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혹은 풍경 2

며칠 전 (1월16일) 오후, kbs2 텔레비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성공률이 3%라는 소식을 보았다.

일명 베이비부머라고 하는 그들이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은 잠간일 뿐 대부분 실패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자영업자들이 어렵다는 사실은 듣긴 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지는 몰랐던 일이었다.

40대에 해직당하고 10년 동안 거리로 내몰렸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심히 들리지 않았다.

1960년대 산업화 이전까지도 우리나라 인구의 80%는 농촌에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이었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는 급속히 진행되었고 이미 8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의 총 인구 중 도시 인구는 80%를 넘기고 있었다.

산업화 이후 정부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양질의 저임금 노동자를 제공하는 일을 담당했다.

가난한 농민들에게 도시는 돈을 벌겠다는 소박한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많은 농민들 특히 젊은이들은 욕망의 촉수를 세우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가공무역에 뛰어든 기업은 단시간내에 재벌로 성장했다.

반면 도시로 간 농민들 중에는 그들 중에는 일부 성공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농민들은 도시의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했다.

도시 저임금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바 저곡가정책인데 이것은 도시 서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재벌들을 살리기 위한 권력의 횡포였던 것이다.

저곡가 정책은 살려고 발버둥치는 농민들을 다시 도시로 내몰았던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였다. 농촌의 젊은이들은 어쩔 수 없이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고 학교는 줄줄이 폐교하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대로 오늘날 우리 농촌의 현실은 급속한 노령화와 이로 인한 노동력의 부족 그리고 농촌 공동체의 붕괴 등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농촌의 노령화는 필연적으로 농업 생산력의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우리 농산물의 생산도 감소하여 우리의 밥상을 외국의 불안한 수입농산물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실제 시골의 5일장에 나오는 농산물도 우리 것은 거의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농촌의 생산력의 감소보다 더 암담한 문제는 현재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이 세상을 떴을 경우 농촌을 지킬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농업은 1년 또는 2년의 단기 학습을 통해 익히는 일이 아니다.

농업이란 지역의 기후 풍토에 맞는 농산물을 고르는 것도 그렇지만 농산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시기도 음력의 절기에 따라 해마다 달라지고, 같은 지역에서도 평야지대냐 산간지역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이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덴마크같은 농업국가에서는 농민 한 사람을 육성하기 위해 9년을 투자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농업 교육도 거의 없고 장기적인 농업 정책도 없었다. 지금도 거의 붕괴되었지만 앞으로 2,3년 후면 그나마 남은 우리 농촌의 농업 생산 인력은 거의 사라지게 되고, 우리 밥상은 믿을 수 없는 외국 농산물로 채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먼저 자연히 우리 농산물 가격은 오르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뒤따라 수입 농산물 가격도 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지구적으로 농산물 수확이 들쑥날쑥 종잡을 수 없고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인도의 농산물 수입이 급증할 경우 외국 농산물마저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우리처럼 식량 자급률이 22%대에 머문 나라의 국민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아무리 산업이 발전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식량의 자급 없이 국가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농업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고소득작물 위주로 전환하는 농업정책은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없다. 농업의 서비스를 강화하여 3차 산업화 하여 부가가치를 높인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식량 자급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그리고 영농 법인이나 시설재배를 하는 소수의 농민만으로는 고추 마늘 참깨 등 우리밥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양념류를 자급자족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한마디로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없이 농업의 부가가치를 운운하면서 소수를 선정하여 투자하는 농업정책은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우리 안전하고 깨끗한 밥상을 지킬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농촌과 농업의 미래,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담하고 말하는 것이다.

분명히 지금은 농업과 농촌의 위기이다. 전반적인 경제의 어려움 그리고 농업의 위기에서 서민들이 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자력구제를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선택은 개인의 책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재벌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골목 상권까지 넘보는 도시에서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이 없는 서민들이 자신들에게 딱 맞는 개인 사업을 찾기란 어려우며 또 개인 사업으로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낮다고 드러났다.

정말 서민들의 처지에서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진퇴양난의 경우에 처한 서민들에게 귀촌을 권하고 싶다. 위기의 농촌이라고 하면서 귀촌을 권한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역발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앞으로 농산물 가격은 오를 것이다. 현재 사회 분위기를 보면 슬로시티, 웰빙, 힐링 등을 말하며 삶의 질을 추구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불안한 먹거리에 대한 반발로 인한 특히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안전하고 깨끗한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전한 농산물일수록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농민과 도시민의 직거래도 활발해질 것이다.

한편 도시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고 전반적인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산의 감소 실업률의 증가로 인해 우리 경제는 불안해지게 되고 도시민들의 삶은 더 곤궁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은퇴자들의 자영업인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 서민들 특히 소득 없는 은퇴자들은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미래 예측에 공감한다면 지금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신중하게 재 검토할 시점이라고 본다.

귀촌하여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해도 농산물의 가격 공포에서 벗어나게 될 뿐 아니라,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적정 규모이상 생산될 경우에는 초과 생산된 농산물은 여러 경로를 통해 판매한다면 소득을 창출 할 수도 있다.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도 필연적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농업정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농민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한마디로 귀촌은 성공한 도시 자영업보다는 못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은 유지하는데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 큰돈 벌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농사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소규모 자영농인 경우 도시에서 투자한 노력의 절반만으로도 도시에서 생활보다 나을 것임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농업은 어쩔 수 없이 인류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귀촌 역시 농지를 구입하는 문제, 지역민들과 화합, 생활할 주택 등 해결해야할 일들은 많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품목과 입지선정 건물 찾아 계약하고 각종 비품을 구입하는 등의 경우와 비교하면 훨씬 쉬운 일이다.

그리고 빚 없이만 시작한다면 귀촌의 장점은 많다. 우선 귀촌하는 데는 자기 살림을 그대로 가져가면 되기 때문에 권리금이나 비품 비용도 들지 않는다.

속칭 하우스푸어들처럼 대출금 상환에 걱정할 일도 없고 아파트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가정적으로는 세금 걱정도 거의 없다. 또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고, 부지런하면 공공근로 등 현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도 있다.

자신이 가꾼 깨끗하고 안전한 채소며 과일 등을 먹을 수 있다. 비오는 날은 쉬고 추우면 놀면서도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노동의 기쁨을 맛보면서 정년 연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거기에 맑고 시원한 자연의 혜택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지역 농산물을 많이 먹게 되면 그 만큼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농업은 투기성을 강한 상업농이 아닌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경우 손해날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자영업보다 실패할 확률이 낮고 만약의 경우 농사를 포기해도 땅은 남는 일이다.

때문에 나는 자식들 교육이 끝난 은퇴자들이 도시 자영업에 기대기보다는 전원생활을 겸한 농업의 길을 찾는다면 여유있는 노후가 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나는 농촌과 농업의 위기가 뜻있는 개인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우리 농촌을 살리는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많은 분들에게 귀촌을 권하고 싶다.

우리 인간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아니고 흉작에는 굶었다가 풍작이면 배를 채우는 가변적인 위장을 가진 동물도 아니다.

며칠간 굶으면 생존 불가능한 동물이 인간이다. 식품 즉 [먹을 것]은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때문에 식품 가격이 오르거나 부족하면 인간의 생존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의 국가 간의 전쟁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원인이 [먹을 것] 때문인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주변의 귀농한 지인들 중에는 대도시의 잘 되는 자영업보다 보다는 못하지만 여유있게 사는 경우를 본다. 귀농인회를 조직하여 행정기관에 압력단체 노릇을 하면서 비닐하우스를 지을 때는 절반을 무상 지원받기도 하고 무료로 농업 교육을 받기도 한다.

경운기나 트랙터는 물론 잔디깎는 기계도 면세유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농협 조합원이 되면 퇴비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농촌에서 소소한 혜택을 찾아 누릴 수 있다.

그러면 귀촌 자금은 얼마나 필요하느냐고? 장소는 어느 곳에 그리고 농사 규모를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정답이다.

그러나 전남을 기준으로 도시에서 30분 거리의 지역이라면 1,000평의 농지 구입, 집을 건축하는 문제 등 큰돈 들어갈 일과 소득이 나오기까지 생활 유지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서울 강남의 30평 아파트를 처분해서 절반쯤 융자금 갚고 남은 돈으로 귀농 혹은 귀촌의 설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경우를 지면으로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다. 토지는 8년 전 아내의 퇴직금으로 구입하였고, 집짓는 일은 광주에서 살던 주택을 팔아 해결했다는 점만 말하고자 한다.

요즘 전원생활을 꿈꾸는 젊은이들 뿐 아니라 농촌의 미래를 보며 귀농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인적으로 소규모 자영농민이 많아져야 농촌이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의 귀농 혹은 귀촌은 매우 희망적인 일이라고 본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농가가 많아져야만 농촌이 살아나고 우리 밥상도 풍요로워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기의 농촌으로 귀촌하여 우리 농업을 지키고, 한 가족이 실패 없이 최소한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소박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이도향촌(移都向村)의 대열에 서기를 기대해본다.
201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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