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애플', 40만 농민공.개발자들은?

세계 경제위기와 침체국면 속에서도 아이폰이라고 하는 스마트폰으로 세계 IT시장에서 수년째 돌풍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시가총액에서 부동의 업계 1위를 기록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새로운 업계의 강자가 된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이 지난 4월2일 아이패드(iPad)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7일 아이폰(iPhone) 4를 발표해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언론들은 멀티태스킹(동시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나 빠른 속도·높은 해상도·얇아진 두께 등 놀랍게(?) 개선된 아이폰 4의 성능과 장점들을 앞 다퉈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과 달리 7월에 곧바로 출시할 예정이어서 아이폰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은 당분간 빠른 속도로 팽창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물론 아이폰의 개념과 설계는 미국 IT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에 있는 애플 본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삼성 등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아이폰 주요 부품을 만들거나 자체적으로 생산공장을 두고 스마트폰을 조립하지는 않는다. 개념을 만들고 설계를 할 뿐이다.

우선 아이폰이라는 기계 자체는 대만의 최대 IT제조기업 그룹으로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혼하이(Hon Hai)그룹의 팍스콘(Foxconn)이라는 회사가 제작한다. 팍스콘은 대만 회사이지만 주력 공장은 중국 남부 선전시에 있다. 30만~40만명의 중국 노동자들이 팍스콘 중국공장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각종 IT 제품을 주문자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제작한다.

그런데 바로 이 공장에서 올해만 노동자들의 투신 기도가 12건 발생했다. 그중 9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팍스콘의 가혹한 군대식 노무관리와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감독에게 혼날까 봐 일하는 동안은 말할 수 없고, 일한 뒤에는 너무 피곤해 몇 년 동안 같이 산 룸메이트의 이름도 모르고 지낸다”는 노동자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놀라운 최첨단 제품 아이폰 4의 이면 가운데 하나다.

조립 자체는 팍스콘이 하지만 아이폰을 이루는 핵심 부품은 대만이나 중국기업이 만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아이폰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프로세서(일종의 중앙처리장치, CPU)와 저장장치인 플래시 메모리는 삼성전자가, 그리고 액정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폰의 핵심 부품에 한국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9일 아이폰 4를 분해해 확인한 결과, 휴대폰을 구동시키는 ‘A4’로 표기된 CPU의 경우 설계는 애플이 했지만 삼성전자가 제작한 것으로 판명됐다. A4 프로세서는 종전의 600GHz 속도보다 훨씬 빠른 1GHz 속도로 작동한다. 저장장치인 플래시 메모리를 삼성이 제작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액정화면(LCD) 역시 LG 디스플레이에서 만든 3.5인치 제품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엘지가 아이폰 4의 활약이 나쁘지 않은 이유다.

삼성 입장에서는 한 가지 이슈가 있다. 삼성반도체는 자신들이 만든 부품이 납품되기 때문에 아이폰 열풍으로 실적이 올라간다. 그러나 휴대폰 사업본부 입장에서는 아이폰 4와 한판 경쟁을 앞두고 있는 삼성의 스마트폰인 '갤럭시S'는 아이폰 4의 열풍이 지속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LG의 디스플레이 사업과 핸드폰 사업 사이에도 마찬가지 관계가 성립된다.

마지막으로 아이폰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는 어떨까. 당연하게도 아이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 iOS4는 애플의 운영체제 기술인 Mac OS를 기반으로 애플이 제작한 애플만의 고유한, 그래서 폐쇄적인 운영체제다. 그리고 그 위에 각종 유·무료 애플리케이션 20만개가 탑재된다. 알려진 것처럼 애플이 관리만 하는 앱스토어(ApStore)라고 하는 마켓 플레이스에 전 세계의 다양한 개발자나 개발회사들이 제품을 올려놓고 사용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개발자와 개발업체 600여명이 5천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애플의 앱스토어에 올려놓고 있다. 자칭 3D 업종으로 ‘월화수목금금금’ 일하고 있다는 한국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말이다.

이처럼 지금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아이폰 4라고 하는 손안의 첨단기기 하나가 완성되는 과정은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의 설계구상에서 시작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유력 대기업들의 핵심 부품 제조와, 대만 최대 IT그룹인 혼하이의 팍스콘, 그리고 중국의 40만 농민공, 여기에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제조사슬로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이익은 이 사슬의 최고위에 있는 애플이 볼 것이고, 사슬의 맨 아래에는 언제나 노동자들이 있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민중의소리>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