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주년 3.8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5일 광주 남구 구동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광주여성대회가 열렸다.

여성단체 행사는 지난해 11월 광주여성노동자회 창립 20주년 행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행사 때도 구경 갔는지 취재하러 갔는지 잊을 만큼 즐겁게 본 기억이 있는데 150여명의 여성들이 자리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다.

▲ 5일 오후 2시 광주 남구 구동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3.8광주여성대회 참가자들이 율동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광주인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여성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고 양성평등이 많이 정착돼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으로서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은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짧은 사회생활이었지만 여성 노동자의 한 명으로서 어려움을 몸소 느낀 적도 있다.

노사갈등이 있었던 ㄱ회사를 취재 갔다가 사측이 노동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야! 아줌마!...사진 찍지마! 어쩌고저쩌고...”를 들어본 적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나름 강경 대응했다....고 생각한다.)

취재과정에서 사진을 찍거나 할 때 3,40대의 남자 선배들 사이에서 밀린 적도 더러 있다. 힘과 규모에서 오는 압박이란...크!  어린 여자 기자라는 이유로(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나?^^;) ‘넌 뭐야?’ 라는 눈빛도 받은 적 있고, ‘김 기자’가 아닌 ‘아가씨!’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또 몇 번 만나면 은근슬쩍 말을 놓는 취재원들도 있다.

워낙 민감한 성격이 아닌지라 이런 일들에 대해서 크게 상심하지도 기죽어 하지도 않지만 ‘어라. 그러는 넌 또 뭐냐’ 할 때는 많다.

여성의 고단함을 몸소 느껴봐서일까? 이날 여성대회에서 참 많은 감동과 희망을 느꼈다.

‘노동과 삶이 위협받는 시대, 여성의 힘으로 넘어서자!’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여성대회에서 3.8여성상을 받은 대우IS 노동자들, 근로정신대라는 과거를 딛고 전범기업 미쓰비시 퇴출운동을 벌이는 양금덕 할머니, 불합리한 임금과 싸우는 광주 지하철 청소 노동자 어머니들... 다들 내 할머니, 어머니, 언니들 같았다.

한 때는 “여성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여성 스스로 차별을 만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여성운동의 의의를 제대로 알지 못할 때 동등한 대우를 원한다면서 왜 여성편의를 외치는 건지, 역차별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저임금 차별에서 벗어나고, 임신출산의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외쳐야 함은 분명하다.

이날 만난 여성들은 무척 당차고 유쾌한 이들이었다. 행사가 이어진 2시간여 동안 긍정의 에너지를 온몸 가득 받아 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날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남성 참가자는 신성진 광주전남민주언론연합 상임대표 외 2~3명뿐이었다. 몇몇 남성참가자들도 있었지만 일찍 자리를 떠났다.

일찍 자리를 뜬 이들이 나쁘다거나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많은 남성들과 함께 했으면 서로를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됐을 텐데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이날 끝까지 함께 한 신 대표는 ‘광주여연 사무실 1회방문권’이라는 큰~ 선물을 받기도 했는데 말이다!

이날 여성대회를 계기로 모든 여성과 남성이, 이땅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날까지 여성들이여 힘을 냅시다!!(내년 여성대회는 남성분들도 많이 많이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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