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시민 100인과 100분 토론 진행
방과 후 학교, 학생 인권, 공교육 내실화 등 토론 '후끈'

‘시민교육감’을 표방하며 교육감에 당선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시민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3일 저녁 장 교육감은 '교육문제 해법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시민 100인과 100분 토론을 진행했다.

▲ 지난 23일 저녁 7시 광주 서부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직접 참석한 '교육문제 해법 현장에서 듣는다'를 토론회에 장 교육감이 학부모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인터넷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시민 100인은 장 교육감과의 만남에서 방과 후 학교, 다문화 가정, 공교육 내실화, 학생 인권 등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토론회 사회는 김철호 일곡초교 교장직무대리가 맡았다. 이날 토론회장은 교육청 간부들이 얼굴이 보이지 않아 과거 권위적인 토론회를 탈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100분이 예정돼 있었던 이날 토론은 시민들의 열띤 참여에 100분을 훌쩍 넘긴 2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됐다. 흔치 않은 교육감과의 직접 대화에 시민들은 교육 현장에 대한 관심, 당부, 불만, 기대 등을 한 아름 풀어놓았다.

이날 방과 후 학교에 대한 의견이 줄을 이었는데 박종철씨는 “공교육을 강화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방과 후 학교에 관리자들의 관심이 너무 적다”며 ‘방과 후 학교 전용 교실’을 건의했다.

반면 광주 수창초교에서 방과 후 돌봄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선씨는 “연 2회 열리는 공개수업에 꼭 참석해달라”고 당부하며 “방과 후 교사에 대한 세미나, 지원 등이 전혀 없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 이날 장휘국 교육감과 학생 학부모 100분 토론회는 참가자들의 열띤 관심을 보이며 예정 시간을 훌쩍 남기면서 진행됐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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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학부모와 “방과 후 교사에 대한 교육 및 관리가 절실하다”는 방과 후 교사의 입장은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시작된 방과 후 학교가 보강해 가야 할 과제를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이어 ‘무한연임’ 학교 운영위원에 대한 '제한(?)' 건의가 계속됐다. ㅇ초교 자모회장인 최연용씨는 “1년 임기에 무한 연임이 가능한 학교 운영위원의 영향력이 학교장보다 막강한 곳도 있다”며 운영위원에 대한 견제 기구 필요성을 역설했다.

장 교육감은 이에 “운영위원 제명 규정이 있지만 굉장히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전국 교육감 협의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을 건의한 적도 있다”고 답변했다.

대부분 초등 학부모들의 의견이 주를 이루던 가운데 대학생 2명, 고교생 2명, 중학생 1명 다섯 아이들의 엄마인 박경희씨는 “전반 교육이 초등, 유치원에 집중된 느낌을 받는다. 다자녀에 대한 고교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 박씨는 “대학생인 아이가 복학을 거부한다”며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된 적성 상담을 받지 못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가 다섯 아이들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장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면 ‘다둥이 엄마’에 대한 환호가 쏟아졌다. 장 교육감 역시 답변에 앞서 “다자녀 엄마에게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교육감은 “적성검사를 토대로 진로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하는 것에 공감한다”며 ‘진학’에 그친 진로 상담이 아닌 아이들의 적성과 꿈까지 함께 고민하는 진로교육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진로 상담은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아닌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루는 게 현실. 그렇기 때문에 고3 시절, 담임교사와의 상담 뿐이고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는 학교는 많지 않다.

서정순씨는 “담임교사와 상담이 주로 많은데 담임 교사와의 관계 형성이 미흡한 학부모의 경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전문 진로 전담 교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장 교육감은 “전문 진로 상담 교사를 두자는 것은 정부의 방침이기도 하고 추진 중에 있지만 교사정원 안에서 전문 교사를 뽑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밝혔다.

▲ 재일동포로 광주에서 살고 있는 최금숙씨가 국영수 대입위주의 한국교육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광주인

열기를 더해가는 토론 중 조금은 어눌한(?) 말투의 한 여성이 말을 꺼냈다. 일본어 억양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최금숙씨는 “왜 한국 학교에서는 공부만 시키나. 한창 클 나이인 아이들에게 체육은 안 시키기고 공부만 시킨다”고 항의(?)했다.

최씨는 “운동복을 사줘도 1년 중 운동회 한번, 학예회 때 한번 두 번만 입고 간다”며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학교 3학생 아들을 둔 강춘자씨는 학교 폭력 경험으로 방황하고 있는 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해 중3 아이들 8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수술을 받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낸 강씨의 아들은 1년여 만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었고 선도위원회 등에 세워지게 됐다. 강씨는 “선도위원회는 아이들을 선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벌을 주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느껴졌다”며 “이 과정에서 교사의 언어적 폭력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교사의 폭언과 폭행 등에 대한 건의와 호소가 이어졌고 장 교육감은 “얼마나 많은 학부모와 시민들이 학생 인권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이 현장은 전국에 방송으로 내보내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 100분 100명 토론에서 학부모들은 교육현장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인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대서특필하며 학생인권조례 흠집내기에 혈안이 된 이들에 대해 ‘시민의 뜻이 이러하다’고 보여주고 싶은 장 교육감의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답변이었다.

학부모 일색이던 이날 토론 참여자 중 하얀 교복을 갖춰 입은 여고생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유일한 학생 참가자의 의견을 들어봅시다”는 성원에 힘입어 말문을 연 수피아여고 3학년 김미래 학생은 “지역 신문을 보고 장 교육감 토론에 신청하게 됐다. 토론회에 온다니깐 주변 친구들이 물어보라고 부탁한 것들이 있었다”며 “엊그제 굉장히 더운 날씨임에도 학교에서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다”고 장 교육감에게 토로했다.

▲ 100분 토론회에 유일하게 학생으로 참석한 수피아여고 3학년 김미래 학생이 교실 에어컨 가동과 학교교운영비 지출 공개여부 등을 질문하고 있다. ⓒ광주인

김 학생은 또 “학교 운영회비가 투명하게 집행되는지 궁금하다. 집행 내역이 공개되면 좋겠다”고 건의해 타 학부모 참석자들로 하여금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주 5일제 수업, 논술 교육, 학교 주변 송전탑, 집중이수제, 중고교 방과 후 학교, 병설유치원 지원 확대 등 건의사항이 봇물을 이루었다.

내 아이의 교육을 책임지는 광주 교육 수장이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었던 장 교육감과의 대화 자리에 시민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계속되는 토론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답답한 마음을 안고 있었는지, 얼마나 광주 교육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 학부모들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광주인

2시간 30여분동안 토론이 끝난 후에도 시민들은 "조금 더 이야기 나누지 못해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현장에서 시민과의 호흡, 첫 시작을 알린 장 교육감은 올 연말까지 세 차례 더 '100분 토론'을 진행하며 시민들 곁으로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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