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눈에 띤 짤막한 뉴스 하나.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해외 농업 협력을 위해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유럽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11월 25일, 농림수산식품부 보도 자료에 보면 “서규용 장관은 농업 및 식량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유럽의 농업강국인 이탈리아(11.26. ~ 27.), 우크라이나(11. 28. ~ 29.), 터키(11. 30. ~ 12. 1.)를 차례로 방문하고, 이탈리아에서는 농업 관련 주요 국제기구인 FAO(유엔 식량 농업기구), IFAD(국제 농업개발 기금)도 방문한다.”고 밝히고 있다.

장관의 방문 목적은 ‘농업 및 식량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라고 했지만 보도 자료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일반 국민이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 급등, 국내 쌀 수확의 감소 등 하는 등 식량 수급 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장관의 유럽 방문은 단순한 출장으로 보이지 않아 그냥 넘길 수 없다.

금년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32년 만의 흉작으로 400만톤을 턱걸이했다는 정부의 최종 발표가 있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쌀 수급에 걱정 없을 것이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현재 우리나라 쌀의 생산량으로 볼 때 자급도는 80% 수준이라고 한다. 거기에 쌀 수입 개방에 따른 의무 수입량을 합산했을 경우 100% 자급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언뜻 보면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현실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쌀 이외의 밀은 국내 소비량의 2%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옥수수와 콩은 80%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밖에 농산물의 국내 생산량도 심각한 수준이다. 마늘과 고추는 수요량의 절반가량을 수입하고 심지어 우리 명절이나 제사상에 오르는 고사리 도라지 등의 나물류도 시골 오일장에서 국내산 물건을 찾기 어려워진 사실만 보아도 현재 우리 농업의 실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식량 자급이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2%를 조금 넘는다. 만약 농산물 수출 국가들이 자연 재해 등으로 인해 생산이 감소하여 가격이 급상승한다거나 수출국들이 식량을 무기화하여 수출을 제한하는 경우 우리로서는 대책이 없는 재앙을 맞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그런데 국제 곡물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으며 일부 언론의 발표에 의하면 전년도에 비해 금년에 옥수수는 25%, 콩은 17%, 밀은 25% 상승했다는 소식이다. 그러한 밀 콩 옥수수의 가격이 상승이 우리와 관계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인류의 식량인 밀과 쌀은 독립재이면서 상호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다른 동물도 그렇지만 사람역시 하루라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렇다보니 밀의 흉작으로 공급이 부족하면 밀을 먹던 사람들은 공급의 부족분만큼 쌀로 메우려하고, 반대로 쌀이 부족하면 밀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밀의 국제 가격이 오르면 쌀값 상승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인구가 많은 중국, 인도 등의 나라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여 식량 수입을 늘리려 한다면 우리 경제는 더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곡물 가격 상승은 식량자급률은 22%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바로 식량위기보다 더한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금년도 우리나라 쌀의 수확 감소는 예고된 일이었다. 쌀 수확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수확기에 때린 두 번의 태풍 때문이라는 주장은 맞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정부의 그릇된 농업정책이 문제였다고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지난 5년 정부는 농지를 늘리기보다는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데 앞장섰고 논에 심는 작물도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권장하였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여의도 면적 6배의 농지가 사라졌으며 그래서 식량 안보를 위해 확보해야할 최소한의 농지면적마저 위협받고 있은 실정이라고 한다.

당면한 식량 부족은 식량 자급률이 22% 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농지를 늘리지는 못할망정 농지를 줄였던 정부, 또 비교우위 운운 하면서 자동차와 IT제품 팔면 모든 국민이 배부르게 살 수 있다면서 수출위주의 정책을 유지했던 정부가 문제였던 것이다.

쌀 수확의 감소는 저곡가 정책으로 농업을 죽이고 농민을 내쫓아 농촌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면서 그걸 농업정책이라고 했던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금년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언론은 온통 대선과 관련한 소식으로 지면과 화면을 채우고 정부도 정확한 발표를 안 하고 있다, 그러니 정확한 실정을 모르는 국민들은 물가가 올랐다고 아우성치면서도 정작 중요한 밥이 되는 식량 문제는 관심도 없다.

개인적인 우려지만 이 상태로는 선거가 끝난 후에는 식량 가격의 상승은 막을 수 없으리라고 본다. 국제적인 곡물 가격의 상승, 그리고 우리나라 식량의 자급률을 높여준 쌀의 수확의 대폭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 중국이 구리 석유 등 지하자원 확보에 열을 올렸듯이 식량 확보에 주력한다면 국제 곡물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더 큰 재앙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수산부 장관의 방문 목적에는 “이탈리아에서는 농업부 장관을 만나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식량위기 국제공조 촉구 서한을 전할 예정이다. 농업 강국인 이탈리아가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는 대목이 있다.

또 농수산부 장관이 “주요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찾아가 우크라이나 농업부와 농업 협력 MOU를 체결하고 밀 수출 제한 조치의 자제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절박한 현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차마 말은 못하지만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만 같아 보인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던 새누리당의 박후보가 요즘 하는 것을 정말 불안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mb가 했던 것처럼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우회전하여 재벌을 먼저 살려 국가 경제도 살리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건데 앞으로도 재벌을 살려서 식량을 자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한 밥상을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수출이 막히는 경우를 상상하면 끔찍해지고 만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박후보는 재벌을 먼저 살리겠다고 하니 과연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다.

식량 위기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박후보, 자신의 공약에서 농업정책은 구색맞추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 박후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박후보는 우리 농업 현실 당장의 식량 위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식량위기. 정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부자들이야 먹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가난한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몸과 정신을 황폐화시켜 각종 사회적 범죄는 증가할 것이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때 식량 위기는 국가의 운명을 뒤집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당장 식량 위기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여당 후보의 표를 의식하여 자신들의 농업정책이 실패했음을 감추지 말고 솔직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농업 정책을 재검토하고 당장의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국민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논과 밭농사의 직불금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대규모 영농 법인을 지원하는 것으로 식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위기도 걱정이지만 식량위기만큼 절박한 문제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설마 우리가 굶어죽는 사태까지 가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아니더라도 내 이웃들이 불행한 꼴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곡물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우선 식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농지를 원래대로 원상복구할 것이며 자급 자영농민을 육성하여 농업 생산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일이 절실하다.

농수산부 장관은 과연 얼마나 큰 보따리를 들고 올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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