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17


집짓기는 크게 기초, 골조 세우기, 지붕 기와 덮기, 창호달기, 보일러및 수도 화장실 설비, 외벽 공사, 내벽 기초와 마감 공사, 주방 인테리어, 도배와 바닥, 전기 조명 등 개별적인 전문가들의 분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기초공사도 수평과 거리를 잡아주는 설비, 터파기, 철근 작업, 콘크리트 작업으로 세분할 수 있고, 외벽 공사도 골조에 합판 붙이기, 타이벡 두르기, 시멘트 사이딩과 페인트 작업, 돌을 붙이는 작업 등으로 더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집을 짓는 공정을 보면 크게 20여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집짓기에 동원된 연인원은 약 200명 정도이나 한 팀이 몇 가지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인원은 도중에 팀별로 교체되었던 인원을 감안해도 40명을 넘지 않는 것 같다.

작업 기간은 약 3개월, 그 중에서 일요일과 날씨가 나빴던 날, 자재의 반입이 늦어서 기다리는 날을 제외하면 실제 일한 날은 70일 정도로 보면 과히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목주택의 경우)

약 70일 동안에 만난 사람이 40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사람은 많지 않았고 접촉했던 시간도 매우 짧을 수밖에 없었다.

목수의 경우는 열흘 정도 일을 하지만 하루 만에 끝내는 일도 있어 스쳐간 만남으로 끝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말을 붙이면 이상하게 거리감을 두는 사람들도 있어 이야기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고, 지붕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 그들의 사정을 듣기가 어려웠다.

▲ 숙지원의 여름. 집을 짓느라고 계절에 대한 감각조차 무뎌진 것 같은데 심어놓은 채소들은 자신들의 계절을 잊지 않고 ....ⓒ홍광석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피상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개인적인 느낌의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령이 높다고 알고 있었고, 또 기초 작업에 50대 중 후반의 장년들이 많았기에 사실이려니 여겼다.

그러기에 현장에서 30대 초 중반의 젊은 노동자들을 만났던 사실은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골조를 세우는 목수들은 4명이 한 팀을 이루었는데 모두가 대학 출신이라고 했다.

팀장은 40대 중반이었고 나이든 문씨도 50대 초반이었는데 다른 팀원 두 명은 3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었다.

처음에는 취업이 막힌 현실에서 그들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건축현장으로 나온 젊은이들이려니 했다.

그래서 대학원을 나와 봉급생활을 했지만 도저히 자신의 일에 성취감을 맛보기도 어려워서 찾은 일이 목수인데, 몸은 고되어도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재미있으며 물론 수입도 일한만큼 버는 목수가 회사원보다 훨씬 낫다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에 반신반의했다.

조금은 특별한 젊은이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동판에 나온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밀려나온 인생일 것이라는 나의 추측이 잘못된 오해와 편견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의외로 30대의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했다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젊은 목수들과 대화이후 다른 일을 하러 온 30대 젊은이들을 보면 곁으로 다가가 의중을 떠보는 나름대로 면접(?)을 했는데 광주의 전통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하여 미장일을 한다는 젊은이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살고 싶다는 소신을 피력했고, 타일을 붙이는 젊은이들도 자신의 일에 하나도 꿇릴 것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배운 것이 그것뿐이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는 마음가짐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만났던 젊은이들이 어떤 연유로 힘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노동판에 뛰어들었는지 깊은 내막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젊은이들이 말하는 자부심과 긍지가 현재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서 상대를 의식한 역설적인 자기변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속내가 어떻든 건설 분야의 노동은 위험 부담이 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직업의 특성 때문에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종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현장에 자신의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가진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떻든 좋은 현상으로 보였다.

건축 현장에 나오기 전 다른 직업을 가졌던 경험 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말하는 젊은이들이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목수 팀은 냉장고까지 준비하여 그 안에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챙겨 담아두고 자체적으로 해결했는데 다른 젊은이들도 점심은 물론 물이며 간식조차도 건축주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한 점도 돋보이는 사례였다.

대체로 나이든 노동자들이 건축주에게 점심이며 간식을 은근히 기대했던 태도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건축주의 대접에 감사하면서도 한계를 분명히 했던 젊은이들의 모습은 건축주의 입장에서도 부담을 더는 일이었지만 건축 현장의 바람직한 새로운 풍속도라는 점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집짓기는 노동의 강도가 매우 센 일이다.

종일 무거운 연장 배낭을 메고 땡볕의 무더위 혹은 혹한의 추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지붕을 오르내리는 일, 톱밥과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나무를 자르는 일, 치수와 각도를 정확하게 맞추어 나무를 재단하는 일은 웬만한 체력과 또 담력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노동현장에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젊은이들로 인해 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귀천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하나의 희망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아무 일이나 하나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여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만히 지켜본 결과 건축일은 내가 막연하게 알았던 속칭 [노가다]가 아니었다. 단순히 자르고 바르는 일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 과정을 요하는 일이었다.

목수 일만 해도 그렇다.
적절한 나무를 고르고 치루와 각을 정확하게 재단하는 일, 톱으로 자르는 일은 경험에 의한 눈짐작으로 대강 되는 일이 아니었다.

미장도 되는대로 시멘트만 바르는 일이 아니었다.
사용처에 따라 시멘트와 물과 모래의 배합 비율을 정확하게 맞추고 바닥의 수평을 바로 잡아 벽이나 바닥에 금이 가는 일이 없도록 마무리하는 기술이었다.

그 밖에도 지붕에 기와를 올리는 일, 타일을 붙이는 일 등 어느 것 하나 숙련된 기술과 창조적인 능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많은 건물이 지은 지 1년이 안되어 틈이 생기거나 각이 틀어져 기울게 되고 단열과 보온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지붕에서 물이 새는 하자가 발생했던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세계의 많은 나라를 가지는 못했기에 주거공간의 비율이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에 치우친 나라가 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안전하고 쾌적하게 느끼며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집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우리나라의 건축 기술 수준이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인 줄은 모른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도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전원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도 그런 꿈을 꾸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고, 또 현재 우리가 집을 짓고 있는 마을에도 최근 세 채의 전원주택이 들어섰는데 이는 그런 바람의 반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아파트가격에 대한 불안,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증가 등으로 인해 도시에 단독주택을 짓거나 교외에 터를 잡고 전원주택을 지을 사람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만약 그런 예측이 맞는다고 한다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건축기술을 배워두는 것도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건축에도 여러분야가 있는데 한 가지 만이라도 남이 인정하는 기술을 축적한다면 개인적으로 실패는 아닐 것으로 본다.

정확한 수입은 팀이 도급을 받아 하느냐 아니면 일당제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만 미장 일을 하는 젊은이는 월 25일 일하면 5백만 원 수입은 된다고 했다.

아마 목수들은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대기업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액수일 것이다.
또 특별하게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감을 상쇄시킬 금액도 아닐 것이다.

그렇더라도 젊은이들이 건축현장으로 모여들어 자기의 전문성을 살려 정확하고 꼼꼼하게 일한다면 겉만 깨끗하게 입지만 월급은 약한 직장보다 실속 있는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좀 더 개성 있고 자유롭게 사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다.

또 부실 공사가 판치는 우리나라 건설 현장을 개선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나라 건축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 우수관과 수도관을 묻는 작업 . 아내의 꽃밭은 앞으로 대문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될 것이다. ⓒ홍광석

끝으로 젊은 노동자(목수 미장이 타일공 등)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그들의 애로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겨울철에 일이 별로 없는 점을 들었다.
요즘은 목조주택이나 철골조 주택은 겨울에도 작업을 하지만 그리 많지 않아 추운 1, 2월은 거의 놀면서 벌어놓은 돈을 까먹는 계절이라고 했다.

둘째, 4대 보험, 그중에서도 노후 연금 보험을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오직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불안하다는 말이었다.

셋째, 소규모 주택의 경우 노동자의 부상에 대한 보험 가입이 안 되어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면서도 부상을 입었을 경우 노동자 개인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했다.
(우리 역시 30평 이하의 농가주택으로 신고한 까닭은 제도상의 허점을 노려 노동자들의 상해에 대한 보험금 부담을 피했고, 토지 전용에 대한 세제의 혜택을 보겠다는 취지였는데 알고보니 노동자의 불안을 방치한 꼴이었다.)

넷째, 현장을 찾아 전국을 떠돌다보니 연애할 틈이 없어 노총각 신세를 면하기 어렵고, 기혼자들도 전국의 현장을 떠도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기왕에 사족 같은 의견 몇 가지를 간단히 쓰고 마칠까 한다.

첫째, 노동 현장에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자연스러운 사회분위기, 젊은이들이 무슨 일을 하던지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젊은이들을 노동현장으로 유인책이 될 뿐 아니라 건축기술의 발전과 축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4대 보험을 확대하여 30대는 물론 20대의 젊은이들도 노후 걱정을 하지 않고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개인의 집을 지으면서 매우 짧은 시간에 한정된 분야의 젊은 노동자들을 스치듯 면담하고 전체 노동문제로 확대하거나 노동자들의 현실로 이해하는 것은 조금 곤란한 일이다.
그냥 개인의 소감으로 읽어주었으면 한다.

숙지원의 집짓기는 요즘 장마철이라 주춤거리고 있다.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지난 주 목요일(12일)과 토요일(14일)에 정화조로 통하는 오수관을 묻는 등 외부 공사를 마쳤고 욕실의 위생기 설치를 끝냈을 뿐이다.

금주 중에 도배를 하고 방문을 달 예정이라고 한다.
전기와 수도를 끌어들이는 일은 이제 신청하겠다고 한다.
주방가구 설치는 일주일쯤 걸릴 것이라고 한다.
모레면 집의 기초공사를 시작한지 4개월째로 접어든다.

아무래도 7월말 완공 예정이었는데 지켜지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다.
201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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