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민주주의 50]장병의 희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돼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10년간 쌓아올린 평화와 안전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남북이 경쟁적으로 위기와 갈등 국면 조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남북이 쏟아낸 공포의 조치들은 다음과 같다.

남측 ; 한미 연합 대잠훈련 /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해상차단훈련을 실시 / 제주해협의 북한상선 통행 차단 / 대형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재개 / 미군과 공조를 통해 휴전선 상공의 U2 정찰기 활동과 인공위성 첩보활동 강화 /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 / 북한 지역으로 전단 대량 살포

북측 ; 현 사태는 엄중한 전쟁국면 / 결정정인 반격태세 견지 / 전군, 만반의 전투태세에 돌입 / 이명박 임기동안 모든 관계 단절 / 모든 통신 단절 / 개성공단 사무소 폐쇄 / 적십자사업도 중단 /남측, 해상침범 계속하면 군사적 조치

▲ 2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 ⓒ청와대

천안함과 관련한 논란이 남측 내부에서 자심한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북한을 향해 말 폭탄을 퍼붓고 북한도 이에 맞대응하는 일이 연일 계속된다. 말은 말을 부른다. 남북은 말로 치열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했던가?

남북한이 전면 전쟁으로 치닫는 식의 말 폭탄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향후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불안한 상황이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환율이 뛰어오른다. 국민 다수가 평상심을 잃었다는 증거다. 북한이야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용어가 전투적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측 집권층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군대를 기피하거나 입대를 생략한 고위관리가 유독 많은 정권에서 전쟁을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전쟁은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전쟁을 소리높이 외치는 남북 권력층은 그들의 자제, 그 친척이 얼마나 병역 의무를 다 했으며 지금도 군에 복무중인지 묻고 싶다. 북측이야 알 수 없다. 하지만 청와대, 한나라당에 묻고싶다. 남북간에 한판 벌어지는 최악 상황도 불사한다는 상황을 연출하는데, 군에 아들딸을 보낸 수백만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아는가? 한반도는 군사적 대치 상태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곳이다. 이곳의 지형적 특성상 국지전은 쉽사리 전면전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남북 양쪽의 군비 상황으로 미뤄 수백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 물질적 피해는 따지지 말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이 전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전쟁이 설령 불가피할 경우라 해도 국내에서 모두가 이견이 없을 정도로 확고한 논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은 천안함 사고를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짓고 남북관계를 2000년 이전으로 돌리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북한은 자기들이 하지 않았다면서 서로 확인하는 절차를 밟자고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쇠귀에 경 읽기 식이다.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이 앞장서서 국민을 불안케 하는 일을 삼가야 해야 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하는 전쟁을 연상케 하거나 그 불가피론을 말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적과 싸울 때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전쟁의 방법으로 상황을 치닫게 하는 것은 병법에 어둡거나 경험이 없는 탓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전쟁은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 한다. 전쟁이 나면 우선 다치는 것이 군인이고 민간인이다.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전할지 모르지만 수도권 주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이는 반세기 이상 확인된 남북 군사 대치 상태에서 추론할 수 있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천안함 피해 장병들의 가족들이 오죽하면 자신들과 비슷한 아픔을 겪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 했겠는가?

현재 상황에서 북측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시 묻고자 한다.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민을 잘 섬겨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할 일이다. 국민의 머슴으로 충직하게 일해야 한다. 물론 전쟁을 해서 국민이 행복할 것 같으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정도 되면 자신의 임기이후 백년 정도는 계산을 하면서 전쟁 여부를 결정 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에 칭송받는 대통령으로 남는다. 이 대통령과 군이 한 목소리로 대북 강강론을 편다. 이것이 진정 이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한반도에 평화와 안전이 정착될 유일한 방법인가?

이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는 아는 대통령 깜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집권이후 국방비도 그 전 정권보다 대폭 깎아내리 등 국가 재정을 경제에 쏟아 붇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다가 천안함 사고가 발생하자 처음부터 북한 책임론을 암시하는 언행을 계속했고 그 뒤 군비강화론 쪽으로 급선회했다. 자신의 정책이 국방을 허술케 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는 점, 합동군사훈련중 원인모를 사고를 당한 군대의 자질 문제 등은 거의 언급치 않고 있다. 이런 태도는 작전 중 사고를 당해 수십명이 희생된 사고에 대한 군과 정부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 대북 공세의 수위를 나날이 높이는 술수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이 대통령은 희생 장병들에게 화랑무공훈장도 수여하는 등 비극을 유발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말만 하지 않았지 북한으로 몰아가는 방향으로 국정을 수행했다. 그것은 정치공학 차원에서 칭송받을 만큼의 수준이었다. 다수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사격 속에서 정국은 청와대의 의중대로 진행되었다. 지난 20일 천안함 사고 원인 발표로 6.2 지방선거는 천안함 선거로 확실히 굳어지는 상황으로 급락했다. 대통령이 사고 직후부처 사고원인을 알고 있으면서 분위기 조성 상 다국적 조사단을 발족시키는 것과 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는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천안함 사고는 북한 소행으로 결론내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 도중 북한 잠수정이 어떻게 수일 동안 남측 해역에서 작전을 감쪽같이 할 수 있었는지가 규명되지 않으면 안된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 파편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그 파편의 부식 정도로 보아 최소 수년 이상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천안함은 멀쩡한데 어뢰 파편만이 심하게 부식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라서 다수 국민이 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가. 다국적 조사단은 어뢰 부식 정도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지난 15일 발견해서 20일 공개했으니 그럴 틈도 없었을지 모른다.

남북은 천안함 사고 발생 전부터 쇳소리가 나는 일들을 계속 벌이면서 관계를 악화시켜왔다. 남측이 천안함 사고가 북측 소행이라고 공식 단정 지으면서 남북은 전면 충돌 기세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러다 곧 터지는 것 이니냐 할 정도다. 그러나 청와대가 천안함 관련한 군 인사를 다음달 3일, 그러니까 지방선거 다음날로 잡은 것을 보면 천안함 위기 국면 조성의 시한이 그때까지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남북의 흥분된 모습에서 눈을 돌려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접촉과 외신들을 주목하면 남북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국면을 조성한 것은 다분히 6.2 지방선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런 식으로 이번 사태가 진행된다면 이 대통령은 엄중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천안함 사고를 국내 선거용으로 우려먹었다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면, 그 후 상황은 치명적이다. 천안함 사고 희생 장병의 비극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노렸다면 그에 대한 비판의 홍수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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