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14

집짓기는 막바지로 가고 있다.
지난주까지 실내 보일러 공사와 거실과 방바닥의 미장 일을 끝냈다.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철망을 덮고 다시 보일러와 연결된 온수 관을 깔고 차광막을 덮은 후 시멘트를 채우고 미장으로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는데 그걸 과정을 보면서 한 가족이 머무는 집이라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여러 사람의 힘을 빌리는 복잡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월요일(25일)부터 집의 전면 외장공사와 내부 공사를 시작했다. 금주 말에는 외벽과 내벽 공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한다.

▲ 보일러 시공 장면. ⓒ홍광석

외벽의 측면과 후면은 이미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하여 페인트칠까지 마쳤으니 전면에 돌을 붙이는 일은 이틀이면 끝나리라고 한다.


내벽은 안방과 어머니 방을 제외하고는 거실, 주방, 다락 등은 삼목으로 마감하기로 하였는데 1주일쯤 걸릴 것이라고 한다.


집짓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번듯한 외형보다 보이지 않은 기초와 단열 공사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지만 외벽치장, 실내 인테리어 등 보이는 공사도 소홀하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틈틈이 일하는 사람들의 솜씨를 지켜볼 작정이다. 지난 4월, 집짓기가 시작 되면서 숙지원의 텃밭과 꽃밭의 이야기를 남길 여유가 없었다. 망치를 들고 설칠 주제가 아니었기에 몸이 바빴던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숙지원은 나의 일터였기에 매일 갈 수밖에 없었지만, 집짓기를 시작하면서 부터는 인부들이 일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어 아침 일찍 출근(?)하여 인부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작업의 과정을 살피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처음에는 기초를 하고 그 위에 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로 빨리 현장을 찾았다. 집짓기는 재미있는 일이었다. 내 집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지만 하나하나의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온종일 햇볕에 서서 지켜보면서도 피곤하지 않았던 까닭은 그런 재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집짓기를 지켜보는 일은 재미의 경계를 넘은 집주인이 지켜보고 있으니 맡은 일을 좀 더 정확하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무언의 압력 차원에서 의무적인 일이 되고 말았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에 대한 불신과 일종의 감시처럼 느껴졌겠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돈을 들이는 공사였고, 또 내가 여생을 보내야 할 집이었기에 집짓기가 남의 사정을 봐주면서 적당히 양보하고 타협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집을 짓는 마음으로 일해주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또 원칙을 지켜 치수를 정확하게 재단하고 빈틈없이 시공해주기를 바라는 집주인의 마음을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을 눈앞에 보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다.

문제를 제기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급하면서 무조건 괜찮다고 우기고, 그래도 시정을 요구하면 슬슬 고치는 시늉만 하고 말았다. 아무리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살겠다고 했지만 그런 눈가림 공사를 보면서 화가 안 날 수 없었다.

그런 일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인데 나 역시 피곤한 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다행히 시공사는 [우드하우스]라는 광주의 지역업체로 사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성실한 사람이다.
지역에서 목조주택을 짓기 시작한지 10년 째 되어 건축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력도 상당한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대개 돈을 벌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자신은 오직 개인의 주택을 잘 짓는 일 외에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의사가 없다고 했던 말도 호감이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집짓기를 해오는 동안 그가 일을 맡긴 분야별 기술자들의 기능도 별로 흠잡을 데 없었고 일하는 자세도 대체로 성실했다.

현재도 광주와 전남 일원에 10여 채의 주택을 짓고 있다는데 그런 성실성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공사 사장이라고 해서 분야별 하청을 준 팀장을 상대로 일을 맡겼으니 그 팀의 구성원들의 성향까지 제대로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불성실한 팀 때문에 사장의 마음 고생 뿐 아니라 회사의 손실도 컸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편했던 나의 심정을 말없이 받아주고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다시 꼼꼼하게 챙기고 추가로 사람을 고용하여 보완하는 작업을 해주었다.

집짓기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때문에 우선 사람의 솜씨도 중요할 것이다.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기술과 거기에 일에 임하는 성실성이 더해진다면 서로 불편한 감정을 갖지 않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들도 자신의 일이 부실하면 회사는 물론 집주인에게도 물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욕실 설비, 전기와 수도를 끌어들이는 공사, 주방 시설공사 조명 공사, 방 바닥 공사 등 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는 공사는 거의 끝난 셈이다.

다소 여유를 찾지 않을까 한다.

집짓기. 텃밭 가꾸기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숙지원은 자두 수확이 한창이다. 오늘까지 두 나무에서 수확한 것만 50kg을 넘긴 것 같다. 가뭄 때문에 알이 작아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현재 남평 파머스마켓 시세로 kg당 6천원이 넘으니 만약 우리가 그 정도의 양을 사먹는다고 가정 했을 때는 30만원 이상의 지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돈 안들이고 우리 가족이 먹고 또 마을 이웃들과 나눌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심지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간식은 물론 한 봉지씩 생색을 내고도 남은 것을 광주 집에 와 달아보니 20kg이 넘는다.

아내는 우리 먹기에는 많고 멀리 사는 친지들에게 보내기는 너무 물러졌다면서 골목의 앞집과 뒷집으로 봉지에 담아 나른다.

그리고 먹어본 아주머니들이 어느 곳 자두보다 맛이 좋다고 했다는 말을 나에게 전한다.

금년 같은 가뭄에 매실 30kg, 마늘 9접, 양파 30kg, 감자 20kg 정도 수확했으니 그런대로 텃밭 농사의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비록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날마다 믿지 못하여 지켜보는 일이 없었어도 잘 자라준 농작물이 대견할 뿐이다.

지금 숙지원에는 고추, 야콘, 고구마, 옥수수, 호박, 오이, 토마토, 가지, 참깨, 수박, 참외 등이 자라고 있다. 벌써 풋고추는 물론 호박도 많이 자라 여름 찬거리가 되어준다.

가뭄으로 인해 우리 마을에서도 지하수가 말라버린 집이 있다고 하는데 다행하게도 숙지원의 지하수는 잘 나와 날마다 스프링클러를 옮겨가며 돌리고 있다. 그 덕분인지 농작물들은 특별히 가뭄을 모르는 듯 하다.

이제 금년 봄 농사는 강낭콩 수확과 팥 씨앗을 뿌리는 일만 남았다고 한다.

첫물 고추를 따고 참외가 익을 무렵이면 집은 완공 될 것이다. 주변을 정리하고 이사하기 까지는 한 달 가량 남았다. 서서히 이사짐을 꾸리는 중이다.
버릴 것을 버리자고 하면서도 수 십 년 손때가 묻은 것들을 버리기가 쉽지 않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2012.6.27.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