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했던 현상.
다양한 이념을 인정하기보다 빨갱이라면 경기 들리는 유권자들,
스캔들 수준의 야담을 침소봉대하여 유권자들의 의식을 흐린 일부 박쥐 언론들,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나의 손해만 없으면 괜찮다는 생각을 조금 가진 유권자들,

무조건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들,
노동자가 노동자 후보를 외면하는 계급성 없는 유권자들,
선거가 무엇인지 아무런 관심 없는 젊은 유권자들,
거기에 아직도 넘을 수 없는 지역의 장벽,
그건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총선에서 대부분 낙선자와 당선자들도 그런 현상 속에서 피해자들이거나 수혜자들이다.
낙선자는 대한민국의 현실 때문에 고배를 마셨고, 당선자들은 운이 좋아 대한민국의 현실 때문에 국회의원 꽃다발을 안았을 뿐이다.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품은 의문.
과연 그들은 대한민국 어느 지역을 선택해도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으로 당선 가능한 인물 이었을까?
그들은 야담이나 쓰는 언론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상대후보에게 정정당당하고 떳떳했다고 말 할 수 있는 당선자들은 몇이나 될까?
선거 비용은 편법과 불법 없이 법정 한도를 지켰을까?
그렇다고 낙선자가 결코 정의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당선자들과 똑같은 행동을 했지만 그나마 유권자의 선택을 못 받은 경우라고 보기 때문이다.


선거는 끝났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는 것은 개인적 느낌일까?
조금은 개인적으로 비참한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이런 나라에서 살다니 하는 생각 때문에.

‘그래, 문맹자가 80%라는 나라, 아직도 군부가 권력을 쥐고 있는 나라에 비교하면서 위안을 삼자’고 하지만 부글부글 가슴이 뒤틀린다.

대선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어찌되었건 새로 여당이 된 새누리는 힘을 얻고 뛸 것이다.
거기에 부자언론은 힘을 실어주고 재벌들은 편들기는 노골화될 것이다.

서민들은 혹시나 하는 떡고물을 기대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잊은 채 부(富)심을 따라갈 것이다. 지역감정에 의지하려는 후보에게 비판 없이 투표할 것이다.

색깔 있는 후보라는 소문이 돌면 더 알아 볼 생각 없이 등을 돌릴 것이다.
그도저도 아니면 초야에 묻혔던 옛 선비를 흉내 내며 투표를 포기할 것이다.
어쩌면 김밥을 챙겨들고 어디론가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피터지게 싸워서 쟁취한 민주주의도 지키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은 나라.
퍼주기라는 온갖 욕을 먹으며 남북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업적을 발로 뭉개버린 정권이 지배하는 나라.

친미 친일 사대주의에 헤어나지를 못하는 인간들이 정치를 하는 나라.
사실상 영토가 침탈되는 것을 보면서도 대응하지 못하는 나라.

서민들이 하루에도 40여 명씩 자살하는 나라.
시골 장마당의 농산물까지 수입농산물로 채워지는 나라.
젊은이들이 직장을 잡지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그래서 출산률이 세계 최하위인 나라.
희망이 없는 나라.

당선자들은 좋아하지 말라.
나라의 현실을 똑바로 보라.
개인의 영광, 가문의 영광보다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
자신을 선택해준 서민을 위해 소신공양이라도 하겠다는 각오 없으면 지금이라도 당선을 포기하라.

할 말은 많아도 차마 다 할 수 없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헛것을 본 것처럼 생각이 많은 아침이다.
2012.4.12.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