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농성장이 마무리됐다.

지난 11일 새벽, 조선대 비정규 교수 노조와 대학 쪽이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점에 다다른 것이다. 이로써 60여 일간 계속되던 조선대 비정규 교수들의 농성은 끝이 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처음 조선대 비정규 교수님들이 파업농성에 들어간다는 기자회견을 할 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니 세상에, 학생들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성적입력도 안하고 파업을 한다는데 기자가 달랑 이게 다야?”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있던 한 방송사는 그날 저녁 방송이 되지 않았다.

그 후 천막농성 기자회견, 시민사회단체의 노조지지 기자회견, 노조 대폭 양보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는 대학 쪽 규탄 보도자료, 단식농성 기자회견 등등 60여일 동안 조선대 저 높은 곳, 본관 앞에 있는 교수님들을 만나기 위해 낑낑 거리며 오르락 거렸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하나 둘, 관심을 갖는 언론이 늘어났고 지난 9일 정재호 조선대분회장과 윤정원 한국비정규노조 위원장의 단식농성 선언 기자회견에는 ‘그 동안에 비해 솔찬히’ 많은 기자들이 참여했다. 역시 사회적 약자에게 단식이라는 것은 무서운 무기 중 하나인가 보다.

11일, 조선대 비정규 교수님들의 협상타결 소식을 듣고 저녁 시간에 비정규 교수님들을 만났다.

지난해 12월에 처음 봤던 한 비정규 교수님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를 연신 지으셨다. 지난 9일 기자회견까지(몇 번을 보고 인사를 했건만)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던 교수님은 “기자회견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와 준 기자입니다”고 소개까지 해주셨다. (교수님, 제가 타 지역 출장으로 한번 빠졌었죠 ^^;)

그리고 그 교수님은 언론의 무관심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농성을 시작하고 비정규 교수 노조의 기사를 검색해봤지만 어디 하나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언론이 판단하기에는 중요도가 떨어졌나보다. 내겐 꽤 충격적인 뉴스꺼리(?)였는데.) 

나의 기사 몇 개가 농성을 벌이는 교수님들에게 ‘든든함’을 줄 수 있었을까? 주었던 아니든 참 기쁜 날이다. ‘교수’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가려진 대학 내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학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날이기 때문이다.

교수님들! 이제 농성장 말고 강의실에서 뵈야죠! 앞으로도 더 좋은 강의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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