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비핵’ 합의하면 핵정상회의 초청 용의”

관심을 모았던 ‘베를린 제안’은 결국 ‘재탕’에 지나지 않았다.

<통일뉴스>와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베를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합의한다면 (서울에서 열리는) 5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북측에 ‘핵포기 의지 국제사회 합의’에 ‘천안함.연평도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내년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같은 제안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통일뉴스>는 전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내용을 보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됐다”며 “대통령이 핵안보 정상회의에 관심이 있고, 그걸 그림 좋게 열려고 하는 생각만 있지 아무런 방법론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남북대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제안이 아니고,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형식으로 남쪽에 온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며 “핵안보 정상회의는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의 소리> 또한 이 제안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논쟁을 즐기지 않고 양자회담을 위주로 하는 북한 외교의 특성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직접 다자무대에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이 대통령이 거론한 ‘북한의 밝은 미래’ 역시 기존 입장의 재탕에 불과하다.

김태효 비서관은 “(비핵화를 확고히 약속하면)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 시한에 따라 어떤 경제지원, 안전보장, 신뢰회복 조치를 할지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며 “북한이 염려하는 안전보장, 경제회복이 함께 해결되므로 그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의 밝은 미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그랜드바겐’ 제안과 유사한 것으로 결국 북한의 태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기존 정부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선 것이 없다.

청와대의 설명은 한 발 더 나아간다. 김 비서관은 비핵화 ‘합의’에 대해 “북한이 전체 핵프로그램을 언제까지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인”이라고 설명하면서 “9.19 공동성명에는 핵 프로그램 폐기 시점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한다면 도발에 대한 사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기 전에) 우리가 사과를 분명히 요구하게 될 것이다. 사과가 돼야 남북한이 신뢰를 갖고 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은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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