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천안함 연평도 이외에는 논의 안돼' 고집...예비회담 결국 결렬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진행된 고위급 군사회담 예비(실무)회담이 결국 결렬됐다. 이로써 우리 정부가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로 못 박은 남북적십자회담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9일 <민중의 소리>가 보도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예비회담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 수석대표에 따르면 남북은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 선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지난 8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군사실무회담 개최를 앞두고 남측 수석대표 문상균 대령(오른쪽)과 북측 단장 리선권 대좌(대령급)가 악수를 하고 있다. ⓒ국방부

남, ‘천안함+연평도’ vs 북 ‘천안함+연평도+군사적 긴장완화’

문 수석대표는 “북측은 첫날 회담에서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에 대하여를 의제로 하자고 했고, 우리측은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 확약을 의제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 수석대표는 이어 “계속된 회담을 통해 우리 측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것으로 수정 제의했고, 북측도 천안호 사건, 연평도 포격전, 쌍방 군부 사이의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중지할 데 대하여로 수정했으며 그것까지는 진전됐다”고 설명했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남측이 천안함+연평도를 의제로 제시했다면, 북은 이 두 가지에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더한 셈인 것.

언뜻 보면 커다란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의제 문제는 이번 회담에 대한 남북의 전략을 설명해 준다. 남측은 지난 두 사건에 대한 북측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중심을 두겠다는 전략이며, 북측은 천안함의 경우 무관함을 설명하고, 연평도 포격전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라는 더 큰 의제에 녹여서 다루자는 전략인 셈이다.

문 수석대표는 남북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북측이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조종하에 남측의 대북 대결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밝히고 퇴장했다고 설명했다. 북으로서는 더 이상 대화가 어렵겠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급한 쪽은 북...결국 대화 나올 것’ 자신감 보여

예비 회담의 과정만 놓고 보면 남측의 대응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본 회담도 아니고 의제를 정하는 예비 회담에서 굳이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라는 의제를 거절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일보>는 정부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정부 내부에서조차 북측의 제의에 우리가 너무 경직된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주류 인사들은 나름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민중의 소리>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측에서 (고위급 회담에) 미련을 많이 가지는 것으로 보였다”며 “다시 (실무회담을 하자고) 전통문을 보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런 자신감은 북이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에 기초한 것이다. 급한 쪽은 북이기 때문에 남측이 다소 ‘경직’된 요구를 내걸어도 결국 끌려나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청와대와 통일부로 이어지는 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기본 인식이기도 하다.

통일부가 남북적십자회담에 대해 ‘원칙적 동의’를 표하면서도 적십자회담을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로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주의 문제를 다루는 적십자 회담은 이산가족 문제와 경제지원 문제를 기본 의제로 해왔다. ‘경제지원’을 군사회담과 연계시켜 놓은 셈이다.

현 정부의 이 같은 대북전략은 지난 3년 내내 지속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봉쇄, 압박 정책이 북측의 ‘굴복’을 받아내지 못했고, 오히려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대규모 긴장 사태로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라고 북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남북 간의 대화를 강하게 종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의 ‘고집’이 자칫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낳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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