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암매장 증언 현장... 농아인 호루라기로 울부짖어  
김영일 전 농아학교 교사 "경찰신고 후 5일동안 감금당했다"  

17일 오후 2시 광주시청 앞.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상임대표 김용목 목사), 인화학교 총동문회(회장 서만길), 광주농아인협회(회장 강복원)  소속 회원 150여명이 기자회견을 위해 모여 들었다.

사회자와 각 단체 대표들은 인화학교 폐쇄와 우석법인 인가취소를 요구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농아인들은 호루라기로 비장애인들은 손으로 연호를 이어갔다. 김용목 상임대표는 "오늘 기자회견문은 없습니다"라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암매장을 증언 중인 김영일 전 광주농아학교 교사(72). ⓒ광주인

이어 1960년부터 10년동안 인화학교 전신인 전남농아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던 김영일(72)씨가 양심선언과 공개증언자로 자청해서 나왔다. 취재기자들에게 나눠준 1969년 4월 29일자 <전남매일> '전남농아학생 70명의 처우개선  농성' 이라는 기사를 52년동안 간직해오다 복사해온 장본인이다. 김씨는 현재 서울에서 장애인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교사로서 꿈을 갖고 주경야독 끝에 자격은 없지만 20살부터 29살까지 전남농아학교에서 교사로 아이들 앞에 섰다. 그러나 이유없는 폭행이 많았으며 학생들이 먹었던 밥은 눈으로 차마 볼수가 없었다. 이처럼 안 좋은 일로 많은 번뇌를 했다"고 증언을 시작했다. 

이어 김씨는 "쓰레기 같은 밥을 개선하기 위해 음식을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느날 밤 학생들과 의논 끝에 직접(김씨가) 혈서를 써서 경찰수사를 촉구했으나 심층적으로 파헤치지 못했다. 회의 끝에 교사를 그만두었다." 김씨는 결국 10여년의 교사 생활을 29살에 그만둔 것.

▲ 증언을 마치고 인화학교 정문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참석한 김영일 전 전남농아학교 교사. ⓒ광주인

오히려 경찰수사 중에 김씨는 혈서사건 주동자로 몰려 무등산에서 학교쪽 교사들에게 3~4시간 동안 감금을 당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보냈으나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김씨는 "제 소신대로 밀고 나가지 못하고 교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 당시 아이들에게 얌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눈시울을 밝혔다. 
 
이어 수화통역자가 "잠깜만요. 너무 놀라운 일이라서"를 여러 차례 외쳤다. 순간 기자회견장은 "김씨의 증언을 있는 그대로 통역하라"는 주문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어 수화통역자가 교체되고 김씨의 "1964년 10월과 1965년 4월에 8살 아이와 7살 아이를 굶긴 후 무등산에 파 묻었다"는 암매장 증언이 이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은 곳곳에서 울부짖었다. 취재기자들도 몰려들었다. 인화학교 대책위도 순서에 없던 증언에 깜짝 놀랐다.   

김씨는 1965년 4월 어느날 오후3~4시께 묻은 아이는 자신이 직접 땅을 팠다고 생생하게 증언했다. 김씨는 "당시 고민 끝에 경찰에 고소했는데 묵살했다. 이제서야 눈을 감을 수 있겠다"며 지난 57년간 가슴속에 묻어온 사연을 털어 놓았다.  이를 들은 농아인들은 ''어어어"와 호루라기 소리로 울부짖었다.  

이어 전남농아학교 1회 출신인 김경원 목사도 "개 돼지 노예 취급을 받았다. 교사들이 (여학생)기숙사에 밤에 마음대로 들어 갔었다. 일만 시키고 공부는 시키지 않았다. 당시 김택용 교장은 수화도 못했으며 항상 통역 없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의 암매장 증언에 대해 기자들과 김씨의 질의 응답이 오갔다. 김씨는 "당시 자신과 나아무개교사(현재 나주지역 복지시설 근무), 김택영 교감 등 4명이 함께 묻었다. 당시 경찰에 신고했으나 그냥 무시했고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오후 4시 인화학교 정문 우석법인 규탄대회장. 집회를 마친 김씨는  암매장 증언을 이어갔다. "암매장 사실을 자신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자 당시 김택영 교감이 폭행을 가했다. 집에서 도망가다가 잡혔다. 5일 동안 숙직실에 갇혀 있었다."

▲ "이제 눈을 감을 수 있겠다"며 어린이 암매장 사실을 증언한 김영일 전 교사가 인화학교 정문에서 학교를 바라보고 있다. ⓒ광주인

김씨는 당시 농아학생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요구하다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무등산에 3~4시간 감금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김씨의 암매장 증언에 이어 인화학교 전 이사장 셋째아들(현직 미술교사)이 당시 여학생을 누드모델로 삼아 그림을 자주 그렸다는 사실도 터져 나왔다. 또 18일에는 성폭행 전력 교사가 당시 동료 여교사를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현우 인화학교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인화학교가 무슨 양파껍질이냐. 충격적인 불법비리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 우석법인의 악행과 죄악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며 "법인 해체와 학교폐쇄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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