무엇하는 것일까?

모두 그때 가서 보고 생각해보자는 안이한 판단으로 점잖게 자중자애(自重自愛), 은인자중(隱忍自重)하고 있는가?

또다시 여당의 뒷북만 치는 야당이 되고, 전문가임을 내세워 점쟁이만도 못한 정세분석과 차 떠난 뒤에 손들기식의 뒷공론이나 할 작정인가?

이제 공권력의 폭력에 숨을 죽인 시대,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 취급당하던 시대로 회귀를 알면서도 마담박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은 침묵할 것이다.

아버지의 후광 중에서 반민주적 폭력의 후광까지 있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처신할 것이다. 개인 부채를 해결하겠다는 마담박의 발언을 믿는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고 이웃이 죽어도 마담박에게 손뼉을 칠 것이다.

친일, 인권탄압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은 박마담이 일본인들을 장관에 임명해도 이 환호하고 국회의원에 공천해도 찍을 것이다. 그러면서 마담박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종북’ 혹은 ‘빨갱이’로 몰아붙일 것이다.

반동의 시대, 야만의 시대, 절망의 시대를 예고하는 2013년 대한민국. 이 나라의 겨울 풍경이 슬프게 한다.
무엇을 해야 하나? 아직도 패배의 늪에 빠진 사람들이 의논만 분분하다. 뜻있는 이들이 연합 혹은 연대를 말하지만 그 길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신문과 방송은 온통 인수위 소식뿐이다. 정말 날마다 무너진 바리케이트, 승자의 깃발만 보이는 거리에 서있는 기분이다. 이미 마담박의 정치적 본질은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지금 마담박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채찍이 필요한 시기이다.

mb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과 마담박이 내세운 대선 공약의 허구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총리 지명 등 인사 스타일을 문제 삼아야한다. 그러면서 마담박에게 5.16과 10월 유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물어야한다.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 행각에 대한 견해를 물어야한다. 박정희의 딸이 아닌 대통령으로서 박정희 정권시절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 대해 정부차원의 공식사과를 요구해야한다. 역사의 왜곡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mb정권이 저지른 4대강 사업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야 한다. 그러면서 비리의 주범이었던 mb의 사법처리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흩어진 ‘우리’를 찾아 무너진 바리케이트 대신 5년 이후를 대비한 견고한 진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설마 70년대 그 시절과 같겠느냐는 편안한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당한 후에야 뒷북치는 얼치기 분석과 평가는 백번 옳아도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은 수많은 지사와 의병들이 나서서 정권의 불의한 행로를 붓으로 비판하고 날카로운 견제의 창을 날리며 마담박의 질주를 막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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