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걸림돌… 당신들은 역사의 죄인

최고의 선이란 없다. 최선은 신의 몫이다. 때문에 최선을 바라는 것은 오만이고 인간은 차선에 머물러야 한다. 차선에서 최선을 지향하면 된다. 인간의 욕망이 최선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발전이 있다.

말이 어려운가. 간단히 설명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연합 세력이 승리했다. 연합세력이 아니었으면 시장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다음 생각은 끔찍해서 하기도 싫다.

어느 야당이라도 단독으로 승리할 수만 있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것이었지만 질 게 뻔하기 때문에 그건 버려야 할 꿈이었고 야권연합만이 승리를 보장하는 차선이었다는 것이다. 꿩 대신 닭이었지만 닭으로서도 충분히 목적을 이루었다는 얘기다. 야권연합 때문에 죽지 않고 살아났으니 차선이 최선이 아닌가. 이해가 되는가.

선거가 끝나자 각 정당 정파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현실적으로 국민의 지지라는 힘이 증명됐으니 시민세력들이 적극적이다. 시민세력이라 함은 ‘혁신과 통합’이다.

별로 신뢰는 없지만 그래도 영향력은 있으니 여론조사라는 것을 한 번 보자. 가장 신뢰가 있다는 한겨레 여론조사다. 정치세력에 대한 선호도를 물었다.

‘안철수·박원순 등이 참여한 제3세력’ 선호도 39.3%.
‘박근혜 등 한나라당 세력’ 선호도 40.0%. 비슷하게 나왔다.
‘손학규·정동영을 비롯한 민주당 세력. 11.1%. 진보정당 세력, 1.9%.
‘정당 지지율 한나라당 33.6%, 민주당 23.3%, 진보3당 3.8%.


▲ ⓒ<서프라이즈> 갈무리

민주당은 현기증 나게 생겼다. 이럴 수가 하겠지만 엄중한 현실이다.

더구나 20·30대에 절반과 호남의 54%가 안철수와 박원순 등 제3세력을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제3세력은 누군가. 바로 시민세력의 ‘혁신과 통합’이다.

여론조사대로라면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당이라는 의미가 된다. 반면에 통합세력은 39.3%에 달해서 독자세력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민주당이 현재 제1야당으로서 2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지지 세력의 결집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안철수·박원순 등으로 대표되는 제3세력이 민주당을 제치고 정치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 민주당의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리더십도, 인물도 허약한 민주당은 분명히 위기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름은 제1야당이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현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36.9%, 민주당은 22.7%를 지지했다. 14.2%의 한나라당 우세다.

한나라당과 1대1로 맞대결을 했던 서울시장 보선에선 야권 단일후보를 택했지만, 민주당 단독으로 총선에 출마했다면 결과가 어떠했을지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이 역시 통합의 필요성이다.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혁신과 통합’은 통합정당 추진 기구를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이제 출범을 해야 할 시점이다. 치장 차리다가 신주 개 물려 간다는 말도 있다.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단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 축하 오찬을 함께했다.

문성근은 서울시장 당선과정이 바로 야권통합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문재인 상임이사도 분명히 말했다.

“혁신과 통합은 기존 정당과 별개로 제3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정당의 울타리 속에 여러 가족이 동거하는 연합정당이다. 안철수 원장도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운동과 지향점이 같다. 우리와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지금 통합의 급물살을 일으킨 장본인 박원순의 입장은 어떤가.

“박원순 시장은 국민의 변화 요구를 받아낸 혁신적이고 통합을 이룬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이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혁신과 통합’은 박원순의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이것은 박원순이 앞으로 새 통합정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통합이란 흩어져 있던 세력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권의 통합은 난사 중의 난사다. 더구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정당끼리의 통합이란 산모가 아이 낳기보다 더 힘들다. 특히 정당의 지도자란 사람들이 자신의 입지와 연관 지어 사고하는 경향이 뚜렷한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 대표 손학규가 선수를 쳤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하자. “민주당이 객체가 되는 통합은 안 되며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과 통합하는 식은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중심으로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혁신과 통합’이 통합을 주도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들은 함께 있다가 나간 이들로 당연히 들어와야 한다” “이들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민주당과 진보세력진영 내에서 통합을 이뤄야 한다”

민주당이 통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자신의 속내를 고스란히 들어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통합이란 이름은 좋지만 민주당으로 모두 들어와 통합을 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사려 깊지 못한 발언까지 했다.

“‘혁신과 통합’이 야권통합의 마당이 된다는 것은 함께 있다가 나간 사람들이 다시 들어온다는 것인데 이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표현이 지나쳤다. 나갔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당의 순혈주의를 말하는가. 손학규 대표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고 할 자격도 없다. 정치지도자는 말하기 전에 자신의 과거도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지조를 말하는 것인가. 과거를 헐뜯겠다는 것인가.

힘든 길을 걸어와 이제 제1야당의 대표가 됐고 12월 전당대회를 거쳐 대권주자로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이해는 한다. 그래도 시대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제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정정당당하게 상대와 겨루는 것이다.

지금 그의 대권경쟁력을 인정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현재 상태로서 거의 난망이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정면 돌파다. 용기가 있는 정치인이라면 혁신과 통합의 제의를 흔쾌하게 받아 드리고 그들과 함께 총선에서 승리하고 총선에서의 기여도를 발판으로 대권 후보에 도전해야 국민으로부터 지도자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민주당의 국민 지지도와 민주당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해 통합에 장애가 된다면 국민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당은 제1야당이고 지금까지 독재세력과 투쟁해온 민주세력의 중심이다. 그러기에 더욱 기득권을 버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자기를 버리는 사람은 아름답다.

민주당의 통 큰 결단에 승복하지 않는 세력이 어디 있으며 찬사를 모내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손학규의 결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국민은 주시한다, 누가 반통합 세력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비원과 정치의식의 눈부신 성장을 정치인들은 가슴 깊이 느꼈을 것이다. 통합이 이루어 내는 놀라운 힘도 절감했을 것이다. 이제 요행을 바라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도 제1야당인데 하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지금까지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제 몫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생각하는가. 왜 민주당의 지지율이 23.3%밖에 되지 않을까. 손학규와 정동영의 세력은 11.1%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로 당권이나 거머쥐고 공천권이나 휘두르려는 당대표라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아직도 공천장사를 하는가.

민주당의 이기주의를 말하면 금방 열을 낸다. 또 호남 탓이냐고 할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 지금 호남이 아니었으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했을 인물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민주주의고 반민주주의고 가리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믿는가.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자신은 끄떡없다고 자만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사람들이 사라져야 호남이 제대로 대우를 받게 된다.

호남이 바뀌고 있다. 영남도 바뀌고 있다. 가장 지역주의의 은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각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망이다. 바꾸도록 해야 한다.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나이는 아니로되 나이를 먹으면 양보의 미덕을 알아야 한다. 국회에 가보면 저 사람이 아직도 배지를 달고 있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노욕에다 노추다.

‘혁신과 통합’은 한나라당을 몰아내고 민주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이미 지난해 6.2 보선과 이번 10.26 선거를 통해서 증명됐다. 그 어떤 논리도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대의명분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이 통합에 대해 주저하거나 피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이 그런데야 도리가 없지 않은가.

“민주적 정통세력인 민주당이 변화를 선도하고 통합을 주도해야 한다”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기득권을 훌훌 털어버리고 통합에 선두에 서서 통합의 광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야권통합에 이런저런 이유를 달고 있는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 함께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하자는데 무슨 조건이 그렇게도 많은가. 정작 속셈은 밑에 깔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도 국민은 그 속을 안다.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대의명분은 아무 상관이 없다.

야심이야 누가 뭐라나. 그러나 야심도 대의명분과 함께 해야 욕을 안 먹는다. 지난 10월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름도 없는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밤을 지새우며 헌신하는 것을 보았으리라.

박원순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이 불과 며칠 만에 모금액을 달성했다. 야권이 추천한 후보를 위해 민주당을 포함, 시민대표들이 노래를 하며 춤을 출 때 환호하던 시민들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박원순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터져 나온 함성을 듣지 못했는가. 그게 국민의 소리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게 바로 염원이며 국민의 명령인 것이다. 지구가 두 쪽이 나도 반드시 불의한 정권을 타도하고 제대로 된 민주정권을 새워야 한다는 국민의 명령은 어느 야당지도자라 할지라도 거역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든 시민대표단이든 국민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결단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목숨은 살아 숨 쉰다 해도 영혼은 죽은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야권의 통합에 장애가 되는 행위는 일체 거부한다. 국민의 용서하지 않는다.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민주주의의 적으로 낙인찍히고 정치파락호로 전락할 것인가. 잠시 불이익을 감수하고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와 민주정부 수립에 기여를 한 시민 지도자로 정치사에 남을 것인가. 오늘의 정치지도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쥐꼬리만 한 기득권은 당장 걷어 치워라.

국민들은 지금 민주당 안에 반 통합세력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그들의 작태가 정도를 넘을 때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통합 없이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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