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16

집짓는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집을 둘러본 후 대체로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다.
“건축비는 평당 얼마나 드느냐?”
질문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내 경우에는 대답이 난감한 질문이었다.

집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벽과 천장을 가려 방과 부엌 등을 만들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배타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답은 쉬워진다고 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집짓기란 터파기에서 시작하여 전기와 수도 시설이 갖추어지고 방바닥을 깔아 세간을 들이기 전까지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 7월 4일 현재 집의 외형. ⓒ홍광석

요즘은 세간 설치도 집짓기에 포함하여 설계하는 데 즉 사람의 주거 공간으로서 최소한의 시설을 갖추기까지를 집짓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대지 구입비는 두고라도 어떤 건축자재를 쓰느냐에 따라 건축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가용을 선택하면서 차의 면적을 따져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도로를 굴러다니는 승용차의 크기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하여 가격이 다르고 또 같은 기종의 차일지라도 선택 사양에 따라 가격의 차이는 크다.

또 거의 같은 크기의 차라고해도 배기량의 차이 또 수입차인가 국산차인가 하는 점에서도 가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승용차를 사려는 사람이 매장을 찾아 “요즘 괜찮은 승용차 가격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마찬가지로 집 역시 면적이 같다고 해도 집주인의 재력, 취향에 따라 사용하는 자재가 다를 수 있는데 “평당 얼마나 드느냐?”는 질문에는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집은 인간 생활에 필수품이다.
집이 어디에 있느냐 또 누구의 집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기호품이기도 하다.
또한 집의 어떤 자재를 썼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사치품이기도 하다.
집은 가치저장수단으로 집을 통해 재산 축적을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기회의 [상품]이다.

한마디로 부동산으로서 집은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물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누구나 좋은 집, 조금이라도 나은 가구에 대한 바람은 서민의 입장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집짓기를 시작하면서 아내와 나는 명품 집보다는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집을 짓자고 했다.
단단한 기초 위에 단열과 보온이 잘 되어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집을 짓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깊이 연구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몇 채의 모델하우스를 정하고 부분별로 장점을 모아 나름대로 하나의 집을 구상했다.

또한 인터넷이나 현장 답사를 통해 각종 건축 자재에 대한 눈동냥 귀동냥으로나마 보고 들어 알게 된 자재의 장단점도 메모했다.

그에 맞추어 설계를 했고 견적서를 받아 검토도 했다.
그래서 시공사와 계약을 할 때도 가급적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다짐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의 원초적인 소유욕, 과시욕을 자극하는 상업적인 비교 개념의 물량 공세에 초연하기란 쉬운 일이던가?

지붕을 [아스팔트슁글]에서 기와로 바꾸는 문제도 그랬고 좀 더 단열과 보온이 잘 되는 집을 원했던 우리는 단열과 방음에 우수하지만 가격이 좀 세다는 시스템 창호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다락방을 만들겠다는 욕심도 버릴 수 없었다.

그 뿐 아니다.
집을 짓다보니 설계에서 빠진 창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그 점도 그대로 넘길 수 없었다.
또한 주방싱크대, 거실의 조명, 방의 붙박이장도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실용성이 더 좋다는 것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과거처럼 일반 백성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99칸 이상의 집을 짓지 못하고 집짓는데 사용하는 기둥이며 높이도 제한하는 법이 없다.

요즘은 개인의 형편과 취향에 따라 예산을 세우고 원하는 집을 짓는 세상이다.
거기에 집짓기에 소용되는 모든 자재나 제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보니 조금씩 처음의 계획보다 좋은 것을 선택하면 건축비는 누적된다.
그런 사정을 모른 채 모든 집을 일률적으로 “평당 얼마?”라는 묻는다면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렇더라도 들어간 경비를 면적으로 나누면 되기 때문에 평당 가격을 산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집짓기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평당 가격을 물을 일이 아니다.

기초를 어떻게 했는지, 단열재는 무엇을 썼으며, 창호는 어떤 제품을 썼고 그런 것들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물어야한다.

내장재를 살피고 그걸 선택한 이유를 묻고, 주방 가구는 메이커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집의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는지 살폈으면 한다.

참고로 주방의 시설은 적게는 몇 백에서부터 많게는 몇 천을 넘는 제품들이 다양하여 어느 제품을 쓰느냐에 따라 건축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도 알았으면 한다.

▲ 숙지원의 서편길 사과나무에 제법 실하게 달린 사과. 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선 관상용으로 만족하고 있다. ⓒ홍광석

그리고 집을 짓기 전 설계도면과 함께 모델하우스를 그려보고 배치할 가구며 설치할 조명등 까지도 나름대로 정하여 견적을 받는다면 건축 중에 추가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점도 염두에 두기를 부탁하고 싶다.

집짓기.
욕심을 부릴수록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한 가지에서 조금씩 추가하는 적은 금액도 쌓이면 금방 몇 백을 훌쩍 넘긴다.
안할 수도 없고, 추가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크기에 갈등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집의 골격은 완성되었고 문달기 도배하기, 주방 가구설치, 실내 조명등 설치, 욕실 정리 등 내부 공사만 남은 것 같다.

그런데 내부공사의 상당부분이 선택 사항이라는 점이 걱정이다.
당장 주방 가구만 해도 원래 견적서대로 설치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추가 부담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아내의 말이다.

비록 기업이 제시하는 한정된 범위내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색과 디자인을 앞에 두고 선택하는 일은 사는 재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부부의 취향이 다르면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으며, 더구나 돈이 추가되는 선택이라면 갈등의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생애 마지막 집짓기가 될 터인데 아내의 바람을 물리치기도 어렵고, 그냥 견적서의 범위 내에서 추진하자고 우기기도 어려운 것이다.
내 경우에는 아내의 선택에 맡겨버린다.

주택 신축에 평당 얼마나 들었느냐고?
아직 모른다.

설사 얼마 들었다고 한들 그건 우리의 이야기일 뿐 보편적인 정답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대지(6년 전에 구입한 가격)와 건축비를 포함해도 서울 유수 지역의 아파트 방 한 칸 가격도 안 되는 돈(물론 방을 떼어 팔리는 없겠지만), 광주 지역의 제법 목 좋은 아파트 가격에도 한참 못 미치는 돈이면 전원주택 짓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만 가만히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들어가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부부가 뜻을 모으는 일일 것이다.

20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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