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1번 어뢰, 정치·외교 영역에서 과학적 논쟁의 영역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관심과 의혹이 정치외교 사안에서 과학적인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권위를 갖추고 있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가 15일 오프라인 판에서도 천안함 사건을 주요하게 다룬 것에서도 확인된다. 

<미디어오늘>은 16일자 관련 보도에서 지난 8일 이 사건을 처음 다룬 온라인 판 기사의 제목이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쟁(Controversy over South Korea's sunken ship)"이었던 것과 달리 오프라인 판에서는 "한국의 어뢰 공격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Questions raised over Korean torpedo claims)고 바뀌었다며 전체적인 논조는 비슷하지만 좀 더 강한 의문을 제목에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래는 미디어오늘 기사 전문.

네이처는 오프라인 판에서 특히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학과 교수가 "급속도로 냉각된 알루미늄에서 발견된 산소 함유량이 한국의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을 추가했다. "국제연합(UN)이 지난 9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정작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는데 실패했다"는 대목도 추가됐다. 그러나 천안함 조사가 '엉터리(lousy)'였다는 신상철 조사위원의 발언 등은 일부 빠졌다.

오프라인 판 기사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등의 기자회견 내용도 추가됐다. 이 교수는 "급속 냉각된 알루미늄이 100% 비결정질로 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실험 결과 알루미늄은 대부분 결정질로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합조단은 에너지 분광 분석에서는 알루미늄이 다량 발견됐지만 엑스레이 회절 분석에서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극소량만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 네이처, 7월15일자 오프라인 판.

미국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제임스 스코프 연구원의 발언도 달라졌다. 스코프는 당초 온라인 판 기사에서는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게 맞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자신들의 주장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1번 글씨를 써넣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오프라인 판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스코프는 "개인적으로는 조사 결과가 옳다는데 아무런 다른 의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는 온라인 판에서 한국 정부를 다소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것과 달리 오프라인 판에서는 정치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단순히 합조단과 일부 학자들의 견해 차이를 소개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네이처의 기사는 천안함 사건이 이미 정치·외교적 사안을 넘어 과학적 논쟁의 영역으로 넘어왔음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 성명을 발표한 뒤에도 우리 정부의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공신력을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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