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들이 서로 어우러진 전남 담양군 대전면 무월마을의 평화로운 모습. ⓒ광주인

오래된 돌담길을 걷는 것은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가슴 설레이는 일이다. 이끼와 담쟁이 덩쿨로 뒤 덥힌 돌담길에서, 우리는 바삐 사느라 잊어버린 우리들의 소중한 이웃들과, 돈과 맞바꾸어 버린 우리들의 감성을 다소간 얼마 만큼은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아침부터 시작된 한옥 마을 여행은 화창한 날씨 덕에 더욱 즐거운 마음 이였다. 가을이 무르 익어가는 10월의 끝자락에 떠난 한옥 마을 여행은 전남의 여러 곳을 차분히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옥이 주는 어떤 편안함은 초현대식 호텔이 주는 그 어떤 분위기보다도 더할 나위 없는 이른바, 고색창연(古色蒼然)의 미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 무월마을 안에 있는 마을 샘터. ⓒ광주인
▲ 전남 담양군 무월마을에 있는 한 미술가의 공방 흙벽과 곡선형 나무 기둥이 흙집의 멋을 뽐내고 있다. ⓒ김용미
▲ 전남 담양 대전면 무월마을 한 미술가의 공방 뜰에 설치된 노란색 우체통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광주인
시골의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면 국적이 없는 건물들과 이른바 펜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버젓이 간판을 영어로 도배를 한 집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이른바 문화적 피로감 까지 느껴지게 하는 것이,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옥에 대한 생각은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행복마을 팸투어'는 사회적 기업 문화재예방관리센터와 (사)행복마을협의회가 주관하고 전남도가 후원하여 광주전남지역 언론사 및 잡지사 기자, 광주전남관광협회 및 여행업계 관계자, 여행작가 및 사진작가 , 인터넷 여행동호회 및 여행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전남 곳곳의 한옥마을 직접 체험하는 1박2일형 여행코스로 마련됐다. 

전남도는 농산어촌 마을을 사람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현 주민들과 후손들이 정착하고 도시민들이 돌아오는 마을로 만들기 위하여 ‘행복마을(한옥마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남도는 74개의 ‘행복마을’이 지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인구 전입이 증가하고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고 한다

▲ 한 예술가의 단아한 한옥집에서 소소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광주인
우선 첫 번째 도착한 곳은 담양의 한옥 마을인 ‘담양 무월 달빛 행복 마을’이였는데 아직 한옥 마을 공사가 한창 진행 중 이어서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시골 밥상으로 점심을 먹고, 그곳 마을의 전설과 주변의 돌담길을 걸으며, 시골의 정취를 흠뻑 느꼈다.

담양의 대숲 사이에서 자라난 죽로차 만들기 체험은 차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마을의 이장님인 송일근씨가 토우 작가인지라 마을 전체가 마치 토우 작업장처럼 느껴지는 예술적 감흥도 마을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아름다운 산책로인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녹차 나무’가 ‘동백꽃과’가 아니라 ‘장미꽃과’에 속한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음의 한옥 마을은 구례의 '오미 은하수 행복 마을'인데 운조루와 곡전재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운조루의 아름다운 풍경은 조선시대의 풍광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운조루는 지금, 터를 잡고 집을 지은 류이주님의 10대 손인 류홍수(57세)씨가 운조루를 관리하며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 전남 구례 운조루 전경. ⓒ나경근

쌀 3가마가 들어간다는 커다란 뒤주에 써있는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작은 글씨는 주인의 품성을 엿 볼 수 있었는데 ‘누구나 마개를 열어 쌀을 꺼내갈 수 있다는 뜻’으로 가난한 이웃을 배려한 양반 가문의 마음이 컷음을 엿볼 수 있었다.

큰 사랑 채에 덧 덴 아름다운 정자는 운조루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데, 그 집 세번째 며느리 곽영숙(36세)씨의 재치 있는 안내는 더욱 발길을 붙잡는 여운으로 남는다. "귓속말로 하는 말인데요, 절대 운조루에서 ‘운’자를 때지 마세요" 듣는 이들이 모두 그만 폭소를 자아냈다.

꽃 바위

- 조현옥 시인-

꽃도 야무지게
피면 바위가
된다는 거

졸고 있는
가을 햇살 아래

국화 꽃이
한 수를 둡니다

그런데 세상의
바둑판은 도무지
요지부동입니다.

▲ 운조루 셋째 며느리 곽영숙씨가 관람객들에게 해학과 유머까지 곁들이며 안내를 하고 있다. ⓒ나경근
저녁 어스름이 당도하자 우리는 운조루 바로, 앞마을에 위치한 곡전재에 여정을 풀고 하루를 묶었다 곡전재는 운조루와 더불어 ‘금환락지’라고 불리는 명당 터라고 한다.

성주(星州) 이씨 24대손으로 현재는 이병주(55세)씨가 운영하고 있다. 대문을 사이에 두고 사랑채와 녹차방이 있는데 내 집 같은 편안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곡전재는 마치 하나의 성과 같이 높은 돌담으로 둘러처져 있다. 그 집에서 퍼올린 우물물로 준비한 식사가 참 맛깔스럽다.

함평 해보의 '오두마을'은 16동의 한옥이 있고 함평서교 분교에 '황토와 들꽃 세상'이라는 주제로 폐교가 된 학교를 들꽃과 나비들의 천국으로 꾸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나중에 안 사실 이지만 들꽃도 관리를 잘해주지 않으면 잡초 만 자라 볼 것이 없어서 이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월출산이 있고 왕인 박사의 박물관이 있는 영암의 구림 한옥 마을은 오래된 벚나무들이 가로수 마다 즐비하게 서있다 행복한 한옥마을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살기 좋은 마을로 변모하는 것은 백년도 족히 넘은 영암의 가로수 벗나무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하지 말고, 하루 속히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영구 보호하는 길이다.

쫓기듯이 살아온 우리들의 일상을 파고들어, 불편함에 길들여지지 않은 우리들의 안일을 터부시하고, 좀 더 우리들의 영혼에 가까이 다가서는 그래서 자연과 마주하는 한옥 마을 여행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적어도 이번 여행은 우리 것의 소중함과 함께 했다는 자부심이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 1박2일 한옥마을 체험에 나선이들이 구례 곡전재에서 여장을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경근
문의: (사)행복마을협의회  www.happyvil.net, 문화재예방관리센터 http://www.cultural.or.kr 
담양 무월마을 (061)381~1607, 구례 운조루 (061) 781 ~ 2644, 구례 곡전재 (061)781~8080, 함평 오두마을 이건홍 010-9810-7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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