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3일 오전,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전날까지 1단 로켓을 해체하였다는 보도와 함께 그것이 기술적 결함 혹은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때문이라는 해설을 덧붙이던 언론의 보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mb정권의 정보력의 한계를 유감없이 드러낸 창피한 날이었다.

그렇잖아도 로켓인지 미사일인지 구별되지 않는 용어(사실 무조건 위기감 조성에 목표가 있었던 정부와 일부 언론으로서는 그런 용어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로 국민을 헷갈리게 하면서 북의 도발로 인한 위기를 강력하게 암시하더니 마침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자 mb정부와 mb의 수족인 일부 언론은 미리 알아내지 못한 정권의 실수를 덮어두고 “올 것이 왔다!”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루쉰의 작품에 “來了(왔다)!”라는 글이 있다.
불안의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조작된 선동에 놀아나는 1920년대 중국사회의 단면을 풍자한 칼럼이다.

“왔다!”는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근대 중국에서 자본가와 군벌들이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말초적인 선동으로 불안의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중국인들을 [아Q]로 만들면서 체제에 순응하도록 가르쳤던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정보화된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1920년대 중국의 현실을 보다니!
인공위성이 아니라 대륙간 탄도탄라고 한다.
미국의 서부를 강타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흉악한 무기라고 한다.

자신들의 정보부재로 나라를 망신시킨 주제에 국민들에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국민들의 실수인양 국가안보를 강조하다니!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숨은 의도성이 보이는 “왔다!”를 계속 외치고 있는 꼴이다.

“왔다!”

“그러니 알아서 기어라!”라는 뒷말이 생략된 듯한 뉘앙스를 읽으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와 일부 언론의 의도성을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왔다!”에 고개를 숙이거나 놀라는 반응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자칫 ‘종북’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고, 더 나아가 정부와 언론의 숨은 의도를 비판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자칫 ‘빨갱이’가 되어 남영동 같은 비밀스런 곳에서 에서 고문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또 귀를 막고 오직 미국에 의존하여 끌려 다니면서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믿는 정부, 그런 정부를 감싸면서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다른 언론이나 국민들을 이념공세로 역공하는 한국의 주류(?) 언론들.

국민을 몽매한 아이나 치매 끼가 있는 노인들 취급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일부언론.

분단 상황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이념의 잣대로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그들을 보면서 20세기 초반 중국의 현실을 보며 썼던 루쉰의 “왔다!”를 떠올린 것이다.

국방이 무엇인지 외교가 무엇인지 경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오직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정부와 그 정부를 떠받치는 새누리당이 내세운 대통령 후보를 본다.
그러면서 막대한 돈을 주고 외국 기술을 사왔음에도 두 번이나 실패한 나로호를 생각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

시대가 변해도 “왔다!”만 외치는 정부, 그런 정부의 실패를 감싸는 새누리당, 일반 국민보다 역사의식도 경제의식도 부족한 유신공주 대통령후보에게 기대할만한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사카 지방에는 “왓소!” 축제가 있다.
백제 혹은 조선에서 건너간 사람들을 환영하는 뜻에서 “왔다”라는 우리 말을 그대로 써서 “왓소” 축제라고 했다는데 정식 명칭이 ‘사텐노지(四天王寺) 왓소 마쓰리’라고 하던가.

백제 문화를 받아들이는 때부터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과거 조선통신사들을 맞이하는 행사에서 축제의 기원을 찾기도 하지만 어떻든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려했던 일본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축제라고 본다.

여기서 나는 일본의 ‘왓소 축제’를 선전할 의도는 없다.

다만 루쉰의 “왔다!”가 긴박한 불안과 공포의 반영이라면 “왓소”는 기나긴 기다림과 반가움의 표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제는 “왔다!” 시대가 아니라 “왔소”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양치기 소년처럼 국민의 신뢰를 잃은 mb정권.

이제 그런 mb정부에게 “왔다!”에 기대지 말고 분단의 이념을 극복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충고가 부질없음을 안다.

자신의 후보를 도울 목적으로 “왔다!”를 외치는 정치, 이념도 없고 사상도 담겨있지 않은, 그래서 무조건 국민들을 주눅들게 하려는 의도에서 남발하는 “왔다!”의 정치를 국민의 힘으로 끝내야 한다.

안보 위기가 “왔다!” 라는 외침이 나이 들고 의식 없는 몇 유권자들을 노린다면 다소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로 무장한 국민들을 향해 “왔다!”를 외친들 외치는 정부와 언론만 병신 되는 시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시간에도 새로운 “왔다!”를 준비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12월 19일, 국민들은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참된 민주주의가 꽃피고 서민이 불평 없이 사는 사회, 중소기업이 잘 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는 정부와 정부가 장악한 언론이 “왔다!”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비굴해지도록 강요하는 세상이 오지 않도록 막아야한다.

그날, 국민을 속이는 또 다른 mb가 외치는 “왔다!”가 아니라 기다림 끝의 반가움에 손을 잡은 국민들이 “왔소!”를 크게 외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과 이념, 또 나이와 성별을 뛰어 넘어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201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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