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김정일 이후 북한과 남북관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언론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8시 30분 ‘현지지도’ 중 서거했다고 19일 정오에 특별발표 형식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8년 건강 이상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3차례 중국 방문을 비롯해 현지지도 강행 등으로 육체적으로 무리가 따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뇌졸중 경력이 있고 지병이 있는 김 위원장이 강성대국 입문을 위해 건재함을 과시하려 무리한 현지지도를 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후계체제’ 성공할까?

당장 김 위원장 서거로 김 위원장의 유일지도체제로 움직여온 북한 내부의 권력 향방에 눈길이 쏠리고 있으며, 대체로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 여부가 관심거리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특별보도에서 “오늘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주체혁명위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령도자이신 김정은동지께서 서계신다”며 “김정은동지의 령도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개척하시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승리에로 이끌어오신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완성해나갈 수 있는 결정적담보로 된다”고 분명히 밝혔고, 김정은 부위원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내년을 김일성.김정일 유훈을 관철해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대외적으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하고,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으면서 빠르게 자기 체제를 완결해 내년 10월쯤 공식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지난 1년 동안 후계체제 작업을 충실히 해왔고, 중국과 러사아로부터 지지와 협조 받았기 때문에 군사 쿠데타나 민중 봉기 가능성은 낮다”고 전제하고 “김정은 부위원장이 나이가 어리고 위기국면 돌파 능력이 검증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과도체제로 당.군.정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용하다 1년 정도 지나면 김정은 중심의 유일체제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중국이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강력히 지원할 수 있다”며 “외교적, 경제적 지원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데 비해 북한의 내부 사정은 지금이 훨씬 낫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체제 안정화 수준에 비해 김정은 부위원장의 후계체제는 훨씬 준비가 덜 돼 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내부 혼란에 빠지기 보다는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비상국면을 관리한 뒤 김정은 유일체제로 자리잡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부위원장의 유일지도체제가 지금부터 가동될 것이라느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 부위원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으면서 이같은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김정은 위원장이 나이가 어리고 국정 경험이 많지 않아, 집단지도체제가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돌발 변수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화된 중국의 영향력에 주목하는 경우도 있다.

남북.북미관계 향방은?

또 하나의 주요한 관심거리는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로 추진 중인 3차 북미회담을 비롯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이다.

당장 22일로 예상되는 3차 북미회담은 일단 잠정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는 장례기간만 끝나면 대외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지만 북한은 특수체제”라며 “미국이 김정일 이후 지도체제가 나름대로 사전조치를 이행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누구와 상대할지 탐색기간도 필요해 북미관계도 조금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창현 교수는 “94년에도 제네바기본합의서가 타결됐듯이 북미회담은 몇 달이 지나면 재개될 것”이라며 “장례기간은 설정하기 나름이지만 지난번처럼 3년상을 치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고 내년 3월경에는 재개될 것”이라고 점쳤다.

중국은 고위급 조문단 파견을 시작으로 내년 4월 김 주석 탄생 100주년인 4.15태양절 행사에 최고위급 사절단을 보내면서 북중우호를 대내외에 확고히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안정화에 버팀목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는 최근 이렇다할 진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분간 소강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의 위기상황을 부추길 목적으로 남측 정부가 북측을 자극하고 나서거나, 북측이 내부 위기국면 탈출을 위해 대외적 긴장조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94년 교훈'에서 무얼 배워야 하나?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 소식을 접한 정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으며, 군 당국은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가 데프콘과 워치콘 상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외교통상부는 전 재외공관에 대해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했고, 통일부는 비상대책반과 상황실을 가동했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은 “국상(國喪) 국면에서는 북한도 군사적으로 안정 관리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군사적인 행동은 내부동요 금지가 일차적이고 남측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보다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겠지만 일체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군사행동은 안 할 것”이라며 “서해에 북한 경비정이 내려오거나 장사정포의 위치를 변동하거나, 동계 기동훈련도 필수적인 것이 아니면 중단시킬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홍익표 교수는 “정부는 될 수 있으면 로키(low-key)로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94년에 불필요한 조문 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분열됐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이나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주통합당은 국회 차원의 논의를 위해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 정보위, 행안위 등 관련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으며, 한나라당도 관련 상임위 개최에는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가 북한 내부는 물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은 북한의 내부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차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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