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문

'4대강사업 반대, 생명평화' 영산강 순례를 시작하며

“이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물이 닿은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9)

○ 우리는 생명의 강과 공동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지 모아 오늘 이곳 영산강에 모였습니다.

○ 4대강 사업은 천주교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단 그리고 시민사회 등 대부분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강줄기 전 구간을 파헤치고 물길을 막는 사업을 다목적이라는 각종 화려한 수식어를 달아 제대로 된 검토 과정 없이 막대한 세금을 들여 동시다발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각 계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요불급한 이 4대강사업을 대통령 임기 내 완공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 대통령과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재검토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치적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 등으로 폄하하면서 선전과 홍보에 더 집중할 뜻만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4대강사업에 대한 정책적 판단과 평가의 뜻을 담아 지방선거에 참여하자는 유권자 운동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국정운영과정에서의 이러한 정부의 태도 또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지금 4대강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은 우리 삶에 대한 폭압이며 미래세대에 대한 침탈행위입니다. '살리기' 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정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이기에 국민의 입과 귀를 막고 손발을 묶어가며 속도전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의 의도대로 선전과 홍보로 불식될 문제가 아닙니다.

○ 그래서 우리는 4대강 사업으로부터 영산강, 그리고 더불어 공존하는 공동체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기도로써 영산강 순례를 다시 시작합니다. 상류 담양에서부터 목포, 영암 하구둑까지 10일간 일정으로 영산강을 걸으면서 영산강과 우리 사회의 위기를 알리고 시민들과 함께 이를 극복하고 회복할 구체적 방법 또한 나눌 것입니다.

○ 순례 시작 발걸음을 딛는 이 자리를 빌어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와 다짐을 밝힙니다.

-. 4대강사업은 반생명사업이며 영산강을 영구히 불구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당장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수질개선, 홍수와 가뭄대책, 경제발전, 삶의 질 향상이라고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회갈등과 주민피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영산강을 포함한 4대강 공사를 당장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긴급하지도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정정당당하게 검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국토를 대통령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다는 의지는 매우 위험천만한 권력남용입니다. 4대강사업은 분명 범국민적 평가와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 4대강사업의 객관적인 문제점을 알리고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우리의 행동을 막지 마십시오. 정부를 향하여 '4대강사업 중단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행동을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생명을 볼모로 무리한 국가사업을 강행하지 말라는 정당한 요구입니다. 선거과정에 국민의 정당한 요구가 반영되고, 정책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 시민분들께 호소합니다. 영산강 현장으로 오셔서 4대강사업의 실상을 직접 목격하시고 영산강 주민들의 절박한 호소를 귀담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영산강 생명들의 울부짖음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4대강사업은 영산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농민, 지역민들에 대한 헤아림도 뭇 생명에 대한 배려나 존중도 없습니다. 대통령임기 내 완공이라는 로드맵대로 영산강(4대강)은 속도전으로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더 늦지 않게 영산강 현장을 목도하시고 세상에 증언해 주시길 호소드립니다.

-. 우리는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기도의 장을 강과 거리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공동의 이익과 선의 가치 기준은 바로 '생명'입니다. 생명을 지키고 사회공동체를 위한 행동은 신앙인과 시민운동가의 사명입니다. 기도가 간절히 필요한 곳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0년 5월 20일

영 산 강 순 례 단(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영산강지키기광주전남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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